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이창복 지음 『삶을 위한 죽음의 미학』
죽음의 미학
인간은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보편적으로 모든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두려움은 7가지로 말할 수 있다. 가난에 대한 두려움, 비판에 대한 두려움, 질병에 대한 두려움 실연에 대한 두려움, 자유 상실에 대한 두려움, 노화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라고 한다. 죽음에 대해 누구나 알고 있는 세가지는 반드시 죽는다, 혼자서 죽는다, 빈 손으로 죽는다는 사실이고, 모든 사람이 모르는 세 가지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어디서 죽을지 모른다,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직시하기 싫어하고 회피하고자 한다. 아마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 독문학사 최초 죽음 본격 연구, 불가사의하지만 매혹적인 죽음을 노래한 불멸의 명작들 속에서 인생의 본질적 의미를 탐구한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 독문학의 토대를 만든 독문학계 대부로 문학과 철학, 종교, 음악 등 다방면의 문화예술 영역을 아우르며 융합미학의 영역을 개척한 이창복 교수의 ‘삶을 위한 죽음의 미학’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철학 역사 종교 심리 예술을 넘나들며 죽음의 본질을 통합적으로 탐구하고 심미적인 해석을 시도한 우리 독문학계 최초의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어느 늦가을이었다. 길 위엔 낙엽이 치워지지 않은 채 수북이 쌓여 있었고, 발밑에 밟힌 낙엽이 바삭하며 부서지는 소리가 신음처럼 들려왔다. 가볍게 스치는 미풍에 낙엽이 춤추듯 너울거리며 내려왔다. 정말 아름다웠다. 순간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나도 저 낙엽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네!” “어렵죠,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아내가 알아듣고 건넨 말이다.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살 것인가 성찰해보게 만드는 순간이다.」
“모든 인간에겐 태어난 순간 하나의 화살이 쏘아진다. 그 화살은 날고 또 날아서 죽음의 순간에 그에게 이른다”는 독일의 소설가 장 파울의 말처럼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죽음과 만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죽음을 외면한 채 터부시하고 형이상학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죽음은 예부터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이었다.
이처럼 저자는 인생을 관통하는 문학 작품을 통해 인간의 죽음과 존재의 의미를 사색하고 성찰한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게 한다. 삶과 죽음의 아름다운 상호작용에서 제시되는 문제들이 비록 시대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지만 일관된 핵심적 주제가 있다. 시대를 초월해서 모든 인류에게, 아니, 오늘을 살고 있는 바로 우리에게 숙고와 해답을 요구하는 하나의 총괄적 질문을 던진다. 바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이다.
죽음이 삶에 준 의미
또한 이 책은 문학적으로 형성된 죽음이 삶에 어떤 의미로 작용했느냐를 고대와 중세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철학이나 신학이 추구하는 소위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ㆍ개념적 질문보다는 비록 허구일지라도 문학 작품에서 표현된 죽음의 다양한 형태를 통해서 사유할 수 있는, 사실적인 상징성을 지닌 구체적ㆍ심미적 질문에 대한 연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저자는 고대에서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계몽주의, 고전주의를 거쳐 낭만주의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독일 대문호들의 빼어난 작품들을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를 추적한다. 죽음이 그 시대의 사조에 어떻게 수용되어 인간의 삶을 정화시켰으며, 어떻게 성숙한 죽음을 만들었는지를 고찰한다. 철학이나 신학이 추구하는 소위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개념적 질문보다는 비록 허구일지라도 문학작품에서 표현된 죽음의 다양한 형태를 통해서 사유할 수 있는 구체적·심미적 질문에 대한 연구가 이 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의 미학
우리는 문학의 이야기들이 주는 다양한 죽음의 간접경험을 통해, 내 죽음의 문제에 대해 사색하고 성찰할 수 있으며 또한 앞서 산 사람들과 동시대 다른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사유와 지혜를 학습할 수 있다. 또한 아무도 모르는 죽음 후의 세계를 실감 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영원한 창조적 도전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삶과 죽음의 의미를 해석해내는 데 있어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이다.
「철학은 죽음에 대한 지식의 종류와 출처에 대해서 묻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즉, 죽음의 논리적 의미해석을 위해 노력한다. 죽음에 대한 신학적 해석은 현세의 삶과 연계해서 종교적 영역에 속하는 영생과 불멸의 문제를 다루면서 죽음에 새로운 생명의 의미를 부여한다. 심리학은 죽음과 죽음의 두려움에 대한 인간의 심리적 상태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문학은 위의 학문과는 궤를 달리한다. 문학작품은 죽음의 개념추구나 심리적 분석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그 삶이 끝나는 죽음의 현상을 문학이 가지고 있는 언어의 특이한 표현력으로 때론 허구적ㆍ감각적ㆍ감성적으로 형이상학이 아닌 사실적 영역에서 가시화한다. 이렇게 가시화된 것은 어떻게, 어떤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를 사유케 한다.」라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죽어가는 삶을 살 것인가, 살아 있는 죽음을 맞을 것인가
사실 삶의 길은 늘 평탄하지만은 않고, 견디기 어려운 시련과 고통이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쉽게 결론을 얻지 못한다. 사람은 삶의 의미를 생각할 때 가장 진지해진다. 레싱에 의하면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삶을 불평할 수 있고, 삶의 상실을 슬퍼할 권리가 있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 죽음은 인간적 삶의 소명을 일깨워주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책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불가분한 관계와 아름다운 상호작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올바른 삶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평생 마음속으로 채근하면서 살도록, 이젠 질문이 아닌 하나의 좌우명을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죽음에 대한 새롭고 깊은 이해를 만나게 한다.
“산 자는 죽은 자의 눈을 감겨주지만, 죽음은 산 자의 감겨진 눈을 뜨게 한다. 삶을 두려워하는 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사는 자는 그 죽음 또한 아름다울 것이다. 이 삶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자는 죽음을 사랑하고 감사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 질문이 엄습해온다. 너는?”
삶 없이 죽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음 없이 삶은 없다. 죽어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고 살아있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으로 결국 삶과 죽음은 하나의 셋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자신의 삶의 길이 올바른지를 성찰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책 익는 마을 안은숙
첫댓글 죽음은 산 자의 감겨진 눈을 뜨게 한다. 삶을 두려워하는 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사는 자는 그 죽음 또한 아름다울 것이다. 이 삶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자는 죽음을 사랑하고 감사할 것이다. 이 문장이 가슴에 남습니다. 또한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자신의 삶의 길이 올바른지 성찰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글쓴이의 자기 성찰에 공감이 갑니다. 오늘도 약간 힘들지만 어깨 으쓱 하고 힘껏 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