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8 대림3주간 금 - 볕경송찬(루카 1,46)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나이다.”(루카 1,46).
대전교구의 신앙은 차령산맥과 금강·내포 물줄기를 타고 태어나 뿌리 내렸도다.
그 웅비를 치자면 용비어천가의 “뿌리 깊은 나무”보다 깊어 그 줄기와 가지를 대춘이 우러러보는도다.
순교신앙이 뿌리 깊게 내렸으나 교구 산천 질곡으로 줄기와 가지에 상처가 많아 못 배우고 가난하였도다.
백사불구하고 넓은 뿌리 깊은 뿌리 양분을 머금고 껍질 밑에 새살 돋아 덩치 높이 키웠도다.
충청교회의 뿌리는 순교신앙 빨아올려 은총으로 크고 작은 공동체와 가정과 개인의 복음 생명이 자라게 하였도다.
오래되고 굳은살은 나무줄기 안에 살고 연약한 새살은 줄기밖에 사는도다.
그러하듯, 교회 중심에서는 비바람을 알지 못해도 가정과 개인은 매일 크고 작은 시련과 유혹, 불화와 상처를 입는도다.
줄기나 가지를 밧줄로 매어 두면 춘하추동 잘록해져 병충해로 쇠락하는도다.
그럭저럭 줄기와 가지는 삭달가지 되어 비바람에 부러지고 잘려가는도다.
무자년(1948) 오월 초팔일 경성 그늘 아래 대전 땅에 지목구를 두었다네.
초대 감목 지목구장은 성청의 고명(誥命)에 순명하여 착좌했다네.
오호통재라, 박해 군난에도 살아남은 자손들은 피죽 가난 물려받고 왜정 동안 먹지도 배우지도 못했다네.
오호애재라, 남침 전쟁이 잇달아 팔도강산 흉년 역병 돌고 돌아 가난으로 헐벗고 밥을 지었다네.
전쟁 중에 교구 탁덕 열을 잃고 열을 얻었다네.
무술년(1958) 유월 스무사흗날 대전대목구 승격되어 자치감목구 되었다네.
임인년(1962) 삼월 열흘 팔도 교회 교계제도 설정되어 교구감목 칠월 스무나흗날 착좌하였다네.
갑진년(1964) 삼월 초나흘 초대 감목 사임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네.
을사년(1965) 삼월 스무이튿날 이대 감목 고명(誥命)되어 오월 마지막 날 착좌했다네.
이대 감목 몇 푼 없는 초대 감목 수장(手掌)수첩 받아들고 아연실색하였다네.
고을마다 서 발 막대에 걸칠 것 없는 성당이 있고, 가시나무에 가시 나듯 가는 곳마다 불평이었다네.
하늘로 뛰고 바다로 뛰어 완 딸라 완 딸라 동냥 구걸하여 울고 부는 여기저기에 풀칠하였다네.
죽사발이 웃음이요 밥사발이 눈물이요, 부자 하나에 세 고을 인심이 사나워진다네.
“제 빵을 먹던 친한 벗마저 발꿈치를 치켜들며 저에게 대들었다네.”(시편 41,10).
이대 감목 경당 감실 끌어안고 새벽까지 울었다네.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16.17).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도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도 받을 것이다.”(마르 10,39).
두 말씀이 한 말씀이 되었다네.
“나 죽거든 기도 많이 해주시오. 사도신경을 해줘······.”
남은 숨이 부족해서 말씀 잇지 못하고는 선종하였다네.
갑자년(1984) 칠월 열이튿날 삼대감목 고명(誥命) 받고 도임하였다네.
볕경감목 팔월 스무아흐렛날 광야 요한의 사명 지고 착좌했다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
이 말씀을 품고서는 공정을 구현하려 제도와 조직을 정비하고 복음 생활을 권고하였다네.
“낫기 어려운 상처는 주님께로 돌아가는 회개로 치유된다.”
회개를 권고하고 착좌 말씀들을 실천하려 복음화를 외쳤다네.
연이나(하지만) 재정 안정이 선결되어야 복음화가 실현됨을 식감하였다네.
현실과 복음의 균형을 잡으려고 당신에게 스스로 가르쳤다네.
“나를 위해서는 최소한을, 주님과 이웃을 위해서는 최대한을 선택하라.”
사제들의 성화는 복음화의 시작이요 마침이라는 유시를 내렸다네.
“기도하라. 기도는 하느님께 시간을 드리는 것, 하느님과 함께 머무는 것이다.”
“사제들은 저녁마다 자기 방에 불을 켜라. 빈 바다를 밤마다 비추는 등대처럼 사제들은 어두운 마을을 향해 빛을 밝혀라. 교우들은 불이 켜진 사제관을 바라보며 그 사제를 신뢰한다.”
볕경이 낙상하여 춘추 다섯이 지난 경자년(2020) 십이월 열엿새날 새벽 세는나이 아흔하나에 유구무언 희년 맞은 김대건 성인의 인도로 희년 맞은 요셉 성인과 성모님의 손잡고 주님 품에 안겼다네.
교구성직자들과 함께 묻힐 묘지를 꾸미고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또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26)라고 기도한 대로 영원한 안식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리라.
어찌 말이나 글로 별경을 다 송찬하고 희비를 헤아리리오?
상생이 된 볕경이 하늘에서 한 발짝, 하생인 내가 땅에서 한 발짝 나와 주님을 찬미찬송할 적마다 볕경송찬 두고두고 소리조아니리하리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