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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백두대간 팀을 따라 '진고개 → 동대산 → 차돌백이 → 신선목이 → 두로봉 → 신배령 → 만월봉 → 응복산 → 약수산 → 구룡령'의 23.5km 구간을 12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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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東臺山]
높이: 1,434m
위치: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과 도암면 및 강릉시 연곡면
▷ 개설
높이 1,434m. 오대산을 이루는 다섯 봉우리 중 하나이다. 태백산맥 줄기인 해안산맥에 속한 산으로 북쪽에 두로봉(頭老峰, 1,422m), 서쪽에 서대산(西臺山)·호령봉(虎嶺峰, 1,042m), 동쪽에 노인봉(老人峰, 1,338m) 등이 솟아 있다.
▷ 명칭 유래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오대산월정사사적기(五臺山月精寺史蹟記)』 등에 의하면 오대산은 동쪽의 만월봉, 서쪽의 장령봉, 남쪽의 기린봉, 북쪽의 상왕봉, 중앙의 지로봉 등 다섯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봉우리마다 편평한 대지를 이루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동쪽의 만월봉은 오늘날 동대산으로 불린다.
▷ 자연환경
동대산 일대의 산계 발달 양상은 백두대간이 북에서 남으로 뻗어 내려오다가 동대산을 거친 후 동쪽으로 이동하여 진고개, 노인봉(1338.1m), 소황병산(1,338m)과 매봉(1173.4m)을 거쳐 다시 남으로 진로를 바꾼다. 노인봉에서 북으로 다시 분지되는 산릉은 백마봉으로 이어지고 매봉 부근에서 북으로 분지된 산릉은 천마봉(999.4m)으로 이어진다.
동대산의 동쪽 사면으로 흐르는 수계(水系)는 연곡천(連谷川), 서남쪽 사면으로 흐르는 수계는 남한강의 상류인 오대천(五臺川)과 송천(松川)의 수원(水源)을 이룬다.
▷ 형성 및 변천
동대산과 동쪽의 노인봉은 백악기에 생성된 북동-남서 방향의 대규모 주향이동단층인 월정사단층으로 구분된다. 월정사단층의 동쪽은 쥐라기의 흑운모 화강암이 분포하고, 서쪽으로 동대산 일대는 선캄브리아기의 혼성 편마암이 분포한다. 혼성 편마암은 주로 우흑질대와 우백질대가 공존하는 호상 구조가 우세한 호상 편마암과 고온의 변성작용으로 암석이 용융된 화강암질 편마암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혼성구조가 특징적이다.
▷ 현황
동대산은 1975년에 지정된 오대산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되어 있는데 서쪽은 월정사(月精寺)지구, 동쪽은 청학동 소금강(小金剛)지구에 속한다.
동대산과 노인봉 사이에는 높이 1,072m의 진고개가 있으며, 병내리를 통해 연곡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가 지난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응복산
높이: 1,360m
위치: 강원도 양양군 서면
응복산(1,359.6m)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과 현북면, 홍천군 내면에 걸쳐 있는 백두대간 위의 산이다. 응복산은 북쪽의 80리 골짜기, 미천골로 더욱 유명한데 이 밖에도 통마람골, 약수골, 합실골 등 원시 골짜기를 여럿 품고 있다.
응복산 산행은 예전에는 갈천이나 명개리에서 구룡령으로 걸어 올라간 후 하여야 했으므로 하루 산행으로는 무리였다. 하지만 56번 국도의 명개리에서 구룡령을 넘어 갈천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최근에 포장됨으로써 구룡령을 기점으로 하는 산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다만 아직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게 한가지 흠이다.
백두대간의 한계령과 대관령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이 산은 사방에 긴 골짜기를 품고 있다. 하루 일정의 산행코스로는 구룡령에서 출발, 정상을 지난 다음 안부에서 통마람골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다. 하루 더 시간이 있다면 미천골을 따라 불바라기 약수까지 다녀오는 산행을 하면 좋다. - 한국의 산하
약수산
높이: 1,306m
위치: 강원도 홍천군 내면
구룡령은 예로부터 큰 고개인 원 구룡령의 남동쪽 1㎞ 지점에 있다. 옛 구룡령은 현 고개에서 서북쪽의 1,100고지를 넘어가야 있는 것이다. 약수산이란 이름은 흔히 명개리 약수라 불리는 이 산 남쪽 골짜기의 약수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약수산은 백두대간이 오대산에 이르기 직전 산세를 일으키고 있는 산 들 중의 하나다. 구룡령 넘어 서쪽엔 갈전곡봉이, 동남으로는 응복산, 만월봉이 한 어깨로 나란히 솟아있다. 그래서 이 산들을 연결해서 종주하는 산악인들도 여럿 있다. 홍천군 내면 목맥동 일대는 수림이 울창하고 각종 희귀 동식물과 어류가 서식하고 있어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산행을 해야겠다.
약수산 북쪽으로 이어진 암산 동북으로 깊고 길게 팬 미천골은 아직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아 옛날 그대로의 숲과 자연 경치를 간직 한 곳이다.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시원스럽고, 계곡 안의 물속에는 물고기들이 많다.
울창한 숲, 맑은 물, 기암괴석, 야생동식물, 약수터, 신라 고적, 토종꿀, 각종 산림부산물 등 휴양원이 풍부하고, 또한 이곳의 미천골 자연휴양림은 5천㎡의 시설 구역 내에 평균수명 50년 이상의 활엽수 천연림으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미천골 초입에는 신라 법흥왕 때 창건했다가 고려 말에 폐사되었다는 선림원터가 있다. 석등, 3층 석탑, 홍각선사탑비, 부도 등의 보물급 문화재가 남아 있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는 수요 무박으로 천고지 중 하나인 응복산, 백두대간 구간 중 하나인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달리는, 한 번에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애초 이 산행은 백두대간 연결 산행을 하겠다고 결심한 2022년 10월 10일 한 안내산악회의 오지팀이 백두대간 종주와는 무관하게 천고지 산행으로 신청했으나, 성원 미달로 산악회에서 취소해 못 갔다. 이후 같은 산악회 53기 대간종주팀의 37구간 산행을 신청했다. 그런데, 안내산악회 대부분 맥 종주 팀은 전체를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눈 후, 차례로 진행한다. 다만, 매주 달리는 건 힘들어 격주다. 53기 또한 마찬가지라, 문제의 구간은 11월 초에 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11월은 산방(산불방지를 위한 입산 금지) 기간인데, 국립공원은 특정 구간을 제외하고는 다 입산금지다. 37구간 계획을 공지할 때만 해도 산방 기간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가, 산행 일이 다가와서야 그걸 깨닫고, 다음 해인 2023년 1월로 연기했다. 물론, 신청자 중 몇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후 백두대간 연결을 위해 2023년 1월만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우천으로 취소자가 속출해 5월로 연기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고로 2022년 10월 10일 취소, 2022년 11월 9일 연기, 2023년 1월 18일 연기 등, 총 3번이나 취소 또는 연기돼, 네 번 만에 실행에 옮기는 산행이다. 물론 중간에 대중교통 또는 산악회와 대중교통을 혼합해 진고개, 구룡령 구간을 다 달리지 않고, 대간 연결에 필요한 두로봉, 구룡령 구간만 진행하는 방안도 마련했었다. 먼저 취소, 연기의 반복으로 기다리는 데 지쳤고, 다음으로 중복되는 구간을 달릴 이유가 없고, 다른 무엇보다 무박 산행이 싫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눈 딱 감고 무박으로 한번에 달리는 것만 못해, 세웠던 계획을 접고, 안내산악회의 산행 일만 손꼽아 기다렸다.
