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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원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동시면허
뼈와 관절, 근육 등을 다루는 진료과는 정형외과이다. 그런데 요즘은 정형외과라는 이름 외에 ‘척추-관절병원’이라는 이름을 쓰는 곳들도 꽤 있다. 정형외과와 척추-관절 병원은 같을까, 다를까?
뼈와 관절, 근육을 합쳐서 근골격계라고 하는데, 척추-관절도 근골격계이다. 그렇다면 같은 뜻인데, 굳이 척추-관절 병원이라고 쓰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근골격계인 뼈와 관절, 근육 중에서 뼈와 근육에는 질병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뼈의 질환 가운데 흔한 것은 골절과 같은 외상이나 골다공증 정도이다. 또한 근육도 '근육통' 외에 일반인들이 흔히 겪는 병은 없다. '섬유근육통증후군'처럼 진단과 치료가 까다로운 근육 관련 질환도 있긴 하지만, 흔치는 않다. 즉, 근골격계 질환의 대부분은 '관절'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정형외과는 '관절외과' ‘관절병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특수한 관절이 있다. 바로 척추다. 관절에서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연골 때문이다. 우리 몸의 뼈와 뼈 사이에는 연골이 있으나, 척추뼈 사이에는 연골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연골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조직이 있다. 흔히 디스크라 부르는 '추간판'이다. 추간판(椎間板)이란 '척추뼈 사이에 있는 판'이라는 뜻이다.
이 추간판이 어떤 원인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오거나 튀어나오는 것을 '추간판탈출증' 또는 '디스크'라고 부른다. 이 튀어나온 디스크가 문제를 일으킨다. 척추 뼈 안쪽 공간으로 몸의 주된 통신망 역할을 하는 척추신경이 지나간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척추 신경을 누르면 요통이나 다리 저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즉 척추에서 생긴 문제는 척추 뼈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체의 중심 역할을 하는 척추신경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척추 질환은 정형외과 전문의뿐 아니라 신경외과 전문의,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이 진료를 하기도 한다. 요즘 의료계에서는 척추질환을 진료하는 의사를 ‘척추외과’ 의사라고도 한다. 이처럼 ‘척추-관절병원’이라는 말은 기존의 정형외과보다는 더 넓은 뜻을 포함하기도 한다.
척추와 무릎이 건강해야 노년 삶의 질 높다
'허리가 쑤신다’ ‘관절이 아프다’ ‘뼈마디가 시린다’….…성인들 중에 한두 번쯤 이런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허리나 무릎 이상을 경험하신 분들이 무척 많다. 척추 질환은 인간이 직립(直立)하기 때문에 생기는 운명과 같은 질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척 많은 사람이 겪는 병이다.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이란 말을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것도 무릎 연골이 닳고 아픈 증상은 대개 노화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깨, 손목과 손가락, 팔꿈치, 발목 등 다른 관절에서도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통증이나 걷기의 제한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심각한 부위가 척추와 무릎 관절이다. 실제 척추-관절 병원 환자도 이 두 곳이 아픈 사람들이 가장 많은 편이다. 다시 말해 척추와 무릎관절에 탈이 나지 않으면 척추-관절병원 신세지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스트라이크 존(Strike Zone) 근육'을 집중 강화하는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투수가 던진 볼이 타자의 무릎에서 가슴(명치) 높이 범위 안에 들어오면 스트라이크이다. 물론 스트라이크의 폭은 오각형의 홈 플레이트 안쪽이다. 스트라이크 존 안에는 어떤 근육이 있을까?
무릎 바로 위에 대퇴사두근(허벅지 앞쪽 근육)이라는 근육이 있다. 이 근육은 허벅지에서 손으로 만져지는데 우리 몸 전체 근육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근육은 무릎 관절 위에 붙어 있어서 관절과 별로 상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릎 관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의 하중이 무릎 관절에 가해질 때 대퇴사두근이 이를 나눠 부담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산행 중 하산할 때 가장 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산할 때는 내리막을 걷기 때문에 체중이 몸 앞쪽으로 쏠리는데 대퇴근이 체중을 나눠서 지탱해주어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다. 따라서 대퇴사두근이 약해지면 하산할 때 무릎 통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위에는 대둔근(엉덩이 근육)이 있다. 엉덩이 근육은 우리 몸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이 동물들과 비교할 때 신체의 부위별 비율을 살펴보면 엉덩이가 상대적으로 큰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직립하면서 엉덩이 근육이 발달했다는 설(說)도 있고, 반대로 잘 발달된 엉덩이 근육 덕분에 걷거나 뛸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여하튼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면 골반이 틀어지거나 척추 뼈가 휘기 쉽다.
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피트니스 센터 등에서 '코어(Core) 근육'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설명을 들어보면 위로는 횡격막에서 아래로는 골반저근, 그리고 척추를 지탱하는 다열근과 배와 허리를 감싸는 복횡근 등을 코어 근육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코어 근육이란 말이 의학적인 개념은 아니지만, 엉덩이 윗부분부터 명치 부분까지 몸통을 둘러싼 근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이들 근육은 척추뼈가 바로 서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척추뼈는 돛단배의 돛과 비슷하다. 돛은 양쪽에서 단단한 줄로 잡아주어야 꼿꼿하게 설 수 있다. 허리와 배의 근육은 밧줄처럼 척추뼈를 세워준다고 해서 다른 말로 '허리 신전근(伸展筋)'이라고도 한다. 이들 근육은 척추뼈에 가해지는 무게도 상당 부분 나눠 감당한다.
만약 줄이 끊어지면 돛은 쓰러진다. 척추뼈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대표적인 증상이 '척추후만증' 또는 '요부변성후만증'이다. 허리뼈는 앞으로 휘어 있는 것(전만)이 정상인데, 주변 근육이 약해지거나 자세가 잘못되면 뒤로 휘어진다(후만). 허리가 점점 굽어 나중에는 꼬부랑 할머니가 된다.
대중 목욕탕에 가면 나이 드신 분들의 몸을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대체로 젊은 사람들에 비해 앞에서 말한 허벅지앞쪽 근육, 엉덩이 근육, 등 근육과 복근 등 스트라이크 존 부위의 근육이 상대적으로 많이 약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 근육 강화의 비법은 계단오르기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근골격계 질환은 대개 스트라이크 존 안에 있는 척추와 관절에서 생긴다. 어깨 등 다른 관절도 말썽을 일으키지만 만성화돼서 우리를 괴롭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무릎과 고관절, 척추질환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수명까지 단축시킨다. 따라서 이들 관절 부위의 근육을 잘 단련하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 근육 강화에 좋은 운동은 등산, 걷기, 스쿼트나 런지, 계단 오르기, 스트레칭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계단 오르기를 꼽는다. 걷기도 좋지만,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까지 기대하려면 계단 오르기가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 실린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공짜 보약-계단 오르기'라는 기사를 보면 계단 두 개를 오르면 수명이 8초 증가하고, 1주일에 20계단을 오르면 심근경색증 위험도 20% 감소한다. 계단 오르기는 스트라이크 존 근육 강화는 물론 심장을 튼튼히 하는 효과도 있다. 이 글을 읽는 프리미엄조선 독자들이 계단 오르기를 대거 실천하는 바람에 척추 관절 병원 원장들의 얼굴이 누렇게 뜨고 있다는 신문 기사가 조선일보에 실릴 날이 올까?
건강은 큰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