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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 앤더슨 2016년 첫 심산행기
- 어쩌다의 어정쩡한 올 첫 가족심 산행을 기록하다(2016.5.6)
안녕하세요? 우리 심산의 가족님들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님들
올 겨울 왕초 앤더슨이 일하는 직장인 공항은 참으로 일거리가 많았습니다. 폭설에 바람 등등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하느라 겨울 근처로 심자리 정찰도 한번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월급쟁이 신분이다보니 몸 담고 있는 직장에 소홀할 수 없는지라 그저 아쉬움을 달래야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늘 오고가는 차안에서 주변의 산들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놀고 있었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심소식이 일주일에서 열흘정도는 빠르게 들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긴 기후가 워낙 무쌍하게 변화하니 자연도 헷갈리지 않을 수가 없으셨겠지요.
작년에 산에서 모셔온 분들중 약간 빈약하신 분들 두세채를 베란다 화분에 모셨는데... 올해 이상하게 올라오지 않길래 기다리고 기다리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화분속을 들춰보니 아고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뭐가 잘 못 되었는지 푸석푸석해지거나 녹아서 겨우 미이라 같이 흔적만 있네요. 휴~~~
대신 꿩 대신 닭이라고 얻어와 장뇌묘종을 심어 놓은 분들은 어느날 고패로 불쑥 올라오시더니...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색도 시커멋습니다. 이거 그냥 인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 작년에 산에서 보고 시험삼아 심어 볼 요량으로 캐다가 화분에 심어놓은 하수오는 의외로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보는 즐거움 말 그대로 즐겁습니다.
베란다의 간이 삼포 화분속의 인삼장뇌산삼(?)
올해는 봄 산행 정찰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한 열흘 전인가? 작년봄에 보아둔 작은 각구분들이 잘 올라오시나 하고 정찰삼아 갔는데 임도 바리케이트가 닫혀있고 또 이미 그 쪽에 몇분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 그냥 와 버렸는데...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본의 아니게 시작된 올해의 첫 심산행^^]
사실 중부권의 첫 심산행은 고추심는 때, 그러니까 보통 5월 5일 어린이날이 제때라고 배웠는데 말씀대로 기후가 변화무쌍하니 올해는 시기가 팍 빨라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마음이 조마조마 두근두근 했죠.
지난주 시간이 될 듯하여 근처 괴산쪽으로 첫 심산행을 나서기로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괴산도 잘 나온다는데 저는 이상하게 각구 두어개 본 것 말고는 아직 괴산에서 심다운 심님을 보지는 못했거든요. 하긴 괴산도 왠만한 곳은 이미 다 길이 나있고 괴산에서 제대로 보려면 차 들어가는 곳까지 가서 거기서 걸어서 한 두시간은 들어가 초입으로 방향을 잘 잡아야 그나마 혹여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감히 왕초는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배낭도 새로 빨아서 말리고, 심통도 닦고, 장갑도 준비하고 수건, 약통, 비상식량(주로 건빵과 육포, 아주 널널한 시간 초코바입니다)도 챙기고 이러저런 채비를 하고 주말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작년 어느 왕초 심산행기에서 언급했던...그 상황이 다시 발생했습니다. 돌발입니다 어흑~~
퇴임하시면 강원도에서 노후를 보내시겠다는 상사분이 평창에 농가주택과 약간의 밭을 구입하셔서 주말마다 가 계시는데...문제는 이분들이 농사를 아예 경험해 보지 않으신 분들입니다. 작년에 고추모종 심는 것부터 아주 초보 농군의 티를 팍팍 내시며 고생하시더니 올해는 아예 모종을 준비해놓고 저보고 와서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하십니다. 하필 지난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말입니다.
직장 생활 잘하려면 눈치가 있어야 하겠죠?^^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저의 첫 개비심산행을 계획한 주말이라 그래도 마이마이 아쉬웠습니다.
[진천장에 가서 모종과 묘목을 구해서 싣고...]
