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켰던 3대 절기는 유월절(무교절) 맥추절(초실절) 초막절(수장절)이다(출 23:14~16, 신 16:1~17). 이 절기들은 모두 출애굽과 연관된다. 성령강림절은 유대교의 3대 절기인 맥추절 혹은 오순절(五旬節, Pentecost)과 같은 날이다(레 23:9~11).
이스라엘에서 맥추절은 초실절이라고도 하는데 한 해 추수의 처음 열매를 거두는 시기로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날’(민 28:26)이며 보리와 밀을 추수하고 지키는 감사절이다. 오순절은 5를 뜻하는 헬라어(Pente)에서 파생된 말로 ‘50번째 날’(축제일)이란 뜻이며 칠칠절(출 23:14~17)에 대한 헬라식 표현이다. 누룩을 넣지 않은 무교병을 먹는 무교절(유월절) 다음 날부터 계산해 50일째 되는 날에 행해지는 감사 절기를 의미한다. 정리하면 오순절, 맥추절, 초실절, 칠칠절, 성령강림절은 명칭의 의미는 다르지만 같은 날이다.
예수님은 승천하기 전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행 1:4)고 명령하셨다. 제자들은 이 명령에 순종해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며 기다렸다. 제자들을 포함한 120명 성도는 예수님 부활로부터 50일째 되는 오순절 날에 임한 성령으로 충만케 돼 전도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을 ‘성령강림절’이라 부르게 됐으며 사실상 기독교의 성립일이다. 서방교회에서는 성령강림절 철야제를 성탄절과 부활절 같이 성대하게 지키고 침례를 행했으며 이는 성령 침례의 의미를 지닌다.
성령강림절은 교회의 확장과 성장을 도모하는 날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성령의 역사와 인도와 충만을 기도하게 된다. 교회력에서는 성령강림절 이후 강림절(성탄절 4주 전 주일, 대림절)까지의 주일들은 ‘오순절 후 주일들’로 불린다. 올해는 지난 5월 19일 주일이 ‘성령강림절’이었다.
김에녹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