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보다 강력한 더위킬러 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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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보다 강력한 더위킬러 페인트

햇빛 98.1% 반사해 지구 온난화 억제 효과

2021.04.19 09:00 이성규 객원기자

지구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하얀 페인트가 개발됐다. 연구진은 자신이 개발한 페인트로 건물을 칠하면 에어컨이 필요 없을 만큼 충분한 냉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퍼듀대학 기계공학과 슈린 루안(Xiulin Ruan) 교수팀이 개발한 이 흰색 페인트는 최대 98.1%의 햇빛을 반사하며, 적외선 열을 표면에서 방출한다. 이에 비해 기존에 시중에서 판매 중인 흰색 페인트는 햇빛의 80~90%만 반사하므로 표면을 주변보다 시원하게 만들 수 없다.

미국 퍼듀대학 기계공학과 슈린 루안 교수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만든 세상에서 가장 하얀 페인트 샘플을 보여주고 있다. ©Purdue University/Jared Pike

연구진은 열전대(thermocouples)라고 불리는 고정밀 온도 측정 장비를 사용해 새롭게 개발한 페인트가 밤에 주변 환경보다 7.2℃ 더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한 정오의 강한 햇빛 아래에서는 주변 온도보다 13.3℃ 더 낮았다.

이 페인트는 햇빛이 비교적 약한 겨울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외 온도가 6.1℃일 때 페인트를 칠한 샘플은 그보다 7.7℃ 더 낮은 온도를 유지했던 것. 이 연구 결과는 미국 화학회에서 발간하는 생체재료·생명공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 4월 15일 자에 발표됐다.

페인트를 가장 희게 만드는 두 가지 특징

그에 의하면 페인트를 극도로 희게 만드는 것은 두 가지 특징 덕분이다.

첫째는 페인트에 매우 짙은 농도로 함유된 황산바륨이라는 화합물이다. 이 화합물은 사진 인화지와 화장품을 하얗게 만드는 데 사용된다.

두 번째 특징은 페인트 속 황산바륨 입자의 크기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각 입자가 빛을 산란시키는 정도는 크기에 따라 다르므로 입자 크기가 넓을수록 페인트는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 빛 스펙트럼을 산란시킬 수 있다.

즉, 크기가 다른 고농도의 입자는 페인트에 가장 넓은 스펙트럼 산란을 제공하여 가장 높은 반사율을 나타내는 것이다.

실외에서 온도를 측정 중인 연구진 ⓒPurdue University

루안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 학생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박사후연구원인 샹유 리(Xiangyu Li)는 “황산바륨을 사용하면 이론적으로 사물을 굉장히 반사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이는 진짜 흰색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루안 교수팀은 애초에 100개 이상의 다른 재료를 후보 물질로 올려놓았다가 그중 선정된 10개 물질에 대해 50가지의 다른 실험을 진행한 결과 황산바륨을 선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루안 교수팀은 지난해 10월에도 햇빛의 95.5%를 반사할 수 있는 흰색 페인트를 개발한 바 있다. 이때 연구진이 사용한 재료는 바위와 조개껍질에서 흔히 발견되는 화합물인 탄산칼슘이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페인트는 그때보다 더 얇을 뿐만 아니라 표면을 더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용 에어컨보다 냉각력이 더 강력해

연구진은 이번에 새로 개발한 페인트가 이 세상에서 가장 검은색인 ‘반타블랙(Vantablack)’과 가장 유사한 개념일 수 있다고 밝혔다.

2014년 영국의 나노연구기업에서 개발한 반타블랙은 빛을 99.96% 흡수할 수 있어 빛을 비추면 그 흔적이 전혀 남지 않고 가장 진한 검은색을 내는 신물질이다. 기존의 검은색은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만을 흡수하는 데 비해 반타블랙은 적외선의 차원까지 흡수한다.

루안 교수는 “만약 당신이 이 페인트를 사용하여 약 93㎡의 지붕을 칠한다면 10㎾에 해당하는 냉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이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어컨보다 더 강력한 성능이다”라고 주장했다.

루안 교수 연구팀에서 개발한 페인트를 건물 외벽에 칠한다면 뜨거운 여름에도 시원한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그는 이 페인트는 열을 지구 표면에 남기는 에어컨과 달리 우주로 열을 배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에어컨의 경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뿐더러 실외기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도시의 열섬 현상과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지붕을 이 페인트로 칠하여 지구 표면의 0.5~1%를 이 페인트로 덮을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을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페인트가 반사 성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지가 잘 앉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페인트를 미립자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안 교수는 이 페인트의 햇빛 반사율을 100%에 가깝게 올릴 수 있는 연구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실용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얻을 수 있는 냉각 효과에 비해 제조비용이 더 비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햇빛 98.1% 반사해 지구 온난화 억제 효과

2021.04.19 09:00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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