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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의황후(726~775) 묘지명 한 수와 서문
(서문)
시인들이 강가의 새(河洲之鳥)가 화목한 소리를 읊어 시에 담고, 노나라 부인(魯夫人)의 집에 전해 내려오는 기이한 옛이야기들을 기록하였듯이, 그윽하고 아름다운 이를 가려내고 뛰어난 현인을 세워 행실을 쌓고 공로를 쌓아 왕도 정치를 도왔으니, 후비의 도리가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황후 울씨(欝氏)는 본래 하신향(夏神鄉) 사람으로, 숙신(肅慎)의 복된 땅은 오래도록 '솔개 모이는 숲'이라 불렸고, 곤륜산의 명승지는 일찍이 '호랑이 신하의 땅'이라 칭해졌네. 오직 그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장군 가문을 일으켰으니, 성스러운 조정에 충성을 다하고 몸을 나라에 바쳤네. 변경을 안정시킨 계책은 영평후(營平侯)의 큰 공이며, 적에게 달려가는 마음은 이장군(李將軍)의 웅장한 기세와 같았네. 부절을 쪼개고 인장을 받아 높은 벼슬을 세습하며 영원히 전해지고, 그 공로가 산처럼 높고 강처럼 넓어 옷띠와 숫돌처럼 끊이지 않았네.
(본문)
황후의 모습은 소나무 숲에 비할 만하고, 그 아름다운 그림자는 흘러가는 구름 위에 드리웠으며, 계수나무 떨기에서 빼어남을 토하고, 빛나는 달빛 속에 신비한 광채를 휘둘렀네. 푸른 계곡에 봄이 돌아와 자줏빛 바위에 꽃이 피어나듯, 버들가지처럼 섬세하고 괴화나무 핀 동네처럼 고왔네. 어려서부터 단아한 행실을 익혔고, 자라서는 은혜와 인자함을 품었으며, 말에 농담이 없고 눈길은 함부로 두지 않았네. 간택되어 모시게 되었고, 어진 덕으로 은총을 입으시니, 여러 후궁들이 다투어 추대하고 숭앙하지 않는 이가 없었네. 경운(慶雲) 연간에 백성들이 살 곳을 옮겨 용천(龍泉)에 도읍을 정하니, 부지런히 봉황의 역사를 이으시고 황후로 서게 되어 자궁(紫宮)의 정치를 도우셨네.
그 너그러운 도량은 깊고, 드높은 기상은 산과 같았으니, 오직 사덕(四德)을 닦아 누에를 기르고 실을 짜는 공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모든 십의(十儀)를 갖추어 구슬 허리띠 소리가 끊이지 않았네. 진실로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그윽한 풍류가 천연덕스러웠고, 온화하고 착하며 뛰어난 재주는 나날이 늘었네. 분대(粉黛)로 꾸미지 않고도 도의의 숲에서 자유로웠으며, 비단 옷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시서(詩書)의 가르침을 즐거워하셨네.
덕은 동방에서 가장 높았고, 용모는 서시(西施)에 비할 만하며, 마황후(馬皇后)의 미모와 견주고 번희(樊姬)의 현명함을 상상하게 하네. 예(禮)로 부지런하고 정조(貞操)로 다스리셨으니, 군자의 좋은 짝이 되어 그 오른쪽을 따를 자가 없었네.
아름다운 정치에 깊이 생각하여 봄날 누각에서 단장 거울을 치웠으며, 오묘한 사상에 정미롭게 연구하여 가을날 시구에서 즐거움을 찾았네. 비록 음려화(陰麗華)가 총애를 입고 신부인(慎夫人)이 은혜를 입었으나, 역사에 기록된 바를 보면 모두 황후에 비하면 아래 단계였네. 더구나 본각(本覺)에 마음을 노닐게 하고 진여(眞如)의 맛을 사랑하여, 반야(般若)의 배를 타고 열반(涅般)의 언덕에 이르기를 원하셨네. 의심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뱀을 보면 바로 뱀인지 밧줄인지 분명히 구분했으며, 깊이 깨닫고 깊이 알아 지식의 미세한 부분까지 가려냈네. 이로써 교화의 도를 널리 펴 여제의 기상보다 먼저 소리를 내고, 불법을 보호하는 마음은 담칭(曇稱)보다 드높이 보셨네. 글을 기록한 이후 불교가 들어온 이래로, 혹 덕이 없으면서 용모만 있거나, 학문이 없으면서 내실이 부족한 이들이 있었으나, 우리 황후처럼 응하여 태어나서 아름다움이 비할 데 없고 덕행이 모두 갖추어진 분은 없었네.