백두대간 종주가 목표인 대간꾼 또는 산꾼이 생각보다 많고, 특히 각 구간 내에 있는 국립공원은 입산 금지 기간이 많아, 다른 구간처럼 늘 진행하는 산행이 아니다. 해서 이 주 전까지만 해도, 대기자가 차 한 대를 더 채울 정도였으나, 막상 산행일 일주일 전부터 취소자가 속출하더니, 현재는 28인승 버스의 4자리가 비었다. 그렇게 급변한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인솔 대장의 특성과 관련이 있는 거로 보인다. 다른 인솔 대장이라면, 버스 한 대를 채우고, 다른 한 대의 성원을 채우는 대기자가 있으면, 바로 증차하는데, 이 대장은 백두대간 종주를 진행함에도 법을 따진다. 해서 비법정 구간은 종주에서 빼버리기까지 하는데, 이 구간의 일부가 비법정이라, 버스 두 대의 승객은 부담스러운 거 같다. 대기자는 이런 특성을 모르고 마냥 기다리다가, 산행 일이 다가옴에도 증차하지 않자,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리고, 초창기에 신청한 사람 중 몇은 신청 후, 잊고 있다가 산행 일이 다가오자, 페널티를 물기 전에 취소했다. 물론 그중에는 어쩔 수 없어 취소한 산꾼이나 대간꾼도 있다.
산행 당일인 5월 18일, 기상청의 오대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영상 10도 내외의 기온에 종일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로 약간 춥기는 하겠지만, 산행에는 최적이다. 다만, 습도가 높은 게 약간 걸린다. 복장은 지난 성삼재, 주촌 구간을 달릴 때[산행기]와 같은, 바지는 여름용, 윗도리는 간절기용, 혹시 모를 비와 추위에 대비해 겨울용 바람막이를 입고 간다. 그리고, 과거 구룡령휴게소, 현재는 구룡령 백두대간 방문자센터에서 씻을 수 있을 거 같아, 갈아입을 속옷과 여벌의 옷도 가져갈 예정이다. 무박 산행이라, 아침과 점심 두 끼를 해결해야 하는데, 아침은 불광역 24시간 김밥으로, 점심은 비상식으로 허기를 채운 후 구룡령 간이 식당에서 먹을 예정이다.
물론 영업한다는 전제하에. 만약에 대비해 혼자가 아니면 버너와 코펠을 들고 가 라면을 끓이겠지만, 혼산이라 번거로운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해서, 늘 들고 다니는 비상식 외에, 얼린 와플과 지난 상정바위산에서 물이 부족해 힘들었던 기억에, 얼린 차 1.5L, 보통의 차 500mL와 물론 오이에 사과, 오렌지도 준비했다. 어쨌든 구룡령은 세 번째고, 진고개는 91년인가 92년 처음 방문한 이후, 이것저것 뒤져봐야 셀 수 있을 정도로 산행 들머리였는데, 이번 산행 후에는 다시 방문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절주 중이나, 무박 산행에서 중요한 게 버스에서 자는 거라, 늦은 저녁을 먹으며, 설악산 성골에서 채취한 영지로 담은 술을 30도 뻘갱이와 혼합한 수면제를 마셨다.
2 - 1
불광역에서 23시 5분 열차를 타면, 양재역에 23시 45분 도착이라, 22시 45분경 준비한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15분이면 충분히 불광역까지 걸어갈 수 있으나, 역 직전 24시 김밥집에 들르기 위함이다. 거기다 영업 여부가 불투명해 여차하면 길을 건너 다른 24시 김밥집에서 사야 해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나섰다. 10시 58분경 김밥집 앞에 도착하니, 매장에 손님은 없지만, 영업 중이다. 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김밥 하나를 주문하며 가격을 보니, 길 건너와 같다. 하긴 틈새 상품이 아니라, 매장과 같이 운영하려면, 그 정도는 받아야 수지가 맞을 거라고 이해는 하지만, 짜장과 같이 김밥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아닌 세상이 됐다. 그런데, 이 집은 등산객이 많이 찾아 미리 싸둔 김밥인 건너와 달리 즉석에서 싸서 준다. 그럼, 이 집이 더 낫나?
막 싼 김밥을 배낭에 넣고, 역으로 내려가, 개찰 후 계단으로 승차장으로 내려가는데, 무언가 변한 느낌이다. 해서 그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가판대다! 가판대가 없어졌다. 해서 이 글 쓰며, '지하철 승차장 매점'으로 구글링 해봤다. 승객의 이동을 방해하고, 비상시 대피에 문제가 있어 철거한다는 2018년 3월 25일 기사가 있다. 이후 다른 기사가 없는 거로 봐선, 철거 원칙에 변화가 없고, 차례로 철거 중인 거 같다. 그리고 정식명칭은 ‘가판대’가 아니라, 정식 명칭은 '통합판매대'다. 하나 배웠다. 그런데, 다른 역은 모르겠지만, 불광역은 비상시나, 이동을 방해하는 걸 떠나, 기본적으로 뭘 사고파는 걸 본 적이 없어, 이걸로 먹고 살 수 있나, 늘 의문이었는데, 장사가 되지 않아, 철거한다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
예정대로 11시 5분 오금행 열차를 타고 11시 46분경 양재역에 도착해, 바로 나가봐야 할 일도 없어, 승차장의 대기 의자에 앉아, 오대산의 산악날씨를 확인했다. 현재 내일이 아니라 오늘 날씬데, 오전 8시 45분에 확인한 것과 다르다. 13시부터 비다! 산행 시작 시각과 소요 시간 책정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나,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우중 산행이다. 오전 예보가 하루 종일 흐린 날씨인 게 불안해, 비에 대비해 우의 대용으로 겨울용 바람막이를 가져온 건 신의 한 수다. 그걸 자찬하면, 12번 출구로 나가, 인적 없는 인도를 따라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며 보니, 너덧의 등산객만 서성이고 있다. 이 시간에 여기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는 진고개로 향하는 게 유일하니, 저들은 나와 같은 일행이다. 길 건너에서 버스가 오는 방향을 주시하며, 같은 방향의 일행을 관찰하고 있는데, 11시 57분 도착했다.
