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힘들게 성사된 스타인터뷰였다. 그만큼 ‘인간 김광현’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그래서 그가 짊어진 ‘젊은 에이스’로서 부담도 더 이해할 수 있는 값진 인터뷰가 됐다.
처음 김광현을 인터뷰하기로 하고 질문을 받은 것은 5월초. 시즌 개막 열흘 후 왼 손등 부상에서 돌아오자마자 4연승, 평균자책점 0.29의 기세를 올리던 때였다. 그런데 질문을 취합하는 즈음 첫 패를 안고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인터뷰 날짜를 잡고 난 뒤 사직 롯데전에서 4회도 못 채우고 8실점을 하는 최악의 투구를 했다.
데뷔 4년 만에 최고의 위기를 맞은 김광현은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혼돈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항상 해맑게 웃고 긍정적이어서 누구보다 애정이 갔던 선수이기에 차마 인터뷰를 하자고 할 수 없었다. 김광현이 먼저 “나중에 좋아지면 꼭 하겠다”고 약속했다.
곧 다시 일어설 거라 믿으며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한 달 만에 보란 듯이 일어났다. 5월말부터 다시 6연승. 역시 현역 최고의 투수 김광현이었다. 약속도 지켰다. 지난 7일 문학 삼성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그를 따로 만났다. 오래 기다리게 한 만큼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성실히 네이트 스포츠 Pub 인터뷰에 응해 줬다.
"방어율이나 탈삼진도 탐나지만 다승왕이 제일 좋아요. 팀이 이기니까요" "세리머니 필요할 땐 할 거에요. 그게 제 트레이드마크이니까" "탐나는 구질은 현진이 형의 체인지업과 봉중근 선배님의 커브" "KIA에 많이 이기는 이유 나도 몰라. 아직도 KIA 타자들이 부담스러워요"
"이상훈 선배님, 제가 야구선수를 직업으로 할 수 있게 해 준 분" "김성근 감독님, 야구를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 "엘광현? 어렸을 때 이상훈·LG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럴 리가" "기성용 닮았다는 소리 지겹도록 들어. 한번 만나 봤으면 좋겠어요"
김광현 (사진=연합)
[김광현과 야구]
▶류현진 선수도 해외 진출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는데. 만약 해외로 진출하게 된다면 미국 일본 중 어디에서 뛰고 싶은지요? (박태진)
"아직 너무 먼 미래의 얘기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분명한 건 FA가 될 때까지 내가 실력이 있어서 해외 진출의 기회가 온다면 일본이 됐든 미국이 됐든 새로운 무대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거에요."
▶작년엔 부상때문에 아쉽게 놓친 타이틀이 있는데요, 투수부문 타이틀 중 가자 탐나는 건 뭔가요? (강혜인)
"방어율이나 탈삼진 타이틀도 탐나지만 저는 다승왕이 제일 좋아요. 제가 이기는 만큼 팀도 많이 이길 수 있으니까요. 제가 비록 실점을 많이 해도 팀이 이겨서 승리투수가 된다면 기쁨이 두 배지만 제가 1점만 준다고 해도 팀이 0-1로 지는 것은 싫어요."
▶전에는 삼진을 잡으면 뛸듯이 기뻐하고 잘 안될때는 아쉬운 표정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복귀 후에는 감정표현을 자제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부상전과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나요? (박순영)
"큰 부상을 당하고 복귀에 성공하니까 마음에 여유가 좀 생겼어요.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 부분이 있어요. 일단 안 다치는 게 최고라는 생각으로 신중히 임할 거구요, 세리머니가 필요할 땐 할 거에요. 그게 제 트레이드마크이고, 또 그걸 보러 오시는 분도 계실 테니까요."
