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이어달리기 : 명분과 이익 (482-502)
482. 커다란 이익에는 반드시 명분이 필요합니다.
483. 가령, 길에서 100 원을 줏을 때는 굳이 명분을 필요치 않습니다. 만 번을 줏어도 별 문제가 안 생깁니다. 그러나 100만 원을 줏으려면 명분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100억 원, 100조 원을 줏어오려 한다면 확실한 명분이 없으면 큰 탈이 납니다.
484. 구멍가게에 진열된 과자와 사탕에는 칼로리와 성분 등이 표시되지 않을 수 있지만, 백화점에서 그런 표시가 없는 부지불명의 상품을 내놓으면 문을 닫게 됩니다.
485. 양아치가 주먹을 휘두르며 삥땅을 쳐도, 거대한 조직에서는 명분 없이 주먹을 휘두르면 조직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486. 규모가 커지거나 지위가 높아지면, 그에 준하는 크기의 명분이 꼭 필요합니다. 명분 없는 지시나 명령은 뒷날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487. 대국이 명분 없이 소탐대실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약소국들이나 하는 짓을 하게 될 때 말이죠. 망신살이 뻗치는 일이 되고, 반복하게 되면 중소국으로 쇠락할 수도 있습니다.
488. 미국은 점차 명분을 잃어가고 있으며, 반면에 중국은 명분을 쌓아가는 중으로 보입니다. 물론 중국이 사드 보복 때처럼 소아기적 행동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닙니다.
489. 달러패권의 지위가 내려가고, 위안화가 국제적 입지를 높인다면, 국제적 명분 싸움에서 미국이 중국에 지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490.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하청업자들에게 단가를 후려치는 갑질도 명분 없는 짓입니다. 덩치값을 못하는 짓이죠.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491. 한때 잘나가던 일본이 "경제동물"이란 국제적 비난의 소리를 들었던 것도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명분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492. 당장의 이익은 클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명분을 쌓는 것보다 못합니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하거나 더 높은 곳에 오르거나 더 큰 존재감을 얻으려고 한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견리사의(見利思義)란 말이 생겨났습니다.
493. 정치인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명분입니다. 김기현 당대표가 "땅기현" 소릴 들으면서 조롱을 당하는 것도 명분 없이 땅투기를 했었기에 대중들로부터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 됐습니다.
494. 명분이 있다 함은, 하려는 일에서 그 이유를 떳떳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해충돌의 의혹에서도 자유로와야 합니다. 그리고 이익보다는 대의를 따른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명분을 대의명분(大義名分)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495. 이익과 명분이 충돌했을 때,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고자 한다면 이익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큰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명분을 취하는 게 정답입니다.
496. 전투적으로 사는 삶은 더 큰 전쟁을 못보는 장님인 셈입니다. 마치 하루살이 인생과도 같습니다. 만일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대범하지 못하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전투적으로 대응한다면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는 결과가 됩니다.
497. 미국을 추월하려던 일본이 플라자 합의에 스스로 굴복했던 것은 명분을 쌓지 못했기에 반박과 저항의 이유조차 못찾았던 결과입니다.
498. 대한민국은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 국가의 명분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499. 일본의 핵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에도, 강제징용과 위안부 배상 문제에도,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에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에도, 독도 영유권 문제에도, 윤석열 정부는 반발과 저항은 커녕 침묵으로서 오히려 동조하는 모습입니다.
500. 정당화되지 못하는 힘의 사용과 이익 추구는 결코 지속될 수가 없습니다. 이유가 있어야 하고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명분입니다.
501. 공직에 있으면서 공익을 위해 봉사하면 명분을 지키는 일이고, 사익을 좇으면 명분을 잃는 일입니다. 소시민이 공익을 위한 일을 했을 땐 개인의 명분을 얻는 일이 됩니다.
502. 명분이 현재의 이익을 보장해주진 못해도, 명분 쌓기는 미래에 더 큰 이익을 얻을 기회를 보장해줍니다. 이것은 속해 있는 사회공동체가 주는 약속입니다. 가장 큰 공동체는 인류공동체입니다.
kjm _ 2023.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