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친구랑 찍은 사진)
덩치큰 남자가 아까부터 자꾸 우리 부스 주변을 맴돌고 있다. 대단하다. 4시간째 큰 그림앞에서 뭐에
홀린듯 쳐다보다 다시 모른척 시선을 분산시키며 우리 옆 부스에 가서 다른 그림을 쳐다보다가도
이내 또 그 그림앞에서 멍하니 넋을 놓는다. 순간 난 저사람이...그 그림에 꽃혔음을 직감했다.
그때부터 계속 그 사람만 내 시선이 고정된채 뒤쫓고 있다. 앞의 부스에 가서 다른 그림을 구경하고
자리에 앉아 흥정하는척한다. 벌써 그 부스에서도 예의 이 사람을 주시하고 있던 터여서 그쪽 관장과
작가가 반색을 하며 열심히 그림 설명을 한다. 자기네 그림에 꽃혀 가지도 않고 서성거리는줄 착각
하고 있는거다. 기어이 팔겠다는 의지의 눈빛을 반짝이며 벌써 몇시간째 이 남자의 눈치를 보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옆 부스에서도 계속 간보고 있는 이 남자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남자...그러니까 아트페어에서 나름 지명도있는 컬렉터라고 하는데... 이 남자가 지금 서너시간째
이 세개 부스를 떠나지 않고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종종 거리고 뱅글뱅글 세부스를 돌고 있다.
각 부스에서는 판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으로 알고 군침을 흘린다.
그런데...내가 보기엔 저 남자가 원하는 그림은 우리부스에 있다. 다른 부스는 헛물인줄 모르고
그 남자처럼 마음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앞의 두 부스에서는 남자를 잡기 위해 몇시간째 작가와 관장이 달라붙어 극진한 대우를 해준다.
다른 손님한테는 무관심하고 남자뒤를 졸졸 쫒아다니며 처분만 바라고 있다.
(위에서 보이던 비내리는 정거장 그림이 나가서 다른 그림을...)
그런데 정작 우리부스 관장은 그 남자에게 눈짓한번 안주고 자리를 피해있기도 하고 모른척 무시하며
딴청만 계속 하고 있다.
사실 남자가 세 개 부스를 방황하며 신호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정작 우리 부스의 관장이었다.
이럴 경우..먼저 고개 숙이는 사람이 한 수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4시간째....남자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우리부스로 왔다. 순간 관장의 눈빛이 반짝인다.
관장 또한 포커페이스로 위장한채 예의 그 남자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던 터였다.
남자가 결국 먼저 그림의 가격을 물었다. “음... 이 그림...괜찮은데...얼마요?”하며 별거아니라는듯
툭 던진다. “900만원이요” 관장도 짧게 별거아니듯 한마디 툭 내뱉는다.
남자는 “한...500이면 사려고 했는데...안돼겠네...” 반을 훅 깍으며 슬쩍 간을 본다.
그러자 관장은 “이 그림은 많이 낮춘거라 한푼도 못 깍아요..”하며 밀리지 않고 밀당을 시작한다.
기다렸다는듯 관장이 확! 달려들어야 남자의 수에 휘말릴텐데....남자는 일단 한발 물러선다.
“아..뭐..할 수 없죠...다른 그림도 많은데...”하며 태연한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가 또 그 옆 부스로 자리를 뜨자 난 왜 가격을 좀 더 흥정하지 않고 거절한거냐고 물었다.
다른 그림들은 구매의향만 비춰도 관장이 지극정성으로 흥정을 해서 팔았기 때문에 의아했다.
(우리 일요화우들도 많이들 오셨는데...제가 신경 못써서 사진이 요분거밖에 없네요. 것두 안찍으려고 무쟈게 빼는걸 억지로~)
“저 남자가 몇시간째 우리 주변을 맴돌았는데...앞의 부스에 가서 저쪽 그림 흥정하는척해도 눈은
계속 이 그림에 꽃혀있는걸 봤거든... 저 사람은 반드시 이 그림을 살 사람이란걸 알았기 때문이지...
저런 사람은 그림이 맘에 들면 안사고는 못배기거든...저런 사람과 흥정하면 그게 바보지..“
결국...그 후에 그 사람은 우리부스에서 한참을 더 왔다갔다 하며 좀 더 올려 흥정을 시도하다 거절
당하고 계속 그 주변에 머무르다...철수할때쯤 그림떼려고 할때 더 버티지 못하고 전액가격으로
그림을 샀다.
관장과 작가는 너무 좋아 쾌재를 부르며...“내가 이맛에 갤러리 하는거라구... 저 사람은 반드시
사야하고 나도 반드시 팔아야 하는데...결국 이 싸움은 조금 더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거지, 처음엔
나도 버티는걸 잘 못해 팔고싶은 욕심에 내가 먼저 나서서 깍아주며 실패를 많이 했는데...