▶고등학교때 무기인 슬라이더를 안쓰다가 올해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들었는대요. 특별한 이유 있는지? (박창언)
"슬라이더는 프로에 와서도 계속 던졌구요. 저한테는 커브나 슬라이더나 같은 구종이에요. 슬라이더로 던지는데 더 느리고 각이 크게 들어가는 게 커브라고 할 수 있죠. 고등학교 때 제가 커브 위주로 던진 걸로 아시는 분이 많은데, 슬라이더를 던진다고 한 것이 힘이 부족해서 느리고 각이 커졌을 뿐이에요."
김광현의 호괘한 투구폼 (사진=연합)
▶개인적으로 김광현 선수의 역동적인 투구폼을 너무 좋아하는 팬입니다. 투구폼은 언제부터 사용해온건지, 본인이 "스스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면 누구에 의해 탄생한 것인지 알고 싶네요^^ (김하영)
"누구한테 배운 것도, 의도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에요. 그저 어릴 때부터 공을 세게 던지려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온 거고 세월이 지나면서 몸에 밴 거죠."
▶호쾌한 투구폼은 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지만, 한편으론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나중에 폼을 바꾼다는 생각이 있나? 없으면 별도로 하는 하체 운동이 있는지 (이경욱)
"어릴 때부터 해 온 폼이라 무리가 전혀 없어요. 어떤 사람들은 큰 투구폼이 나중에 무리를 일으킬 거라고 하는데 그건 그 사람들이 제 폼으로 던졌을 때 얘기죠. 제가 제일 편안하게 던지면서 나오는 게 지금 폼이에요. 만약 무리가 생겼으면 벌써 생겼어야죠."
[라이벌과 롤모델]
▶김광현 선수와 류현진, 봉중근 선수는 우리나라 3대 좌완인데. 두 선수의 탐나는 구질에는 뭐가 있나요? (이도섭)
"어느 하나만 콕 집기는 힘든데요. 굳이 꼽으라면 현진이 형의 체인지업과 봉중근 선배님의 커브요."
한국 최고의 좌완 류현진과 김광현 (사진=연합)
▶류현진과 비교 했을때 자신의 장단점을 말해 주세요 (박대희)
"현진이 형은 형 나름대로 스타일이 있고, 저는 저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현진이 형과 비교해서 저의 장단점을 찾기는 힘든 것 같아요."
▶김광현 선수에게 있어 가장 상대하기 싫은 타자는? (이종순)
"해마다 달라요. 올해도 각 팀마다 한 명씩은 있는데 다 밝히기는 그렇고 두산과 삼성에서만 꼽는다면 김동주 선배님과 최형우 선배님이요. 정말 까다로운 타자들이에요."
▶타이거즈 천적이란 별명이 있는데 어쩜 그렇게 우리 호랑이님들한테 강하신지? (천주영. KIA팬)
"정말 이유를 모르겠어요. 똑같이 잘 던지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KIA를 상대로 많이 이기게 됐네요. 운이 좋았고 데뷔 첫 승을 KIA전에서 올리면서 뭐랄까 좋은 징크스가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아직도 KIA 타자들이 부담스러워요."
▶예전에 기사에서 이상훈선수가 롤모델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상훈선수는 어떤 존재인가요? (김요한)
"저를 야구장에 자주 찾아가게 만들고 야구를 재미있게 느끼게 만든 분이에요. 결국 제가 야구선수를 직업으로 할 수 있게 해 준 분이죠. 어린 마음에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뿌려대는 이상훈 선배님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어요."
[김성근 감독님]
▶김광현 선수에게 김성근 감독님이란? (강대원)
"이상훈 선배님이 야구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면 김성근 감독님은 야구를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입니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주신 분이죠. 저의 모든 것을 꿰뚫고 계시면서 저를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시는, 그래서 야구 인생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분입니다."
오늘날의 김광현을 있게 한 김성근 감독 (사진=연합)
▶작년 부상이후부터 컴백하기전까지 김성근 감독이 어떻게 조언이나 도움을 줬었는지 궁금하다 (윤승학)
"그냥 편안하게 재활할 수 있도록 해 주셨어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말씀 안 하시고 그저 천천히 차근차근 하라고 하시면서 심리적 부담을 안 갖도록 해 주셨죠. 사실 작년 손등 부상이 제게는 가장 큰 시련이었어요. 스프링캠프 때까지도 계속 손이 아파서 정말 다시 그라운드에 못 서는 줄 알았어요. 감독님 덕분에 조바심 안 갖고 꾸준히 던지다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아프지 않더라구요. 지금은 언제 아팠는지도 모르겠어요."
