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83. 일이 꼬이는 하루
날이 밝았다. 밀라가 부족한 재료를 가지고 아침 준비를 한다.
전 같으면 한국에서 뭔가 바리바리 싸 오곤 했는데 내 몸이 너무 힘들어서 이 번엔 빈 손이다.
필리핀 폰이 안 된다는게 괜히 좀 불안하다. 인터넷 연결도 안 되었으니 카톡도 안 되고 TV도 연결이 안 된다. 컴퓨터도 물론 안 된다.
우리집에 왔는데도 완전 오지에 떨어진 것 같다.
집에 오면 바로 쓰려고 사 놓았던 300페소짜리 로드를 꺼내어 새로 넣어 보려다 보니 아뿔사! 유효기간이 1월 말까지이다.
어제 공항에서 넣으려던 것도 아마 그래서 안 된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넉 달씩이나 늦다보니 로드도 3개월이 넘으면 안 되는 것이다. 미리 준비했던 로드가 돈만 2만원 날린 셈이다.
당장 급해서 Arnel을 시켜 우리 두 사람 폰에 300페소씩 충전을 해 오든지 아니면 새 로드를 사 오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not able 이라며 그냥 왔다. 뭐 이런 일이 있을까? 몇 군데 가게마다 로드가 다 떨어졌더라는 것이다. 이런 일은 살다 처음 본다.
할 수 없이 Arnel의 폰으로 인터넷 사장에게 문자를 보내달라고 했다.
서울에서 떠나기 전, 070 인터넷 전화로 내가 오늘 가게 되니 내일까지 우리 집에 라우터 유심을 보내주고 인터넷을 연결해 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 두었다. 그런데도 한나절이 다 되도록 오지 않는다.
문자를 보내자 곧 바로 답이 오고 잠시 후 사람이 왔다. 그런데 또 연결이 안 된다. 어제 오후부터 전 지역에 인터넷이 불통이고 TV도 다 먹통이니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모든 게 잘 거라고도 한다.
우리가 서울 있는 동안 자동차 보험도 만기가 넘었다.
그러다저러다 보니 오후가 되고 우리는 아무것도 못한 채 오지에 떨어진 이방인처럼 속수무책으로 산책만 한다.
집 앞의 망고나무에 기생해서 자란 식물에서 예쁜 꽃이 활짝 피어났다.
그러고 보니 웬일인지 포인세츄어 나무가 완전히 잘려지고 밑동만 남았다. 널부러진 가지들이 바람에 꺾이고 엉켜서 Arne이 모두 잘라냈다고 한다. 지금쯤 엄청 피었을텐데 아쉽다.
옆집은 한국에 가서 비어 있고, 그 옆집엔 손님이 많이 와서 바쁜 모양이다.
일찌감치 해는 지고 우리는 TV도 없이 멀뚱멀뚱 앉아서 밤을 맞는다. 아무 것도 해결한 게 없다.
그래도 소득이 있다면 햇볕 아래 많이 걸었다. 나는 지금 그게 젤 필요하니까.
첫댓글 정보화 으뜸 국에 살다
인터넷 등 걸핏하면 말썽을 부리는
나라에서 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군요.
한국과 외국/필리핀의 두집 살림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은 것은 당연하고
간단한 아파트 정도는 되겠지만
단독주택을 유지하는 데는 많운 문제가 있지라 …
이래저래 고생이지만
것이 도움이 될때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