짐칸에 배낭을 넣고, 버스에 탔는데, 출발을 안 하는 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승객이 있는 거 같다. 좀 있자, 인솔 대장 마지막으로 인원 확인 후 예정보다 2분 늦은, 12시 2분에 다음 정류장인 복정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복정역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백두대간 상의 주요 고개이자, 이번 대간 연결 산행의 들머리인 진고개로 향했다. 추후 대장에 따르면, 24명이 이번 산행을 신청했으나, 산행에 참여한 건 대장 포함 22명이다. 고로 2명은 회비를 내고 불참한 거다. 하긴 나도 술 덕분에 두 번이나 참석 못 한 전과가 있다. 버스가 국립외교원 앞을 떠나는 순간, 버스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로, 수면제의 효과를 빌려 바로 잠이 들었다. 중간중간 비몽사몽 상태가 있기는 했으나, 잘 자고 있는데, 실내등이 들어오더니, 버스가 정차한다. 휴게소다. 무시하고 잤다. 고로 어느 휴게소인지 모른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익히 아는 바라 계속 잠을 청하고 있는데, 이 구간 산행에 보통 11시간을 책정하는데, 이번에는 1시간을 더 추가해 12시간으로 한다는 거다. 그리고 2시 30분이면 진고개 도착 예정이라, 마감은 14시 30분으로 하겠다고 발표하며, 20분 정도 있으면, 도착할 거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응? 진고개가 2시간 반 거리에 불과했나? 2시간 정도 자고, 25km를 달려야 한다고? 그럼 20분이라도 더 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 대장이 두로봉에서 신배령까지의 비탐방 구간 통과 방법에 관한 얘기를 시작하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바로 했다. 이후,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고, 등산화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미니 스패츠를 착용하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버스가 힘겹게 진고개를 향해 올라가는 동안, 자고 있던 대간꾼도 일어나, 등산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그러자, 인솔 대장이 추가로 몇 가지를 더 언급했다. 산행 후 배낭은 반드시 짐칸에, 버스 내에서 등산화를 벗는 일이 없도록 하고, 지금 시기에도 흐르는지 모르겠지만, 조침령으로 가는 계단 아래 쫄쫄 흐르는 작은 계곡이 구룡령에서 씻을 수 있는 유일한 물이니, 일찍 도착한 사람은 그 물을 받아 씻고, 벗은 등산화는 짐칸에 넣든가, 아니면 비닐봉지에 넣고 잘 봉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말을 듣자, '응? 백두대간 방문자 센터는?'하고 묻고 싶었으나, 질문할 상황이 아니다. 이어서, 가장 중요한, 통행료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버스도 진고개에 승객을 내려주고 바로 떠나니, 산행 중 필요한 장비를 두고 내리는 일이 없도록 하고, 내리자마자 뭉쳐서 동대산으로 바로 출발하고 했다. 끝으로, 두로봉까지 뭉쳐서 가고, 혹시 먼저 도착하는 산꾼은 다른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며, 동대산 정상석과 두로봉 정상목 앞에서 인원 점검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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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32분경 버스가 진고개 주차장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멘 후, 핸드폰과 스마트 워치의 등산 앱을 기동하고, 이미 익히 알고 있으나, 진고개의 고도를 확인했다. 990m! 오차를 고려하면, 970m가 조금 안 된다. 천이 넘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다. 그럼. 익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동대산이 1,400m가 넘으니, 500m 가까운 표고차나, 다른 산행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미처 버스 내에서 산행 준비를 못 한 대간꾼이 산행 준비를 하는 동안, 진고개 표지석을 찾았으나, 어두워 안 보인다. 표지석이 없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지금 그걸 찾아 헤맬 시간은 없고, 다른 일행의 등산 준비가 대충 끝나는 걸 보고, 길을 건너 동대산 입구로 갔다. 2019년 2월 오대산 종주 이후 처음이니[산행기], 4년만인가?
진고개 표지석을 찾지 못해 기록으로 남기 못 했으니, 들머리에 있는 지도라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이후 일렬로 줄을 서서 동대산을 향해 출발했다. 와중에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생태다리를 기록으로 남겼다. 이번에 기록으로 남기기 전까지는 생태다리라고는 생각 못 하고, 도로를 내기 위해 산을 뚫은 터널로 알고 있었는데, 다리가 보이는 위치에 생태다리에 관한 글을 보고 알았다. 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노인봉 산행을 위해 진고개에 처음 왔던, 1995년경에는 다리든 터널이든 못 본 거 같다[기사]. 이후 보이는 게 없으니, 그저 앞뒤로 보이는 랜턴 빛에 의지해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보며, 올라, 3시 24분에 동대산 0.1km 이정표를 통과했다. 평소라면 추월했지만, 그래봐야 정상에서 모두 도착하기를 기다려야 해 페이스에 맞지는 않으나, 줄에서 이탈하지는 않았다.
이정표를 통과하자, 등산 앱이 동대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어두워 보이는 게 없지만,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3시 26분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먼저 올라온 대간꾼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있다. 동대산과 두로봉이 까만 소 백두대간 인증처라, 인증 중인 대간꾼은 도착하면, 인증 찍사 노릇을 하겠다고 자처한 산꾼에게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넘겨주고 차례로 정상석 옆으로 갔다. 그리고 인증이 필요한 다른 대간꾼은 차례를 기다리며, 랜턴 빛으로 조명을 밝혀주고, 이게 다 시간을 줄이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다. 그들이 인증을 남기는 동안, 대장이 인원을 확인했다. 19명으로 3명이 부족해 수소문해 보니, 이미 동대산을 찍고 두로봉으로 향했다는 거다. 동대산에서 점검하기로 했는데, 먼저 출발해 다들 약간 짜증이 났다. 다만, 입장료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두로봉에서는 기다려 주기를 바랄 뿐이었으나, 대장이 그들을 잡겠다고 서둘러 출발해, 인증이 필요 없어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나도 그 뒤를 따랐다.
