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장군들께
안성일
역사 속의 위대한 장군이나 병법 지략가들의 훌륭한 점을 현대의 그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순신 장군을 이야기 할 때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말은 용케도 알아 들어 곧잘 인용하면서도 그 내면에 도사리는 가장 간단한 군사적 이치는 쉽게 깨우치거나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무 지휘관 장군이나 다 이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오직 부하 장수들과 병사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존경을 받는 위대한 장군만이 제 장수들에게 자신을 믿고 함께 사지에 기꺼이 나아갈 것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각 나라의 현대 지휘관들이여 조용히 손을 들고 자신의 가슴에 가져가 보라.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국방에 대한 모든 정책 입안자들과 의회 의원들 그리고 통수권자, 단위급 부대의 모든 지휘관 그리고 지휘관 후보생들이여. 그대는 진실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군에 투신하려는 것인가? 혹시 자신의 안위와 안락한 삶을 위해 남이야 죽든 말든 손이 부르트든 생명을 잃든 말든 상관없다며 지극히 이기적인 발로에서 임하는 것은 아닌가? 그대는 진정 부하 병사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받고 있는가? 그대는 진정 '나와 함께 죽음을 무릎쓰고 적진에 뛰어들라. 내가 그대들의 최선봉에 설 것이며 내가 흘리는 피가 가장 먼저 대지를 적실 것이며 전투에서 물러날 때에도 가장 늦게 작전지를 벗어나는 장병을 엄호해 주는 자가 될 것이니. 장병들아 나를 믿고 따르라. 그대들의 고귀한 생명을 내게 맡겨라. 그대의 조국이 그대의 용감함을 인정해 줄 것이며, 그대들의 가족과 그대들의 후손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지 않도록 국가가 보장해 줄 것이다. 우리에게는 오직 전진만이 있을 따름이고 이에는 장군과 병사의 차별이 없을 것이니. 전진 또 전진하라. 명예롭게 국가를 위해 힘껏 싸우라' 이런 각오가 되어 있는가? 이런 마음으로 진실로 국가와 사회의 운명을 걱정하며 병사의 고통과 노고를 자신의 것 이상으로 존중해주고 있는가?
물론 현대 과학의 발달로 원거리 전쟁이 가능해 졌다. 하지만 언제나 전쟁을 종결짓는 것은 근접전투 뿐이다. 원거리 전쟁으로는 적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는 있어도 결코 전쟁을 종결시키지는 못한다. 언제나 최후의 전쟁의 성패는 근접전투에서 갈리는 것이다. 과학전 물량전으로도 종결짓지 못하는 전투를 오직 그대 부하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종결지을 수 있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의 안보와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와 게릴라를 상대하는 몫은 여전히 그대들의 장병들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현대의 장군이나 지휘관들은 그 스스로를 지극히 존중하여 엘리트 의식에 빠져있다. 장군들은 병사들이 어떤 밥을 먹는 지 대개 잘 모르며 가끔 가다가 마치 선심이나 쓰는 양 한끼 두끼 병사들과 함께 먹으며 기껏 생색을 낸다. 그러면서 자신을 위대한 장군으로 자화자찬하게 되어버린다. 군은 계급사회다. 계급이 올라가면서 봉급 복지 등이 향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허나 장군이나 대대장 연대장들의 밥과 찬이 일반 사병들의 것과 달라서는 나라의 기강이 서지 않는다. 한마디로 병사들이 그런 대대장 연대장 장군을 믿고 어찌 싸움터에 나가 제 목숨을 바쳐 명령을 받들 수 있겠는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가정에서 좋은 밥과 찬을 먹는 다면 이를 뭐라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는 사생활에 속하는 영역이며, 개인의 자유의사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는 영역인 것이다.
허나, 군대 내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갈등과 균열은 이와 같이 매우 단순한 것에서 부터 비롯된다. 간부식당 따로, 사병식당 따로인 부대가 참으로 많다. 간부 식당도 장군급, 영관급, 위관급, 하사관급으로 참 세세히도 나뉜다. 만약 장군들의 머리가 있다면 당장 간부 식당을 없애고 모든 식당을 통폐합하여 하나로 통일시킬 것이다.