내외의 전적을 두루 살피고 유교와 불교의 자료를 전적으로 받들어 부처께 예배하고 경을 외우며 임금을 보위하고 나라를 편안하게 하셨으니, 어찌 단지 후궁들의 모범이 되어 삼궁(三宮)에 교화가 미치는 것뿐이랴? 또한 어머니의 도리는 깊고 자비로워 만백성에게 은혜를 베푸셨네. 옥 같은 누각은 새벽에 열려 새로운 글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구슬 발은 밤에 열려 연꽃 같은 신성한 빛깔을 발하였네. 우리 황제의 성스러운 밝은 교화는 해가 하늘을 비추듯 임하며, 우리 황후의 어질고 지혜로운 도모는 달이 땅을 덮듯 운행했네. 어찌 홀연히 흐르는 물을 따르듯, 갑자기 움직이는 숨겨진 배처럼 되리라고 생각했겠는가!
보력(寶歷-문왕 연호, 재위 : 737~793) 2년(775) 2월 5일 무진(戊辰)일에 문사당(文思堂) 옆 침실에서 승하하시니, 춘추 쉰 살이셨네. 사랑스러운 □□ 눈물에 성군께서는 마음 아파하셨으니, 슬픔과 비통함이 이때보다 참혹할 수 없었네. 그 해 겨울 10월 24일 갑신(甲申)일에 진릉대(珍陵臺)에 예법에 따라 이장하셨네.
황상께서는 모든 음률을 그치고, 수라를 줄이시고, 조회를 폐하시며, □하며 통곡하셨네. 동원(東園)의 비기(秘器), 깃발, 북과 피리를 하사하시며 장례 의식을 모두 후하게 지급하셨네. 수레와 말이 구름처럼 움직여 단청으로 장식된 궁궐을 떠나 나직이 움직이고, 깃발과 띠가 노을처럼 날리어 푸른 문을 나서 하늘 높이 휘날렸네. 간적(簡翟)에 견주어 보면 그 예가 영릉(營陵)보다 훌륭하고, □□의 경사가 집을 세움에 있었음이 비유되었네. 낮은 언덕의 정상은 신녀(神女)의 대(臺)와 방불하고, 큰 강가의 굽이진 곳은 교룡(蛟龍)의 방과 연결되었네. 백양나무 길 위에는 슬픈 바람이 불어와 처량하고 차가우며, 푸른 소나무 언덕 위에는 조각구름이 엉겨 아득하구나. 이에 명(銘)을 짓는다.
명(銘)
하나. 후비(后妃)를 택하는 제도는 빛나는 글에 예법이 갖춰졌으니, 그윽하고 어진 숙녀는 반드시 현명한 덕을 취해야 하네. 나라의 길흉은 여기에서 말미암지 않음이 없으니, 강가의 새(洲鳥)의 의미는 명군이 아끼는 바이로다.
둘. 산천의 감흥에는 반드시 영웅의 혼이 있으니, 장군의 기개요 장사의 정기였네. 뛰어난 전략과 만리장성의 견고함이여, 그 가문은 대대로 벼슬을 이어 덕이 끊이지 않네.
셋. 아아! 울황후(欝后)여! 복된 땅의 굽이에서, 옥처럼 곧은 본성과 붉은 꽃처럼 비로소 피어나셨네. 가는 구름이 그림자를 날리고, 흐르는 달이 배회하듯, 버들가지처럼 섬세하고 동네에서 괴화나무처럼 화사했네.
넷. 황제의 마음에 간택되어 자금성에 모시니, 고추(椒)를 바른 궁전에는 두터운 은혜가 내리고, 계수(桂樹) 궁궐에는 향기로운 바람이 불었네. 깊은 헤아림은 파도를 토하고, 드높은 기상은 산처럼 솟았으니, 도덕이 빛나고 아름다운 정치가 때로 온화했네.
다섯. 꾸밈을 빌리지 않고 비단을 귀히 여기지 않았으니, 행동은 법도에 맞고 행실은 끊임없이 다듬었네. 연꽃처럼 웅장하고 순수하고 곧은 덕이 많았으며, 맛은 짐승과 가까이하지 않고, 고운 눈썹은 누에나방 같았네.
여섯. 반야(般若)를 정밀히 연구하고 진여(眞如)에 마음을 두셨으니, 유교와 불교의 내외 경전을 숭상하고 받들었네. 홀연히 세상 떠나시니 외로운 슬픔이 가득하고, 서리 내린 창은 고요하고, 달이 진 병풍은 쓸쓸하네.