동트기 전이라 어두운 백두대간 상의 등산로를 따라 두로봉까지 6.7km를 빠르게 가는데, 애초 계획은 기상하자마자 밟는 절차를 진고개 화장실에서 치를 예정이었으나, 서둘러 출발하는 바람에 해소하지 못해 아랫배가 슬슬 아파진다. 와중에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나, 동대산 0.6km 이정표를 통과하며, 물을 마실까 하다가, 얼린 차 옆에 있는 오이가 생각나 꺼냈다. 그러다, 오대산신이 원해 아까운 오이 조각 하나를 떨어트렸다. 산신이 원하는 걸, 다시 줍는다는 건, 산꾼이 할 일이 아니라, 다른 조각을 꺼내 먹으며, 대장의 뒤를 따라갔다. 사진의 오이를 비추는 조명은 헤드 랜턴으로, 머리를 압박하는 느낌을 싫어해 모자도 잘 안 쓰는 인간이라, 머리가 아니라, 배낭의 가슴 벨트에 매달았다. 3시 57분, 두로봉 5km 이정표를 통과하고, 조금 더 가자, 대장이 같이 가는 산꾼의 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응? 여기에 사진 찍을 만한 게 있었나, 궁금해하며 다가가 보니, 거대한 차돌이다!
그 옆에는 지도와 이정표가 있고, 이정표 기둥에는 '차돌백이' 명패가 붙어 있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대장의 뒤를 따라, 4시 30분 동대산 3.1km 이정표를 통과하자, 등산 앱이 알림을 울린다. 응? 이 부근에 주요 고지가 있었나? 궁금해하며,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만 보를 걸었다는 메시지다. 등산 앱이 만보기 기능을 추가한 이후 제멋대로 기동하고, 만보기 기능을 켜라는 메시지를 보내, 이걸 삭제하고 다른 등산 앱으로 갈아탈까 고민 중인데, 와중에 기능을 켜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켜서 기록까지 했다. 일단 이번 산행 종료 후에 그동안 기록이 아까워 계속 쓰고 있는 걸 삭제하는 방향으로 심각하게 고민해 보기로 하고, 일단 그대로 두고 가, 두로봉 3.0km 이정표를 통과하자 날이 서서히 밝아 오고 저 앞으로 두로봉이 보인다.
두로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동안, 날 추월한 일행의 뒤를 따라, 5시 14분 두로봉 1.2km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러자. 등산로가 지금까지 완만한 기복에서 급경사로 바뀌며 위로 올라간다. 숨을 헐떡이며, 날 추월했던 모두를 다시 추월해 위로 가, 두로봉 0.6km 이정표에 도착하니, 오른쪽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보여, 그리로 갔다. 전망대라고 해봐야 이정표에서 10m가 조금 넘는 거리에, 일부분만 나무가 없어, 동해가 보일 뿐 좌우는 여전히 울창한 숲이다. 와중에 날이 흐려 조망이 좋지 않으나, 이미 떠오른 해가 반가워, 그걸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갔다. 이후 다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돌아 나와, 앞의 울창한 숲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두루봉을 바라보며 가, 5시 35분에 두로봉 0.3km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리고 급경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7분가량 올라가니, 등산 앱이 두로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아주 당연히 동영상 찍을 준비를 하며, 조금 가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금줄을 둘러친 쉼터 앞에 해를 배경으로 서 있는 두로봉 정상목이 있다. 고로 동영상을 찍을 틈이 없어, 못 찍었다. 웅성거리는 소리는 대장과 그의 일행 한 사람, 그리고 대장이 잡겠다고 서둘러 따라온, 출발하지 않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세 명의 마라토너다. 역시 마라토너의 의리는 대단하다. 다만, 마라토너답게 헐벗은 복장인데, 산꾼을 기다리느라 추위에 많이 떨었을 거 같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 마라토너가 추워 죽을 뻔했다고 하소연이다. 정상목 옆 이정표는 동대산과 비로봉을 가리킬 뿐 이번 산행의 목표인 응복산이나 구룡령에 관한 정보는 없다. 그리고 2019년 2월 오대산 종주 산행 때도 여기서 좌회전해 비로봉으로 향했다. 말인즉 여기서부터 구룡령까지 초면이라는 거다.
역시 동대산과 같이 인증이 필요한 대간꾼은 해와 정상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마라토너 3명이 다른 산꾼을 기다린 이유는 모두 함께 금줄을 넘기 위함이라, 인증이 필요 없다고 먼저 출발할 상황이 아니다. 멍청히 인증이 끝나기를 기다리기 지겨워 핸드폰으로 셀카나, 주변 경치를 기록으로 남긴 후 출발 전에 목을 축일 필요도 있어, 여기까지 오는 동안 거의 다 마셔, 얼마 남지 않은 물을 마저 마셨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인증을 남긴 대장이 인원을 점검했다. 동대산과는 달리, 먼저 간 사람은 없으나, 2명이 도착 전이다. 해서 그들을 기다려야 하나, 설왕설래하고 있는데, 한쪽 구석에 있던 산꾼이, 자신이 뒤에 처진 두 명의 여성과 같이 오다가, 그들을 뒤로하고 먼저 왔는데, 그들이 그에게 대장을 만나면, '입장료 내라면 내고 갈 테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는 거다.
5시 47분에 산꾼, 대간꾼, 마라토너 등 총 20명이 일제히 금줄을 넘어, 양지에서 음지로 들어갔다. 여기서부터는 초면이라, 혹시 주요 모습 중 놓치는 장면이 있을지 몰라, 동영상을 찍으며, 2분가량 가자, 두로봉 정상석이 반겨준다. 백두대간 산행기를 볼 때마다 등장하는 걸로, 2019년 2월 오대산 종주 때 저걸 만났는지 못 만났는지, 기억이 없어 혼란스러웠는데, 드디어 만났다. 대장이 버스에서 신신당부하기를 절대 저걸 배경으로 인증을 찍겠다고,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고, 정 필요한 사람은 재빨리 셀카를 찍고 가야 한다고 해, 서넛이 셀카를 찍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위험지역을 통과하자 대장이 여기서부터는 각자 페이스대로 가라고 하고는 본인은 일행과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숲으로 들어가 의자를 펴고 자리를 잡는 게 아침을 먹을 모양이다. 그들을 뒤로하고, 급경사를 내려가는데, 숲 사이로 보이는 완만한 곡선의 백두대간이 장관이라 기록으로 남겼다. 저 모습이 늘 말하는 한국의 곡선이겠지?!
