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고립가구 지원 고독사 예방 힘쓸 것”
경기일보DB
“죽은 지 두 달도 넘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니…”
용인특례시에 있는 공공임대주택에서 혼자 살던 50대 장애인(지체장애 3급) 남성이 사망한 지 두 달 만에 발견됐다. 이웃 주민들은 오랫동안 몰랐고, 일각에선 사회안전망을 재점검해 위기가구 발굴에 빈틈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용인특례시와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40분께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소재 한 임대주택에서 A씨(58)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몇 달째 인기척이 없고, 우편물이 가득 쌓여있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A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부패가 매우 심한 상태로 발견됐다”며 “유서가 작성된 시점(3월9일)으로 봤을 때 두 달쯤 전에 이미 사망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찾은 A씨 임대주택엔 장애인등록증이 부착된 A씨의 차량이 세워져 있다. 앞 유리창엔 마른 낙엽과 잔가지, 차량 본네트에는 송화가루가 수북이 쌓였다. 장기간 운행을 안 한 듯 타이어 바람은 빠져있고, 바퀴 안쪽으론 거미줄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지난 7일 오후 용인특례시 기흥구 구갈동의 한 임대주택에서 50대 A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사진은 A씨 차량과 그를 추모하기 위해 현관문에 놓은 꽃 한송이. 김경수기자
A씨가 살던 2층에 오르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현관문에 코를 바짝 대니 역한 악취가 풍겨 나온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무연고자인 A씨는 가족과 왕래가 아예 없었고,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A씨 우편함과 현관에는 신용카드 고지서를 비롯해 건강보험료와 각종 공과금이 몇 달씩 밀린채 방치돼 있었다. 하루평균 3회 이상 채권추심단이 찾아와 A씨를 찾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빌라 안에서 마주친 그 누구도 A씨의 죽음은 알지 못했다.
입주민 B씨(43)는 “가끔씩 A씨를 만날 때마다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건강도 안 좋아 보였던 A씨가 보이지 않아 계속 걱정했는데, 그때 경찰에 신고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고 토로했다.
전국적으로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느는 추세지만, 용인시는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사회안전망을 제때 작동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시가 실시한 ‘취약계층 1인가구 전수조사 결과 보고’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법정차상위 1인 가구는 9천358가구로 집계됐다. 2인 가구(2천376가구) 이상 합치면 1만1천734가구나 된다. 이에 반해 용인시 복지 분야 공무원은 35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역사회는 해당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인력이 확충되지 않는 한 비슷한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시 관계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보니 위기가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밝히기 꺼리는 가구까지 포함하면 취약계층 가구 수치는 급증할 것”이라며 “(시민들은)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다면 지나치지 말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요청해주셨으면 한다.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종합계획 수립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 고독사 예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