장군과 연대장 대대장 등이 일반 사병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 얼마나 있는가? 장군은 장군끼리 놀고 영관급 장교는 장교끼리 놀며 위관, 하사관, 병사들도 역시 마찬가지로 따로 따로 제각기 놀고 있다. 이렇게 왕래가 없으니 정작 위급한 때에는 서로의 의사를 몰라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며, 작은 혼란에도 쉽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병사는 지휘관을 믿지 못하면 존경하지 않는다. 지휘관은 그저 명령을 하기에 급급하며, 병사들이 자신의 지휘에 복종하지 않는다고 투덜댄다. 이들은 부하 장병들을 영창과 군기교육 등으로 위협하기에 급급하여 이런 부대에 지휘관과 병사간의 진정한 일체감이 있을 턱이 없다.부대의 최고 지휘관이 병사들과 함께 같은 찬과 밥을 먹는다면 처음에는 다소 번거롭고 사사로운 원성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사회에서든 변화에 대한 반발력은 늘상 존재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병사들은 반발심과 저항감을 나타내 보이기 보다는 친밀감과 존경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훨씬 크다. 큰 정도가 아니라 거의 대다수의 경우에 있어서다. 이는 어디까지나 지휘관이 마음에서 우러난 진실된 마음과 성실한 태도로 임할 때 이렇다는 것이다. 거짓으로 눈속임으로 임한다면 언젠간 발각날 것이며 말 그대로 경악스러울 만큼의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부대 내 단합대회를 해도 영내에서 하는 것이면, 간부용 단합대회와 사병용 단합대회가 분리 운영되어서는 곤란하다. 군대 내 계급은 지휘계통의 책임과 의무 권한 등의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그것으로써 인간을 계급화하고 차별화 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국가에서 군대 내 계급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버금가는 인간 차별로 작용하는 데 과연 이는 신이 그대들에게 부여한 것인가. 아니면 국민 총화의 의지로써 부여받은 것인가? 병사들은 눈을 쓸고, 전투 장비를 점검하며, 할당된 작업을 하느라 바쁜 그 순간에도 지휘관들은 어찌 테니스를 치고 골프를 치며 부대 내에서 술을 일삼는가? 병사들은 추위와 더위와 싸우느라 동상과 땀띠에 시달리는 데 그대들은 어찌하여 안락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가? 아군의 사기를 현저히 저하시키는 것은 적군이 아닌 바로 이와같은 지휘관들이다. 그들은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별하지 못하고 장병들의 사기를 알려고 하기 보단 상관의 눈에 들어 진급을 하기를 더 바란다. 능력 없고 존경받지 못하는 자가 계급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그 국가와 사회는 더욱 더 큰 치명적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엔 없다.
만약 그대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자가 있다면 그는 진실로 국가를 위하는 자가 아니면 미치광이일 뿐이니. 그대들의 부대에 어찌 무운이 있겠는가. 그대들의 국가에 어찌 평화가 있을 수 있겠는가.
국가와 사회 전체를 위한 군대를 그대 지휘관들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형편을 위해 이용하지 말라. 그대 지휘관들이 이사가는 것, 집들이 하는 것, 그대들의 자녀가 학교에 가는 것, 그대들의 부인이 운동하는 것 등은 지극히 사사로운 것이여서 감히 수하 장병들에게 이에 대한 어떠한 지시나 명령도 내려서는 않되는 것이다. 장병은 국가와 사회 전체의 안위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그대 개인의 안락함과 편리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대의 처와 가족은 그대 보다 더 높은 계급이라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모르는가?
그대와 가족들은 그대 계급을 믿고 마치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어 천하의 온갖 짐승을 도망치게 하듯 그대의 수하 장병들의 사기를 기어코 바닥으로 떨어뜨리고야 만다. 그대들은 개인으로 보면 단 한사람에 지나지 않지만 국가와 사회 전체로 보면 수백 수천명에 달하고 그대들이 실망시키는 장병들의 숫자는 한 해 수십만에 달한다. 어떻게 그대들이 장병들에게 감히 명령을 내릴 수 있겠는가? 그대라면 자신의 상관이 그대와 같은 행동을 일삼는데 뛰라면 뛸 것이며, 사지로 나아가라면 나아갈 것인가?
군대 내에서 그대 지휘관들은 방송이나 영화 등의 스타와 닮았다. 훌륭한 스타 한 명은 젊은 이들의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존재하고 있는 순수한 열정을 불러일으켜 그들이 눈부시게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올바른 스타 한 명이 사회 전체에 베푸는 덕은 위대한 장군의 그것과 비견될 수 있다. 먹는 것으로 한 예를 들었으나, 각 국의 장군과 지휘관들이 개혁해야할 나쁜 군대 문화가 여전히 도처에 산재해 있다.
그대에게는 작고 사소한 불편함이 수반되는 변화이겠지만, 만일 그 작고 사소한 변화로 말미암아 수백 수천의 장병들이 진정한 애국심을 깨닫고 전우애로 똘똘뭉쳐 국가와 사회가 바라는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그 덕은 옛 성인에 뒤지지 않는다. 깨어나라 그대들 위대한 지휘관들이여! 그대들의 잘못된 안락함과 편견의 사슬에서. 기지개를 켜라 그대들 현존하는 이들이여! 그대들과 국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나태와 안일이라는 깊디 깊은 절망의 잠에서.
2005/09/10 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