일곱. 조회를 폐하고 음악을 그치며, 황제는 영구(靈柩)를 바라보네. 떠나는 말은 구름 같고, 날리는 깃발은 노을 같네. 장례 길에는 상여꾼의 슬픈 노래가 피리 소리와 이어지고, 능원(陵園) 속에는 차가운 꽃들이 길이 잠들었네.
보력 2년 10월 24일
孝懿皇后墓誌一首并序
粵若河洲之鳥 詩人表其和聲 為魯夫人之傳家錄其奇掌故
細求窈窕 立以英賢 積行累功 扶助王化
后妃之義 其在兹乎 皇后欝氏者 本夏神鄉人也
肅慎福地 久號隼集之林 崑崙勝區 先稱虎臣之地
惟祖惟父 昇闢將門 盡忠 聖朝 以身許國
安邊之計 營平侯之大功 赴敵之心 李將軍之雄氣
剖符受印 襲軒冕而永傳 比山擔河 如帶礪而不絕
皇后□形松岫 揚神影於行雲 吐秀桂藂 揮奇耀於流月
春歸靑谷 花發紫岩 學柳枝而纖纖 居槐里而艷艷
幼聞婉行 長蘊惠仁 語無戱言 目不妄視
以蕳入侍 以賢被恩 諸姬競推 靡不崇仰
慶雲年內 乃人徙居 定都龍泉 勤承鳳歷
立為皇后 助化紫宮 大度□深 高宇山峙
祗修四德 無闕組紃之功 備踐十儀 有聞環佩之響
允聰允慧 雅韻天然 乃溫乃良 英才日就
不飾粉黛 逍遙道義之林 不貴綺羅 敦悅詩書之訓
德高東國 容類西施 比馬后於蛾眉 想樊姬於獸肉
勤之以禮 操之以貞 君子好仇 誰出其右
覃思美政 罷粧鏡於春臺 研精妙詞 尋歡扇於秋句
雖陰麗華之被寵 慎夫人之奉恩 彤史所書 俱為下第
加以游心本覺 戀味眞如 願乘般若之舟 到涅般之岸
不姤不嫉 明辨繩蛇 深解深知 細分巾□
是以宣風之道 排女節而先鳴 護法之心 并曇稱而高視
書契之後 釋教已來 或無德而有姿 或學外而闕內
未有我后應感而生 美艷絕倫 德行皆備 周覽內外之典
專奉儒釋之資 禮佛誦經 衛主安國者也 豈唯嬪則休要
化被三宮 抑亦母道深慈 潤沾萬姓 玉臺曉闢
爛朱淥之新文 珠簾夜開 發芙蓉之神彩 我皇聖明之化
日照天臨 我后賢智之猷 月行地載 豈謂忽隨逝水
俄動藏舟 以寶歷二年二月五日戊辰
薨於文思堂側寢 春秋五十 愛□□淚 聖主傷心
凄切之懷 於斯為慘 其年冬十月廿四日甲申 遷葬於珍陵臺禮也
皇上徹懸、損饍廢朝、慟□ 賜東園秘器、羽葆皷吹
喪事之儀 并皆優給 車馬雲轉 辭丹闕而低昂
旌旐霞飛 出靑門而飄颺 方之蕳翟 禮峻營陵
喩以□□嘉在立厝 下原之首 髣髴神女之臺
大河之隈 連接蛟人之室 白揚路上 悲風度而凄寒
靑松隴頭 片雲凝而迢遰 乃作銘曰
擇后之制 禮備瓊篇 窈窕淑女 必取其賢 國之臧否 靡不由然 洲鳥之義 明主攸憐 其一
山川之感 必有英靈 將軍之氣 壯士之精 六奇善略 萬里長城 衣冠之族 帶礪之名 其二
□歟欝后 福地之隈 玉樹貞質 紅花始開 行雲颺影 流月徘徊 纖纖學柳 居里號槐 其三
蕳在皇意 入侍紫宮 椒房厚澤 桂殿芳風 深量瀉浪 高宇懸峰 道德緝熙 美政時雍 其四
不借粧飾 不貴綺羅 動中規則 行從切磋 芙蓉甚偉 淳直為多 味不近獸 艷眉如蛾 其五
精研般若 栖念眞如 崇貴儒釋 內外經書 忽然物化 孤哀有餘 霜飛窓寂 月落屏虛 其六
廢朝徹樂 皇望靈車 去馬似雲 飛旐寫霞 送葬之路 薤歌接笳 陵臺之里 長掩寒花 其七
寶歷二年十月廿四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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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사학자들은 이런 한문원문을 자연스러운 한글로 번역하시는 일들을 많이 하다보니 글 짓는 솜씨가 좋아져서 글을 잘 쓰시나, 그래서 책도 많이 출간하나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ㅎㅎ
덕분에 귀한 번역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