진고개를 떠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랫배의 고통이 점점 심해져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태라, 두로봉에서 고개를 향해 내려가며 등산로 주변을 살폈는데, 마침 왼쪽 숲으로 적당한 곳이 보인다. 해서 등산로에서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 땅을 파고, 노폐물을 배출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10여 미터 거리의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 응? 과거에는 여기가 등산로였나? 볼일을 다 보고, 흙으로 잘 덮은 후, 배낭을 둘러메고, 리본이 매달린 나무로 가서 정체를 확인했다. '용인 백두대간 6기 종주대'로, '독수리 날개님 추모산행'이다. '독수리 날개'라는 별명을 가진 산꾼을 추모하며, 백두대간을 달리는 의리의 산꾼이다! 리본의 정체 확인이 끝나고, 6시 5분 20여 미터 거리의 등산로로 돌아와, 다시 대간을 따라 북진했다.
6시 14분에 돌아가라는 경고문을 보자, '아니,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가는 것보다, 계속 가는 게 더 빠를 거!'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가는데, 길은 웬만한 국립공원 등산로보다 좋아 생각보다 빠르게 가는데, 음지답게 이정표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그 길 좌우에는 야생화가 만발해 그걸 찍는다는 핑계로 가끔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그 길을 따라가면 갈수록 기시감이 든다. 백두대간 종주도 끝나가고, 웬만한 큰 산의 종주는 거의 다 했으니, 해발 천이 넘는데, 거의 평지처럼 보이는 완만한 능선이 한국 산에 흔한 게 아니다. 2019년 8월 안개자니골 산행[산행기]과 2022년 6월 진고개에서 대관령까지 달렸을 때[산행기] 만난, 노인봉에서 소황병산 구간에서 같은 이유로 감탄했다는 게 기억났다. 여기나 거기나 오대산 국립공원 내다! 한국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광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게 개방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다가, 역으로 그래서 보호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딜레마다!
현재 시각 7시, 볼일도 보고 했으니, 배가 고프다. 비록 인솔 대장이 산행 전 구룡령 간이 식당의 주인장인 '희주 할머니'에게 ‘나와 주십사’ 전화했다고 언급했고, 목표 마감이 12시지만, 초면의 백두대간이라 달려야 할 능선 상태를 모른다. 고로 구룡령 도착 시간을 예측할 수 없어, 준비한 김밥은 아껴 먹기로 했다. 해서 배낭 허리 주머니에서 먼저 사탕을 꺼내 녹여 먹은 후, 에너지바를 먹으며 갔다. 그러다, 이정표고 뭐고 없는 구간이라, 어느 정도 왔나, 궁금해 맥 산행에 특화된 등산 앱의 지도로 확인했다. 기대했던 만월봉은 아직 멀었으나, 조금만 더 가면 사거리다! 정확했다. 갑자기 대간이 아래로 향하더니, 저 앞에 금줄과 뒷면이라 내용은 보이지 않으나, 출입 금지 경고문이라 생각되는 입간판이 서 있다.
7시 12분에 금줄을 넘어, 음지에서 양지로 넘어가, 뒤를 돌아보니, 뒤에서 두 명이 따라오고 있고, 예상대로 입간판은 출입 금지 경고문이다. 그리고 여기는 신배령이다. 과거 응복산, 약수산 등 천고지 산행 계획을 세울 때 구룡령에서 신배령까지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당연히 국립공원이나 산림청에서 이정표 정도는 세웠을 거로 생각했는데, 김성연이라는 대간꾼이 명패를 만들어 나무에 매달아 '신배령'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고개에서 봉우리로 올라가야 하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10분 정도 가자, 다시 금줄이다. 금줄을 친 이유를 알려주는 입간판 또는 거기에 매달린 안내문조차 없다. 추측건대, 지도상에 흔적이 남아 있는 거 같은데, 애초 보호 지역은 시작은 신배령에서 조금 올라온 여기가 아니었을까? 이후 신배령으로 후퇴하면서, 금줄은 두고, 경고문만 철거한 게 아닐까?
신배령 전 과거 음지와 양지를 구분하는 금줄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 길을 가로막고 있는 줄의 용도를 확인하지 못한 채, 주위의 야생화를 기록으로 남기며, 등산로이자 백두대간의 능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7시 32분에 만월봉 1.3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했는데, 이정표에 의하면 분명 삼거리인데, 만월봉 방향 외에는 정보가 없다. 의도적으로 제거한 건지, 풍화에 없어진 건지 정확하지 않으나, 의도적으로 제거한 거로 보인다. 과거 우회했던 길이 어떤 이유로 현재는 폐쇄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며, 북으로 가는데, 목표한 마감 시간을 달성하려면, 체력이 바닥나기 전 에너지원을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어제 준비한 김밥을 평소처럼 가면서 먹을 건지, 쉬면서 먹을 건지 잠깐 고민했다. 결론은 평소와 다른 거리의 산행이니, 휴식 또한 필요해, 적당한 식당을 찾으며 갔다.
식당에 최적인 바위가 보이지 않는 구간이라 그저 엉덩이를 땅바닥에 두지 않아도 좋을 만한 쓰러진 나무 정도면 만족하겠다는 생각으로 고개로 향하다, 오른쪽에서 기묘한 형태로 자란 나무를 발견했다. 그중 가장 굵은 밑동에서 1m 정도 자라다가, 3개로 나눠진 지점이 의자로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내려가다 말고 다시 올라와 그 나무로 갔다. 거기다 등산로에서도 10여 미터 거리에 있고, 주의해 보지 않으면 대간꾼이 발견하기 힘든 장소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나무의 다른 줄기에 배낭을 두고, 중턱에 걸터앉아, 김밥을 먹었다. 그러다 자리를 바로잡는 와중에 아까운 김밥 두 조각을 떨어트렸으나, 혼밥이 안타까워 합석하자는 산신의 신호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약간 부족한 감이 있으나, 김밥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등산로로 들어서, 밥을 먹는 동안 추월한 일행을 따라잡았다. 그 뒤에 바짝 붙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르자, 울창한 숲사이로 봉우리가 보이고, 조금 더 가자,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등산 앱 기준 해발 1,298m의 만월봉이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8시 13분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먼저 도착한 일행이 쉬거나, 정상석 대신 지도를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다. 공식 해발 1,281m의 천고지 봉우리나, 응복산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거 외에 별 감흥이 없어, 정상표지 역할을 하는 지도로 남은 구간 봉우리의 거리와 소요 시간을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긴 후 바로 떠났다. 응복산까지 1.5km, 40분, 거기서 약수산까지 4.8km, 2시간 45분 거리다. 끝으로 약수산에서 구룡령까지 1.9km, 1시간 거리라는 게 산림청 공식 자료로 그걸 합치면, 만월봉에서 구룡령까지 8.2km에 4시간 25분 거리다. 현재 시각 8시 13분, 12시 38분 구룡령 도착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대략 시간당 2.7km로 왔으니, 이 속도를 유지하면 3시간이 조금 더 걸려, 11시 30분 정도에 도착한다. 고로 목표인 12시보다 약간 빠르다.
