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까지 나간 '추적60분'이 불방된다면?
이는 방송사고에 준하는 최악의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쩌면 이같은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추적60분>이 오늘 '천안함 의문, 논란을 끝났나'편을 방송 예고했을 때부터, '과연?', '정말?' '제대로 방송될까?'라고 일말의 불안감을 가졌었긴 했다. <추적60분> 제작진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천안함 의문'을 다룬(내용이야 어쨌든간에) 방송이 지금의 KBS에서 제대로 방송될 수 있을까라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예고편까지 몇차례 나가고, 보도자료까지 배포된 <추적60분> '천안함 의문, 논란을 끝났나'편이 불방 위기에 처해졌다고 한다.
11월 17일 추적60분 방송을 예고한 KBS의 공식 보도자료
워낙 있을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로 벌어지다보니 이렇게 언급하는 것도 희소가치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편성이 예고된 프로그램이 외부에 의해 불방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가령 고발프로그램의 경우 권력기관이나 종교단체가 '방송금지가처분소송'을 내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사 내부에서 이미 편성이 예고되고 보도자료까지 나간 프로그램을 두고 뒤늦게 문제삼아 불방시키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PD수첩 '4대강의 진실'편이 비록 1주일 뒤에 방송되긴 했지만 이 경우에 해당됐는데 한번 그런 일이 벌어지니깐 몇달 사이에 또 같은 일이 반복되려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도 반복되다보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인가. 정말 참담한 현실이다.
추적60분 천안함 편을 제작한 KBS 심인보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내용을 보면 "<추적60분> 천안함편 시간대에 BBC 다큐 등이 이중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심인보 기자는 "양보할만큼 양보했는데 결국 방송을 막으려는 걸까요?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쏟아지기 직전"이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시간 전이니 오후 3시 정도의 상황이다.
이중편성이란 원래 편성된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방송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다른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걸로 보통 비가 오거나 하는 사정으로 스포츠 경기가 취소될 경우에나 해당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을 상대로 예고편까지 내보내 '11월 17일 추적60분 천안함 의문, 논란은 끝났나가 방송될 것'이라고 약속까지 해놓고 이 프로그램의 불방을 대비해 이중편성을 하다니, 제작진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 본방사수를 하려고 했던 시청자들도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쏟아지기 직전이다.
'추적60분' 천안함편 방송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응원
다시 약 30분 전 심인보 기자는 트위터에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VCR 제작 방향에 대해 국장 부장과 제작진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어 조정 중"이라며 '지켜봐달라'는 글을 남겼다.
상황이 약간 호전된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심인보 기자 말처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만약 추적60분이 예정대로 방송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방송 당일까지 방송을 가로막으려 한 이화섭 KBS 시사제작국장 문제다.
앞서 소개한 심인보 기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건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 "(천안함 사망장병)유족들 그 울부짖는 거 한번 보세요...그렇게 동물처럼 울고 불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 등 상상하기조차 힘든 조현오 경찰청장의 망언이 담겨있는 동영상을 최초 입수했던 기자다.
심인보 기자는 조현오의 망언을 가지고 <추적60분> 방송을 준비했지만, 끝내 이 프로그램은 방송되지 못했다. 바로 이화섭이 막았기 때문이다. 당시 추적60분 제작진이 낸 성명서에 의하면 이화섭 국장은 '추적60분'이 준비하던 '조현오 망언' 관련 동영상과 관련해 '이 내용은 추적 60분에서 보도할 내용이 아니다'며 방송을 하지 못하게 했다. 추적60분이 방송하려면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있었나 없었나'로 심층취재를 하는 방향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화섭은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시사기획 KBS 10'에서 교수 출신 고위공직자들의 논문 이중게재 등 연구윤리 위반 사례를 취재했을 때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부분을 빼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MB정권의 핵심 실세에게 불리한 내용을 KBS의 보도제작국장이 삭제를 지시한 것이다. 이화섭 국장은 박재완 수석의 논문이 너무 오래됐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한다. 알고보니 이화섭 국장과 박재완 수석은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언론노조 KBS본부의 특보
그런 인물이 계속 국장 자리에 앉아 국민이 목말라하는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사프로그램의 방송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오늘 밤 추적60분을 대신할 수도 있는 이중편성을 지시한 사람이 바로 이화섭 국장이다.
미디어오늘 기사에 의하면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에 따르면, 프로그램 마무리 부분에 있어서 제작방향이 제작진과 데스크 사이에 의견차가 있어서 조정중"이라며 "프로그램 방향의 결론을 내리는 마무리 부분의 내용과 표현 등에서 견해차가 있다는 것인데, 데스크의 의견을 안따르면 방송이 못나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고 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글도 급박하게 쓸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추적60분>이 예정대로 정상적으로 방송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심인보 기자 말대로 일단 지켜보자. 하지만 만약 추적60분이 불방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누구 말대로 KBS는 수신료 인상의 꿈을 완전히 접어야 할 것이다.
첫댓글 그럴수도 있나.. 완전 막장 정권이네.
방송이 되질 않거나 편집되어서 에 한표 던집니다.
막가는정권 입니다
어서 떡 돌리는날이 오기를 그리워집니다
항상 밝은 미소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