이 사람들의 생리를 알고부터 욕심을 버리고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걸 알게 된거지..”
(5. 17일부터 시작되는 홍콩 컨템포리에 출품될 작품- 꽃문 10호)
반면...내 그림 또한 오랜 흥정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는데...관장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먼저 전화한
경우다. 첫날...한 남자가 비서를 데리고 와서 내 그림을 흥정도 안하고 가격대만 묻고는 돌아갔다.
다음날부터 비서를 통해 계속 연락을 한다. “그림 파일 좀 보내주세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가격을 좀 더 빼주세요” ...암튼 비서와 관장이 주고받은 문자가 꽤 많다.
마지막날까지...문자가 왔다. “회장님께서 이제 결정하시려고 하는데...가격을 좀 빼주세요”
관장은 “작가와 협의해서 10% 빼 드리겠습니다”... “좀 더 생각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 다시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 관장이 참지 못하고 회장한테 직접 전화를 했다.
회장은 잠시후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하며 끊었는데, 이번에 애를 태우는건 관장이다.
첫날부터 시작된 심리전에 관장은 이제 초조해한다. 마지막날...철수할 시간인데... 좀체 연락이
없다. 생각보다 강적으로, 기다리다...그에 관장이 회장한테 다시 전화건다.
.“이 그림...안하실건가요?”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딸 생일선물로 적당한거 같은데...
가격을 좀 더 빼주세요...” “10% 빼드렸는데..더는 곤란합니다” “제가요...아트페어 많이 다니면서
그림 좀 사는데요...다들 더 빼주던데...좀 더 뺍시다 ” “아...안돼는데....그럼 10% 더 해드릴께요”
“좋아요. 그림 보내세요” “관장님, 왜 더 버티지 않고 먼저 전화하신거예요?”
“문자나 전화로는 상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잖아요.. 그러다 안사기라도 하면...”
(홍콩 출품작...머문자리-20호)
하지만 그 사람 또한 관장의 전화를 기다린거다. 비서를 대동하고 전시장까지 나와서 외국으로
보낼 딸 생일선물로 고른 그림이고 이미 파일까지 보내 딸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림판매는 이렇듯 고도의 심리전이다. 쉽게 판매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가이다
보니 싸게 사려는 사람과 비싸게 팔려는 사람과의 보이지 않는 암투가 펼쳐지고 가격이 결정된다.
아트페어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올해 7회째로 82개의 화랑과 20여개의 기업이 참가하고 2,000
여점이 출품되어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거대한 미술시장이다.
요며칠 아트페어라는 미술시장에 나와 그림이 소비되기까지 관찰했는데...80%이상의 그림은
소비되지 못하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직까지 일부 컬렉터에 의존해 진행되는 우리나라
아트페어의 현실정은 작가나 갤러리한테는 암담한 현실이다.
(홍콩 출품작-머문자리 8호)
부스비용도 회수하지 못하고 짐을 싸야하지만, 아트페어라는 미술시장이 아니고는 구매자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할 다른 수단이 없어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것이다.
미술인들의 이런 피땀어린 도전이 있어 언젠가 우리나라도 다른나라 못지않게 미술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홍콩 출품작- 풍물시장에 가다 20호)
*****연합뉴스에 아트페어 기사가 나왔네요.
박주경 화가, 2012년 서울아트페어전(SOAF)에 작품 출품전시
(연합뉴스. 2012. 5. 3)
2012년 서울 아트페어(5월4일∼5월7일) SOAF
그동안 크고 작은 작품전과 개인전을 통하여 대중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박주경 화가(작가)가 2012년 아트페어전에
총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머문자리, 벚꽃놀이, 비내리는정거장, 함성 등 이다.
보이는사진은 작품명, "함성" 이다.
전시기간은 5월4일부터 5월7일까지 전시한다. 장소는 강남코엑스내 소아프 전시장 이고, 박 주경 화가 작품은 전시장내
가가갤러리,G-31부스에서 감상 할수 있다.
서울 아트페어전은 올해로 7년차의 꾸준한 성장세를 거듭해오며, 다양한 실험기획전 과 열린미술시장 을 통하여,
우리 문화 예술계 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출처 : 스포츠조선 m &b 보도자료
첫댓글 박주경이사님! 내면의 고민과 오랜 숙련의 기간을 거쳐 이제야 빛을 보시는군요. 앞으로 더욱 발전하시길 바랍니다.
담주에 있을 부회장님의 개인전, 오랜 고뇌와 열정이 결실을 맺는군요...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