만월봉을 떠나, 1분 정도 가자, 삼거리로 이정표가 있다. 그런데, 응복산 방향 하나만 멀쩡하고 나머지는 다 바닥에 떨어졌다. 누군가의 배를 채우기 위한 건지, 애초 예산이 턱없이 모자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드는 비용이 더 들 거 같다. 와중에 대간꾼이 떨어진 방향 표시를 위치에 맞게 이정표 기둥 주위에 배치했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가는데, 저 멀리 봉우리가 보인다. 거리로 보나, 높이로 보나, 응복산이다. 문제는 고개로 내려갔다 올라가야 해 걱정하며 갔는데, 생각보다 빠른 8시 48분에 응복산 반경 50m 내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8시 49분에 164번째 천고지인 백두대간 응복산에 도착했다. 만월봉에서 8시 13분에 출발했으니, 36분이 걸려, 산림청 추정 40분보다, 4분이 빠르지만,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다.
삼거리인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이정표 기둥에 정상석이 아니라, 대리석에 동판을 박은 표지가 기대 있다. 이정표는 직진 방향에서 왼쪽으로 약간 틀어진 곳을 가리키며 '구룡령 6.71km'라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모든 대한민국 산악회 리본은 다 매단 거로 보이는 나뭇가지는 좌회전하는 등산로 위에 있다. 대간은 직진이 아니라, 좌회전이고, 이정표가 우로 좀 많이 틀어져 있는 거로 결론 내렸다. 그리고 164번째 천고지 도착 기념 인증을 남기려고,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여기까지 거의 같이 온 산꾼에게 부탁하려는 순간, 직진 방향에서 대간꾼으로 보이는 두 명이 올라온다. 그들을 보고, 구룡령에서 출발한 대간꾼이라 여겨, 이정표는 맞고, 산악회 리본의 방향에 문제가 있는 거로 처음 생각을 수정하고, 반갑게 인사하려는데, 같이 도착한 산꾼이 '알바하셨네요!' 한다. 난 몰라봤으나, 그는 그 둘이 우리 일행이라는 걸 바로 알았다.
막 올라온 두 사람이 좀 떨어진 거리에서 가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옆의 산꾼이, 인솔 대장이 정상석 뒤로 잘 정비된 등산로 같은 길이 있으나, 그 방향으로 가면 안 되고, 좌회전하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혼잣말처럼 한다. 물론 나도 그 말 들었으나, 두로봉으로 들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면, 응복산이 맞다. 내가 비몽사몽 중에 들어 헷갈렸나? 어쨌든 알바한 두 사람 중 한 명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기고, 일행을 기다리는 산꾼을 뒤로하고, 그 둘을 따라 응복산을 떠났다. 응복산 하산로를 따라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가, 8시 57분에 명개리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의 이정표에 따르면, 명개리는 1.3km, 약수산 5.04km, 구룡령 6.42km다. 당연히 구룡령으로 향해, 7분 정도, 가자, 앞에 완만한 봉우리가 보인다. 약수산이라기에는 너무 가깝다. 약수산까지 5km가 넘으니, 그 구간에 최소 4개 이상의 힘든 봉우리가 있을 거로 예상했는데, 그중 하나다.
9시 22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봉우리 정상에 도착하자, 갈림길은 아니나, 이정표가 있고, 그 위 나뭇가지에는 산악회 리본이 잔뜩 달려있다. 분위기로 봐서는 중요한 봉우리가 같은데, 어떠한 정보도 없다. 해서 등산 앱에는 어떤 정보가 있을까? 확인했다. 없다. 다만, 앞에 '마늘'이라는 이름을 가진 생소한 봉우리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무명의 봉우리를 떠나, 18분 정도 간, 9시 30분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마늘봉이다. 그런데 경사가 심상치 않다. 해서 야생화를 찍는다는 핑계로 중간중간 쉬면서 올라, 9시 33분에 이정표에 누군가 칼로 긁어 '마늘'이라 새긴 정상에 도착했다. 여기도 산악회 리본이 많이 매달린 걸 보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봉우리로 보이나, 공식적인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바로 앞에 더 높은 봉우리가 있고, 다른 등산 앱은 그 봉우리를 마늘봉으로 칭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봉우리를 선택한 대간꾼이 많은 이유는 뭘까?
다시 길을 재촉해 맥에 특화된 등산 앱이 마늘봉이라 칭한 봉우리를 향해 힘겹게 오르는데, 10시가 넘으니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지금까지 아껴왔던, 마지막 한 조각의 오이를 꺼냈다. 그걸 먹으며 급경사를 올라, 10시 4분 구룡령 3.98km, 약수산 2.6km의 이정표가 있는 무명봉 정상에 도착했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진고개까지 18.02km다. 그럼,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도상 거리 22km라는 얘기다. 그리고 정상에서 진행 방향으로 높은 봉우리가 보이는데, 거리로 보나, 높이로 보나, 약수산은 아니다. 고로 이미 예상했던 4개 이상의 봉우리 중 하나다. 제발 저 봉우리가 약수산 직전의 마지막 봉우리이기를 빌며, 무명봉에서 내려가 그 봉으로 향했다.
