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떡에 관심 갖지 말라
13세기 터키의 인물, 나스레딘 호자, 그의 일화는 아직까지 세인들에게 널리 전해지고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길을 가던 호자가 햇빛을 피하기 위해 잠시 쉬어갈 곳을 찾았다. 호자는 길옆의 상수리나무 그늘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나무 그늘에 앉아 건너를 바라보니 크고 둥근 호박들이 탐스럽게 여물어 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호자가 “아, 하늘의 뜻은 참 오묘하다.
이렇게 하늘을 찌를 듯이 크게 자란 상수리나무에는 조그만 열매를 맺게,
저렇게 여린 연한 줄기에는 커다란 호박이 열리게 하다니...”라고 말했다.
즉 하늘의 뜻을 잘 모르겠다는 한탄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상수리 열매 하나가 호자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러자 호자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빌면서 말했다.
“아,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결코 하늘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저렇게 큰 호박이 나무에 열렸다면 지금쯤 제 머리는 크게 다쳤을 것입니다.”
연한 줄기에 호박이 열리고, 큰 나무에 작은 상수리 열매가 열리는 하늘의 이치에는 다 이와 같은 이유가 있다.
세상만물은 살아가는 이치나 조건이 각각 다르다. 각각 그의 환경이나 능력에 맞추어 자라고 열매를 지닌다.
사람에게도 저마다 주어진 상황이 있다. 남과 같지 않은 상황이 어쩌면 그 사람의 몫이고 또한 과제다.
바꾸어 말하면 그 시절에 그가 지니는 짐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단순비교는 옳지 않다.
‘저 사람은 저런데 나는 왜 이럴까?’하는 심리도 상대적인 것이다.
서로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그 내용은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다.
기쁨과 시련도 스스로가 감당할 만한 무게만큼 주어지는지 모른다.
누구든 자신의 처지에서 이겨 내고 적응해 가는 것은 인간이 가진 또 하나의 능력이다.
흔히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말한다. 설령 내 손에 있는 떡의 크기가 작다고 해도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감당 못할 떡이 주어지면 그것도 병이 되고 괴로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의 떡을 무조건 부러워하지 말라는 뜻.
공자님 말씀 중에 ‘인생삼계’를 기억하고 있다.
인생에서 조심해야 할 세 가지를 말씀하신 것인데, 색, 투, 득이다.
색을 조심하라는 것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특히 초년 시절에 이성에 탐닉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투를 조심하라는 말씀에는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중년에는 지나친 다툼과 경쟁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중년의 삶은 사회적 지위도 그렇지만 재산의 유무도 남과 경쟁하며 끝없이 비교하게 된다.
심지어는 자식과 배우자까지도 이웃과 비교하는 버릇이 있다. 자신의 삶을 다른 이와 비교하면 불행하고 고달프다.
왜 쌍둥이 같은 인생을 살려 하는가?
여기에 대한 경고가 바로 ‘투’의 철학이다. 남과 경쟁하고 비교하는 마음을 버릴 줄 알아야 중년의 삶이 편하다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노년에는 마음을 비워한다는 것이 ‘득’의 요점이다. 눈감는 날까지 움켜쥐고 있겠다는 것은 지나친 노탐이다.
물러날 때가 되면 그 자리를 비워 주어야 한다. 나이 들어서 명예와 재산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술주정보다 더 추하다.
인도의 격언 중에 “노인은 히말라야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높은 산은 모두가 경외하고 우러러보게 됨을 비유로 한 말이다.
노년에는 집안의 어른으로서 존경받는 위치에 서 있으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삶의 마지막 길목에서 지나치게 소유하려는 욕심을 버려라. 이것이 ‘득’에 대한 공자님의 강의 포인트다.
인디언들에게는 열두 가지 계율이 있는데, 그 중 열두 번째 계율은 이렇다.
“그대의 인생을 사랑하고 완성하라. 그대 삶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라. 지금,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라,
그리고 그대의 이웃에게 많이 봉사하기를 힘쓰라.”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살아 이음에 감사하고, 이웃에게 봉사하라.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이 열두 번째 계율을 잘 지키면 우린 넉넉한 부자다. 재산이 많아야 부자인가?
그가 어떤 마음을 지니고, 그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부자가 될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 점을 기억하길.
출처 ; 현진 스님 /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