학교 교실에 AI 기반의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면 당장 교사들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교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업무 부담을 덜어 학생들의 멘토, 코치, 사회·정서적 지원자로 역할이 바뀔 거라는 쪽과 인공지능(AI) 교과서는 보조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교사 고유의 역할이 바뀌지 않을 거란 쪽이 맞선다.
이현준 경기 효명고 교사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교사가 지식 전달에 많은 비중을 두기보다 학생들을 격려해주고 이끌어주는 역할로 바뀔 것"이라며 "플랫폼이 완벽해진다면 교사의 가르침(티칭) 영역을 AI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권영 강원 모산초 교사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오롯이 교사의 역할이었던 지식 전달이 AI교과서로까지 나아갈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시대가 되면서 교사의 역할이 학습자를 잘 이끌어주는 러닝메이트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학생·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입시컨설팅이 공교육의 영역으로 흡수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다.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수석연구위원은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스타일을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어 개별 코칭과 상담이 가능해진다"며 "학교에 전문인력을 두거나 교사의 역할을 전환해 진로상담 수요를 공교육에서 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9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참관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도 지식 전달이라는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기 어려울 거란 반론도 나온다. 서울 구로구 A중학교 이모 교사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수업을 하려면 많은 관찰이 필요한데, 교사도 쉽지 않은 맞춤형 수업을 AI에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틀린 문제를 다시 풀게 하는 등의 기능은 가능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보조 도구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교육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의 역할을 바꾸면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범진 용인 보라고 교사는 "교사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면 그동안의 교육이 전적으로 잘못됐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어떤 교수법이 더 교육적인 방법인지, 과거 교육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등에 대한 토론부터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부에 흥미가 없거나 성취도가 낮은 학생이라면 AI교과서로 수업이 이뤄졌을 때 수동적인 학습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에듀테크의 부작용으로 교육격차 가능성을 지적했다. 구 소장은 "학업 성취에 뒤처진 학생일수록 교사의 도움이 중요한데, (AI교과서는) 적절한 지원책이 아니다"라며 "자칫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격차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수준을 한눈에 파악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어 오히려 교사의 역할이 더 고도화된다"며 "교사가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에게 상담, 멘토 역할을 수행하면 기초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