지칠 대로 지쳐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작은 기복을 오르내리다가, 다시 급경사를 어느 정도 올라가자,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무명봉 정상에서 본 봉우리다. 앱이 도착을 알릴 정도면 이름있는 봉이라,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아미'다! 높이는 1,300m에 약간 못 미친다. 반경 50m 내니 더 올라가야 한다. 낑낑대며 정상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정상석이나 표지 따위는 없고, 구룡령 3.23km 이정표만 덩그러니 서 있다. 아, '숲의 기능'을 알리는 안내문도. 고로 대간꾼이 아미봉이라 부르는 이 봉우리의 공식 높이는 모른다. 약수산까지의 거리에 관한 정보는 없으나, 이전 이정표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1.85km다. 양 봉우리의 거리에 따라 중간에 올라야 할 봉우리 수와 높이가 결정되는 게 한국 산이라, 거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 경험상 1km 구간의 능선에는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최소 하나 이상 있다. 고로 약수산까지 최소 봉우리 두 개는 넘어야 한다. 남은 체력의, 최후의 한 방울까지 뽑아내는 게 백두대간이다.
다시 길을 재촉해 아미봉에서 9분가량 내려오자, 서 있는 이정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고작 9분가량 내려왔을 뿐인데, 구룡령까지 2.16km 남았다. 고로 약수산까지는 1km도 안 된다. 3을 2로 잘 못 표기한 거라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게 그럼, 9분 동안, 고작 70m 내려왔다. 어떻게 계산해도 말이 안 되는 이정표다! 그 이정표를 지나, 5분가량 가자, 앞의 울창한 숲 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약수산이면 좋겠지만, 아니다. 지도에 봉우리에 관한 언급이 없는 걸 보면 무명봉이다. 백두대간을 따라 만개한 철쭉을 감상하며, 다시 5분을 가자, 또 이정표다. 갈림길도 아닌데, 이정표도 많다. 구룡령 2.8km다. 고로 무명봉에서 0.43km 거리에 있는 이정표다. 그런데. 이정표끼리 거리가 부합하지도 않는 게, 전혀 쓸모가 없다.
10분 정도 올라가자, 또 이정표다. 구룡령 1.88km, 약수산 0.5km! 현재 시각 10시 50분! 늦어도 12시 이전 구룡령 도착이다. 목표보다는 빠르나, 만월봉에서 계산한 거보다는 조금 늦다. 물론, 산림청 기준보다는 아주 빠르다. 그런데, 이정표에서 10분가량 가자, 땅에 나무를 박아 만든 계단이 끝없이 올라간다. 남은 힘을 끌어모아 계단을 오르자, 지금까지 흙산이었는데, 여기부터는 암봉이다. 당연히 전망대다. 거기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조망이 아니라, 바위에 박혀 있는 추모 동판이다. 새벽에 두로봉에서 내려와 하루를 시작하는 첫 과제를 해결하고 있을 때 발견한 '용인 백두대간 6기 종주대'의 리본에 있던, 별명 '독수리 날개' 추모 동판으로, 5기 종주대가 설치했다. 혹시 대간 종주 중, 여기서? 묵념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 후, 날이 흐려 시야가 넓지는 않으나, 최대한 많은 걸 담으려 노력했다. 저 아래 산 중턱의 도로가 구룡령으로 올라가는 국도다. 그리고 왼쪽의 능선이, 구룡령으로 내려가는 백두대간이다.
감상할 거 감상한 후, 구룡령으로 내려가는 백두대간을 보고, 약간 안심했다. 약수산에서 구룡령까지 1km가 넘는다. 한국 산 특성에 따르면 그 구간 내에 비슷한 표고차의 봉우리가 최소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이거다 하는 봉우리가 보이지 않아서다. 물론 사각지대에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전망대에서 대간으로 돌아와 약수산 정상을 향해 10m 정도 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다 왔다. 약수산이다. 역시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해, 11시 12분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바위 능선이라 길이 쉽지 않고, 정상 또한 바위 봉우리라, 정상석이 아니라 정상동판도 애매한 위치다. 문제는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아 인증 찍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물론 주위에 아무도 없다. 해서 주변의 돌을 주워 핸드폰을 기대 놓고 인증을 남겼다. 해서 기록이 정상이 아니다.
정식으로 목록에 추가하지는 않았으나, 천고지 중 하나인 약수산 정상 인증을 어떻게든 남기고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해 11시 34분에 구룡령 0.6km 이정표를 통과했다. 왼쪽은 '길 없음'이다! 급경사의 계단과 돌길을 지나, 구룡령 생태다리의 출입 금지 팻말을 보며, 왜 인간은 못 건너게 할까 곰곰이 생각하며 계속 내려갔다. 그리고 11시 47분 저 앞에 거대한 백두대간 구룡령 표지석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니,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봉우리가 아니면, 동영상을 찍지 않으나, 그럼에도 등산 앱이 주요 마일스톤이라니, 영상을 찍으며 내려가, 11시 48분에 도착했다. 이게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백두대간 연결 산행이자, 164번째 천고지인 응복산행을 마감한 시각이다.
3
11시 48분 백두대간 진고개, 구룡령 산행을 마감하고, 간이 식당 야외 식탁에 앉아 있는 면면을 살펴보니, 일행은 몇이 안 된다. 최소 열 명은 나보다 앞섰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 외는 관광객 또는 구룡령을 넘는 운전자로, 말 그대로 휴식 중이다. 주변 파악이 끝나고, 인솔 대장이 앉아 있는 식탁을 지나자, '수고했다!'라고 인사해, 답례 후 야외의 세 개 식탁에 라면이 보이지 않아, 먹을 만한 게 뭐가 있냐고 물었다. 지난밤 수면제의 영향인지, 얼큰한 라면을 먹고 싶었다. 그런데, ‘묵무침’과 ‘감자전’ 외에는 없단다. 그럼, 먼저 씻을 생각으로 계곡물은 잘 흐르는지 묻자, 찔끔찔끔 떨어지는 거 받아서 씻으면 된다고. 찔끔거리든 뭐든 씻기로 하고, 슬리퍼로 갈아 신기 위해 버스를 찾았는데, 안 보여, '버스는?' 했더니, '12시 넘어야 올 겁니다!' 한다. 그래서 다들 안 씻은 거다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어, 간이 식당으로 들어가니, 두 개 식탁 중 하나는 부부가 차지했고, 다른 하나는 바빠서 치우지 못한 빈 그릇이 차지하고 있다. 배를 채울 수 있는 건 감자전과 묵무침 외에 없다는 걸 일행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혹시나 해서 다시 물었으나, 역시다! 해서 얼큰한 라면 대신 매콤한 묵무침을 주문하고 주인장에게 '어디 앉을까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내부를 둘러보더니, 외부의 평상을 가리키며, 의자를 들고 가서 저기 앉아도 된다고 해, 의자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배낭을 벗어 평상 한쪽 구석에 놓고, 간이 의자에 앉아, 등산화의 이물질을 제거하며, 주문한 묵무침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한 방울의 물을 맞았다. 예보에 의하면 13시 즉 1시부터 비인데, 1시간 빠르다. 웬 호들갑이냐는 주변의 반응을 무시하고, '비다' 외치고, 배낭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 그 사이 식재료를 배달하는 젊은 친구가 치운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 30초도 지나기 전, 본격적으로 비가 내린다. 조금만 늦었으면, 비를 맞을 뻔했다. 별거 아닌 걸로 호들갑 떤다고 쳐다보며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일행과 관광객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으나, 앉을 곳은 고사하고, 서 있을 공간도 없자, 야외 식탁 파라솔 아래 서 있다. 주문이 밀려, 묵무침이 언제 나올지 몰라, 먼저 막걸리를 달라고 해서, 무사 산행을 허락하고, 비를 피하게 해준 산신에게 감사하며, 한잔하고 있는데, 주인장, 즉 '희주 할머니'가 감자전을 들고 온다. '묵무침인데요.' 하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식재료 배달하는 친구도 이 손님 묵무침 시켰다고 거든다. 그러자 주인장이 둘 다 주문한 걸로 들었다고 해, 그냥 감자전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다. 그런데, 무언가 매콤한 게 필요해 김치는 없냐고 물어보자, 나물류를 준다.