▶전에 김성근 감독님 생일파티때 감독님 얼굴에 케익 묻혔을때 안혼났나? (차지민)
"그런 적 없는데…. 제가 감히 어떻게. ^^;"
(이거 지금은 은퇴하고 미국에서 코치연수중인 조웅천 선수로 알긔 ㅋㅋㅋ)
[나의 팀 와이번스]
▶팀 내서 거의 막내인 것 같은데, 어떤 선수랑 제일 친해요? (최윤지)
"다 친해요. 굳이 꼽으라면 (전)병두 형이랑 같이 재활하면서 많이 친해졌죠. 둘 다 아픈 시기에 서로 의지가 됐어요. 재활 도중 실망할 때마다 서로를 보며 위안을 얻었죠. 병두 형도 성공적으로 복귀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타자들이 유독 광현선수 선발일때만 타격감이 무지 떨어지더라구요..솔직히 섭섭하지 않나요? (윤선영)
"이런 말씀하시는 것 보니까 정말 저를 좋아하는 팬이시군요.^^ 객관적으로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몇 번 그랬던 것이 저를 아끼시는 마음에 크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타자들은 제가 등판할 때나 다른 투수들이 등판할 때나 타격감에 차이가 없어요."
[재미있는 질문들]
▶다수의 네티즌들은 김광현 선수가 LG의 팬이라면서 '엘광현'이라는 별명이있는데 정말 LG의 팬이 맞으신지? (강성민)
"어렸을 때 얘기죠. 집이 잠실 근처여서 잠실구장에 자주 가면서 LG 경기를 많이 봤고 이상훈 선배님과 함께 LG를 좋아하게 됐어요. 지금은 제가 엄연히 SK 선수인데 그럴 리가 있겠어요. LG를 볼 때나 다른 팀을 볼 때나 느낌이 똑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걸그룹은? 그리고 멤버는? (조재휘)
"특별히 좋아하는 걸그룹이 없어요. 멤버도 잘 모르구요."
▶이상형이 계속 바뀌는거 같던데 "밥잘하는 여자" 말고 진짜 이상형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한은정)
"느낌이 중요해요. 보기만 해도 좋고 편안한 그런 느낌. 너무 추상적인가요.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려고 해도 안 되는 걸요."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 선수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은 김광현. 그러나 싫지는 않은 듯 (사진=연합)
▶혹시 주변에서 축구선수 기성용 선수 닮았다고 많이 듣지 않으셨나요? (현민희)
"정말 지겹도록 들었어요. 저는 별로 안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요새도 가끔 저보고 기성용 선수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도 기분 좋아요. 언제 한번 만나 봤으면 좋겠어요."
▶안산공고 디자인과 선배입니다. 소문에 의하면 다른 야구명문고에서 스카웃이 많이 왔다는데 굳이 안산공고로 온 이유가 "가까워서" 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김봉주)
"사실입니다. 먼 곳에 가서 숙소생활하면서 고생하고 싶지 않았어요. 중학교 때 계속 숙소생활했기 때문에 집에서 다니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입학하고 봤더니 거기서도 숙소생활을 해야 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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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태웅이네요 가까워서 ㅎㅎㅎㅎ
서...서태웅이냣!!! 가까우니까......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이..ㅋㅋㅋㅋㅋㅋ
가까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기아 상대로 잘하는건 자랑도 못되는데..ㅠㅠ
아 진짜 하나하나 호감 ㅋㅋㅋㅋㅋㅋ
손해볼건 없죠 ㅋㅋㅋㅋ
오~~~ 정말 기성용 선수와 닮았었네요 ㅎㅎㅎ
서태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광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까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