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동지 볕이 묻어나는 박오가리 속살에는
세상 근심 댓 말가웃 오종종 모여 산다
그 누가 돌보지 않아도 의젓하고 착하게
서둘러 지고 마는 겨울 해가 아쉬워도
발길이 끊어져서 마음이 허둥대도
비대면 불신의 시간도 다독여서 가야지
세모의 간절함이 상처로 뒹굴지만
그래도 너를 믿는
그래서 너를 참는
간절한 등불 하나씩 가슴속에 품고 산다
돈
몸으로 네게 가고
돌아서 내게 오는
눈멀고 검은 손에
비수처럼 박혀서
오늘도
도깨비장난에
춤을 추는 그대여
그래도 조막손에
천사같이 찾아오고
따습고 긴한 발길
조붓이 살아 있지
외지고
가파른 길목에
주춤대는 그대여
쏘주
소주보다 쏘주에는 진한 눈물 스며 있다
고맙고 마음 짠한 사람들이 만났을 때
소주는 쏘주가 되어
눈자위를 적신다
쌍시옷의 위세가 거칠게 터져 나와
인생의 쓴맛을 제대러 느꼈을 때
쏘주는 위로가 되어
굳은 어깨 감싼다
착한 술 소주보다 깡다구가 조금 쎈
쏘주의 쓰디쓴 맛 알 사람은 다 알지
쓴맛에 쓴맛을 더해
주먹 불끈 쥐게 하는
시집을 부치며
서투른 시침질로 서둘러 덧대 꿰맨
솔기가 징징 우는 고의적삼 한 채를
외딴섬
그대 품으로
염치없이 보냅니다
눈썰미 모자라는 제 솜씨는 모르는 채
모시로 멋들어지게 깨끼적삼 지으려다
안고름
여미지 못해
민망하게 보냅니다
정용국
1958년 경기도 양주군 덕정 출생
2001년 시조 전문지 <<시조세계>>로 등단
시조집<<내 마음 속 게릴라>> <<명왕성은 있다>>
<<난 네가 참 좋다>> <<동두천 아카펠라>>
카페 게시글
오늘의 좋은 시
정용국의 시집 <<그래도 너를 믿는 그래서 너를 참는>> /권혁재
권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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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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