그저 굶지 않는 것에 감사하며, 옆에 보이는 건물을 가리키고, 과거에는 저기가 휴게소였는데, '정말, 물이 없나?' 물었다. 없단다. 유일한 물은 찔끔찔끔 흐르는 작은 계곡물이 다라 그걸 큰 함지박에 받아서 쓴단다. 그래서 라면 등 물이 필요한 음식이 없다. 감자전이나, 묵무침은 집에서 준비해 오면 따로 물이 필요 없는 음식이다. 그릇도 씻을 수 없어, 비닐을 씌워 사용한다. 그럼, 과거 휴게소일 때는 물을 배달했거나, 펌프로 끌어 올린 건가? 어쨌든 갈수록 비가 강해지더니, 춥기까지 해,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밖에 어묵이 보여, 가격을 물었다. 1,000원! 3개를 달라고 해 같이 먹으며, 안으로 피한 일행과 합석 후 같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1시가 조금 넘어, 마지막 두 명의 대간꾼이 도착하는 걸 보고 계산하고 식당을 나와, 버스로 갔다.
역시 산신은 내 편이다. 비가 그쳤다. 이런 상태에서 씻는 건 쉽지 않고, 번거로운 일이라, 집에서 씻기로 하고, 버스에 탔다. 물론 씻지 않았으니, 등산화를 벗는 등 일행에게 피해를 줄 만한 행동은 하지 않고, 그나마 가장 편한, 잠자기 좋은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조금 지난, 1시 30분경 버스는 구룡령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예정보다 1시간가량 빠르다.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에 관해 총평한다.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쳐 고맙다는 뜻이다. 버스가 출발하자 다시 비가 내린다. 그 비를 감상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휴게소다.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 아니, 아직 국도야? 하며 볼일을 보고 나와 시계를 보니, 2시 46분이다. 애초 계획한 휴게소가 아니라, 급한 승객 덕에 들른 휴게소다.
급한 불을 끄고, 버스가 출발하자, 다시 잠이 들었다가 실내등이 들어와 깨어보니, 휴게소다. 이 구간에 휴게소라고는 가평밖에 없을 텐데 하며, 내려보니, 맞다. 가평이다. 볼일을 보러, 화장실로 가기 위해 건물로 가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분명 서울 방면 가평 휴게소라면 빵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역시 사람은 똑같은 모양이다. 처음 그 줄을 보고 뭔지 유심히 살펴보고, 구글링도 했다. 그리고 줄이 거의 없을 때, 두 상자를 사 와 먹어 보라고 가족에게 줬는데, 평이 별로다. 고로 가성비 나쁘다. 인싸로 불리는 누군가의 펌프질에 한때, 숫자를 제한해 팔아야 할 정도로, 잘 나가다가, ‘가성비가 나쁘다!’라는 소문이 나며, 파리 날리는 거 같다. 그나마 몇 사람이 줄 서 있어, 뭘 사나 봤더니, 그 빵이 아니다.
휴식이 끝나고, 3시 40분경 버스가 출발했는데, 이 고속도로가 늘 그렇듯이 서울 진입이 쉽지 않다. 직장인의 퇴근 시간 전에 집에 도착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5시 11분에 양재역에 도착했다. 고로 분명 퇴근 시간 전인데, 지하철은 만원이다.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하는 회사가 많나? 어쨌든 6시 20분경 집에 도착해, 먼저 땀에 절어, 아무리 빨아도 땀내가 가시지 않고, 절벽을 기어 다니거나, 엉덩이로 미끄러져, 무릎과 엉덩이 쪽에 구멍이 난, 바지에게 그동안 함께해 고맙다는 인사 후 버리는 거로, 2023년 두 번째 백두대간 연결 산행이자, 여섯 번째 천고지 산행인 응복산행을 종료했다.
안내산악회 백두대간 팀 구간 산행 계획 대로 '진고개 → 동대산 → 차돌백이 → 신선목이 → 두로봉 → 신배령 → 만월봉 → 응복산 → 마늘봉 → 아미봉 → 약수산 → 구룡령'의 23.8km(트랭글) 코스를 9시간 21분 동안 달렸다. 초행은 두로봉 정상석에서부터 구룡령까지의 15.3km는 초행이다. 이동 9시간 7분, 휴식 14분!
이번 산행으로 북진 기준 중산리에서 진부령까지의 백두대간 701km(산림청) 중 미시령에서 대간령까지의 6.9km만 이어주면 백두대간 종주 목표를 달성한다. 물론 진부령에서 칠절봉을 거쳐 향로봉까지도 이을 생각이나, 칠절봉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제든 갈 수 있으나, 그다음 향로봉까지는 뜻을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다.
보호구역으로 대간꾼, 등산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두로봉~신배령 구간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숲과 능선이라 개방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래서 보호 구역으로 통제하는 듯하다. 딜레마다! 노인봉에서 소황병산 구간도 비슷한 모습인데, 이 역시 보호 구역으로 통제 중이다.
의도한 건 아니나, 지리산 만복대, 치악산 비로봉, 고양산과 상정바위산에 이어 응복산과 약수산에 올라 계속 천고지 산행이다. 기상청 선정 아미산에 다녀온 후 164번째 천고지 봉화 달바위봉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