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 심주 알려주는 지장보살 경책
‘산보집’ 지장영으로 실린 게송
빛이 고운 구슬을 마음에 비유
본심은 그대로지만 모용 생겨
지장보살이 일러준 것 중요해
화순 운주사 지장전 / 글씨 노천월하(老天月下) 스님.
掌上明珠一顆寒 自然隨色辦來端
장상명주일과한 자연수색판래단
幾回提起親分付 暗室兒孫向外看
기회제기친분부 암실아손향외간
손바닥 위 하나의 밝은 투명한 구슬은/ 색상에 따라 자연히 바르게 드러나서 판별한다./ 몇 차례나 친히 일러주었지만/ 캄캄한 방안의 아이와 손자들은 바깥으로만 향하고 있구나!
이 게송의 출처는 재의례집인 ‘산보집’에 지장영(地藏詠)으로 실려 있다. 또 ‘작법귀감’에서는 지장보살을 청하는 청사(請詞)를 마치고 이어지는 가영(歌詠)으로, 시왕을 따로따로 초청하는 의식인 시왕각청(十王各請)에서 지장보살의 가영으로 되어있다. 이외에도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에서도 이같이 기록되어 있다. 가영은 불보살의 공과 덕을 노래로 읊조려서 찬탄하는 것이다.
‘지장보살의 손바닥 위에는 밝고 투명한 구슬이 하나 있다’고 했는데 이러한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불확실하다. ‘지장본원경’이나 ‘대승대집지장십륜경’ ‘연명지장경’ 등에서도 이러한 표현은 없다. 그러므로 ‘명주(明珠)’를 마음에 비유하지 아니하면 딱히 해설할 방법이 없다. 마치 ‘법화경’ 제8 오백제자수기품에서 일승(一乘)을 이해시키고자 ‘빈인계주’로 끌어낸 구절을 연상케 한다. ‘빈인계주’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가난에 지쳐 유랑하던 한 사람이 관리였던 친구의 집을 방문하여 술대접을 받고 만취가 되어 잠들고 말았다. 이때 친구는 공무로 출타해야 했으므로, 잠들어 있는 친구의 의복 뒷면에 무상의 가치를 지닌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배구슬을 꿰매 주었다. 취기에서 깨어난 그는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유랑의 길을 떠나 여러 나라를 다니며 갖은 고생을 했지만, 가난의 연속이었다. 그 후 옛날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친구는 그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놀라며 보배구슬의 일을 물었다. 그는 비로소 놀라며 자기의 어리석음을 부끄러워함과 동시에 매우 기뻐했다.
이 게송의 이어지는 흐름도 ‘법화경’의 비유와 유사하다. 어찌 보면 지장보살을 바탕으로 해 ‘법화경’이 사상적으로 가미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게송의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한(寒)이라는 표현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여기서 한은 얼음처럼 찬 것을 말한다. 글자에 빙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으므로 ‘얼음처럼 투명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본지에서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명주는 심주(心珠)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수색(隨色)은 수색마니(隨色摩尼)를 뜻한다. 달리 표현하면 마니보주(摩尼寶珠)이다. 보주는 색이 없으나 비치는 물색(物色)에 따라 색상을 갖추어 드러나게 된다. 변(辨)은 글자의 쓰임에 따라 ‘분별하다’ ‘나누다’ ‘구별하다’라는 뜻으로 쓸 때는 ‘변’이라 읽고, ‘갖추다’라는 의미로 쓸 때는 ‘판’으로 읽으며, ‘두루하다’라는 뜻으로 쓸 때는 ‘편’으로 읽는다. 그리고 단(端)은 ‘바르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그런 까닭에 본심은 그대로이지만 마음 씀에 따라 묘용이 생기는 것이다.
기회(幾回)는 ‘몇 번’ 또는 ‘몇 차례’ 이러한 뜻이다. 제기(提起)는 의견이나 문제 따위를 내어놓는 것을 말한다. 친(親)은 친히 분부하였다는 뜻이므로 여기서는 지장보살을 말한다. 지장보살이 무엇을 그토록 일러 주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다. ‘중생 개인 개인마다 명주가 있다’라는 것을 일러주었다는 표현이다.
암실(暗室)은 캄캄한 방을 말하기에 무명을 나타낸다. 아손(兒孫)은 아이와 손자를 말하므로 중생을 뜻한다. 지장보살이 우리의 마음 안에 심주가 있다고 일러 주었건만 이를 등한시하고 자꾸 밖에서 심주를 찾는다고 경책하는 것이다. 암실은 ‘법화경’에 나오는 화택(火宅)과 다를 바 없다. 아손(兒孫)은 같은 경에 나오는 가난한 이를 말하는 빈인(貧人)과 같은 맥락이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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