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짜리 ‘포항 해상케릭터공원’ 6년째 방치
전국 관광객 유치 ‘부푼 꿈’ 지진·코로나에 무너지고
시설 녹슬고 관광객들 외면… 시민들 “초심 회복해야”
100억원을 들여 조성한 포항 해상케릭터공원이 6년째 방치되고 있어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포항시는 2013년 6월부터 100억원을 들여 동빈큰다리 옆 바다에 공원, 음악분수, 파라고, 공연장을 갖춘 캐릭터해상공원을 국내 최초 ‘부력식’으로 조성, 2017년 7월 개장했다.
캐릭터해상공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소피루비, 가스파드앤리사 등 어린이가 좋아하는 다양한 만화영화 주인공 조형물을 설치했다.
40m 높이까지 물을 뿜는 고사분수대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올리며 인기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주요 장면을 워트스크린에 연출하는 음악분수대도 만들었다.
시는 뮤지컬 공연과 전국 규모의 캐릭터 챔피언십 대회도 유치하고 상시 가족단위 관람이 가능한 개그·버스킹 공연존도 만들기로 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국내 최초 포항운하와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 포항의 허파로 불리는 송도생태숲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잔뜩 기대했다.
개장 2개월 만에 전국에서 1만5천923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그해 11월 5일 규모 5.4 포항지진(1년 전 규모 5.8로 역대 최강 경주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 발생하기 전까지 4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려왔다.
포항지진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개장 1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당시 한 달간 찾은 관광객은 30명 남짓했다.
매표소는 한때 문을 닫았다. 공원 내 놀이기구도 철거되거나 덮개로 씌워졌다.
민간위탁이 종료된 2019년 1월의 방문객은 127명에 그쳤다. 이후부터 방문객 수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이로부터 5년 8개월 만에 포항 해상케릭터공원을 찾았다.
공원 안내판은 쓰러져 있었고, 매표소 등 시설물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빛바랜 캐릭터 로봇은 안쓰러워 보였고, 해상에는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녔다.
파손된 단자함, 녹슨 시설물, 떨어져 나간 안전망 등이 얼씨년스러웠다.
1시간 가량 취재하는 동안 이용객은 부산에서 온 관광객 5명뿐이었다.
김준엽(40대)씨 부부는 “인터넷을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헬로카봇이 설치된 포항해상케릭터공원을 알 수 있었다”며 “어제 경주를 관광한 뒤 포항서 1박하고 이곳에 오니 아무도,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휑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포항시민들은 “100억원을 들여 조성한 해상공원을 어떻게 수년째 방치할 수 있느냐. 지진이나 코로나 사태를 겪은 지도 오래됐다”며 “초심을 회복해서 인근 죽도시장과 송도해수욕장, 영일대해수욕장, 스카이워크, 스페이스워크 등 지역 대표 관광지들과 연계한다면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조영원 포항시의원은 “해상공원을 유지, 보수하는데 매년 평균 5천만원이 투입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찾지 않는 해상공원을 기한 없이 방치하는 것이 옳지 않다. 철거, 이전, 활성화 중 하나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진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용객들이 줄어 공원형태로 청소를 하고 있다”며 “해상케릭터공원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제2회 추경에 용역비 2천만원을 편성해두고 있다”고 했다.
/언론인홀리클럽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