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읽고 나서 정말 이사람들 끔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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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황우석 사태가 한참 불거졌을 때의 일이다.
내가 제 2의 황우석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정리하는 중이라고 했더니,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가 자신이 여러 명을 후보에 올리고 있는 중이라고...
황우석 사건은 한편으로는 줄기세포라는 전대미문의 희망찬 민족주의가 만들어낸 사건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WTO 개방 이후 R&D에 대한 보조금으로 예전의 수출보조금을 전환하는 경제정책이 만들어낸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가 나가는 돈의 돈줄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다수 있다.
가끔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요 연구과제를 나눠주는 사람과 기본계획이라고 부르는 해당분야의 장기 정책과제의 로드맵을 만드는 사람이 동일한 경우이다.
아니, 자기가 자기 연구의 계획서를 내는데, 이게 바로 국가의 연구계획서가 되는 경우가 있단 말이야?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 하는 얘기지만, 총리실에 있던 시절, 내 바로 옆자리가 우리나라 과학정책의 총괄조정하는 실무자의 자리였다.)
황우석이 그런 경우였다. 자기가 하던 일을 자기가 계획서 내고, 그게 그대로 정부정책이 되는 황당한 일이 우리나라 과기부나 산자부가 하는 일이다.
황우석만 그런 건 아니고,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많고, 제 2의 황우석 사태 같은 것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복마전과 비슷하다.
몇 가지만 사례를 생각해보자.
서울대 김태유 교수도 약간 황당하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관악산에 등산갔다가 산 위에서 비서관 제의를 받고 과학기술비서관이 되었다. 김태유 후임이 그 유명한 박기영이었다. 에너지 쪽에서는 예전에 김태유를 견유학파라고 불렀다. 요즘은 에너지자원 대사라는 - 사실은 이름만 있지 실권은 별로 없는 - 걸 하고 있다. 황우석과의 차이는 주위에 연구과제 나눠주는 걸 워낙 잘한다. 그리고 규모가 작기는 하다.
연세대 신동천 교수의 경우는 거의 신이 내린 사람처럼 이런 프로젝트 관리하는데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보여준다. 아토피 관련된 정부대책이 10년이 지나도 별 게 바뀔게 없다고 생각하는건, 정부의 환경질환에 관련된 기본계획을 신동천이 세우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지켜보는 일만 할 것이라는 것은, 신동천은 정부 계획을 짜면서 자기 프로젝트 계획 밖에 안 세우는 황당한 사람이라서... 이거 돈의 규모도 크지만, 재앙에 가까운 아토피에 대해서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의 배경에는 신동천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래도 꼬리가 길어서 요즘 조금씩 밟히기 시작한다. 이천 하이닉스 사태 때 국회 청문회에서 구리는 자연계의 구성물질이라서 뭐 조금씩 먹으면 먹어도 괜찮다... 이게 보건 전문가로 정부정책을 쥐고 있는 사람이 할 얘기냐...
이런 사람 중에 또 하나가 연세대 토목공학의 조원철 교수라는 사람이 있다. 막상 만나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세상에 이런 종류의 사람도 존재하는구나. 황우석은 조원철이나 신동천에 비하면 솜씨가 떨어졌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는 생각을 감추기 어렵다.
댐과 관련된 소위 토목공학계의 수장에 해당하는 사람인데, 조원철을 정점으로 하는 이 시스템에서 반대의견을 낸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일반인들도 TV를 보는 사람이라면 다 조원철의 얼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해대책 나올 때 TV 방송에 아예 설명자로 나와서 댐이 없어서 이렇다고 얘기하는 나이 든 교수가 있으면 그가 조원철이다. 회의할 때 몇 번 만났는데, 정말 놀랐다. 직전에 했던 얘기와 실제 회의할 때 하는 얘기가 다른... 어떻게 저런 표정을 하고 딴 얘기를 하지? 대단하군!
우리나라는 UN이 물부족 국가로 분류한 적이 없다. UN 산하 연구소에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10년도 전에 전망치를 딱 한 번 냈을 뿐인데, 모든 사람이 우리나라를 UN 분류 물부족 국가로 알고 있다. 그 배경에 조원절을 정점으로 하는 댐쟁이들이 있다.
조원철도 꼬리가 길어서 슬슬 밟히기 시작하는데, 어쩌면 다음 정권 때에는 황우석 이상으로 더 전면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예전에 경부운하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조원철 교수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연세대 토목공학과 조원철 교수는 “회의에 참가한 적도 없고, 보고서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보고서의 이러저러한 내용을 보니 이 사람들, 정말 큰일 낼 사람들이다. 특히 운하를 만들기 위해 해외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부분은 터무니없다. 분명 연구진 중에 외국 회사 관련자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수자원공사 최종 보고서에는 네덜란드의 한 토목회사가 ‘국외자문단’이라는 명목으로 올라 있다."
경부운하하는 사람 "정말 큰 일 낼 사람들이다"라고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가 최근에 이명박 캠프에 합류했다. 그래서 경부운하 기술논쟁의 맨 앞에 나섰다. 저 위치쯤 되면 자기가 직접 토론회에 안 나오고 다른 사람 내세워도 되는데, 왜 조원철은 맨 앞에 나섰을까? 작업 가설을 세워본다.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걸 너무 좋아해서? 황우석도 그런데 나오는 걸 너무 좋아했던 약간의 자아도취형 경향이 있었다.
경부운하 자료와 이명박 공약들을 몇 개씩 정리해보기 시작하는데, 익숙한 이름들이 막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휴우...
조원철과 또 머리 맞대고 논쟁해야 한단 말이야? 어째 이런 사람들은 골목길 돌다가 만나고 또 돌다가 또 만나는 사람들처럼... 이명박 경부운하 논쟁에 조원철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포진해서 무슨 얘기들 하는지 갑자기 베일에 가렸던 안개를 보는 것 같다.
황우석 사건은 황당하기는 했지만, 이런 사건들은 형태와 유형을 바꿔가면서 계속 생겨날 것이라는게 내 솔직한 생각이다.
조원철 교수의 이름을 보면서 경부운하가 제2의 황우석 사태처럼 황당한 국면으로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