기왕지사 마음먹은 것 가서 기쁜 마음(?)으로 가서 농삿일을 도와 드리기로 합니다. 다음날 일찍 인근의 진천 장으로 가서 부탁받은 모종들을 골라서 차에 싣습니다. 고추모종은 이미 준비하셨다니 저는 토마토, 오이, 가지, 피망을 적당히 삽니다. 한창 때라 그런지 모종을 파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좀 많이 샀더니 모종파는 아주머니의 예쁘장한 따님이 참외 모종을 서비스로 몇 개를 주시네요. 역시 덤은 사람을 기쁘게 합니다.
뭔가 조금 아쉬운 마음에 전전 장날에 들러 봐둔 포도나무 묘목을 사러 갔더니 아고, 실한 것이 하나 밖에 없네요. 작은 묘종은 5천원씩인데..이건 올해 심으면 언제 열매가 달릴지 모르기에 기왕이면 올해 몇 송이라도 따 먹을 수 있는 좀 큰 것 하나를 2만원에 주고 사서 차에 싣고 출발합니다.
덕분에 차는 꼴이 개판 되었습니다.
주말 나들이 차량이 많을 것이 분명하기에 여주까지는 국도로 올라갑니다. 날은 조금 흐리네요. 여주에서 고속도로로 올라 강릉방향으로 달립니다.
[큰일 났다. 앞으로 강원도를 어찌...다닐까]
고속도로로 올라 좀 달리다 문막휴게소를 지나고 새말 근처인가쯤 가니 갑자기 차들이 밀립니다. 어라 왜 갑자기...?? 좀 있으니 앰블런스도 가고 렉카도 갓길로 가고 도로공사 순찰차도 갑니다. 사고가 났다보다 하고 거북이가 되어 가는데...어라? 이건 가도가도 속도가 안 납니다. 무려 거의 한시간이나 거북이입니다.
(꽉꽉 밀리는 고속도로)
기름도 떨어져 가는데...걱정입니다. 그렇게 짜징 지대로 내면서 가다보니 무슨 안내문구가 고속도로 전광판에 보입니다.
‘평창 올림픽 대비 영동, 중부고속도로 전면보수공사 2016 ~ 2017년 0월까지’
헐~~입니다. 아고...큰일 났습니다. 강원도로 산행가시는 횐님들 많으실텐테...어쩌까나? 그리고 스치듯이 어느분이 걱정됩니다. 우리 지기님^^ 어쩌쓰까이~~ 강릉과 서울을 오가실라면...^^ 지기님 힘 내십시오
한참을 가니 시멘트 먼지를 날리며 공사를 하느라 양방향 모두가 차선하나씩만 열어 놨네요. 아구...확 욕이 나올뻔 했는데 공사하느라 고생하시는 분들을 보니 그리고 국가발전을 위한 대행사를 준비한다는데 어쩔까 싶습니다.
그 병목 구간을 지나니 속도가 빵빵합니다. 기름도 넣어야 하고 배가 고파 요기도 할 겸 고갯마루에 있는 횡성휴게소에 들렀다가 그냥 기름만 넣습니다. 차가,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어찌어찌 하여 목적지인 평창의 그분집에 도착하여 부랴부랴 밥을 먹고 허기를 달랩니다.
이어 마당에 나가니 스윽하고 고추모종판을 내어 놓습니다. 눈치가 저 올때까지 기다린 듯 합니다. 바람은 거세게 불었다 말았다. 좀 힘듭니다. 기왕지사 도와 주기로 한 거 열심히 심어볼 요량입니다. 비닐에 구멍 뚫는 거나 깊이나 좀 맘에 안 들지만 초보 농군들이시다보니 그냥 암소리 안하고 열심히 고추를 심어 나가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호미로 고랑의 흙을 파서 얻는게 더딥니다. 이거 이러다가는 깜깜해질때까지 다 심지 못할 것 같아 잠시 인근의 면소재지 철물점으로 가서 그 이름이 뭐더라? 둥그렇게 생겨서 바닥을 한번 좌악 긁어 흙을 담아 기울이면 거의 한두번에 끝나는 호미가 아닌 그 뭐러다를 두 개 사왔더니 무지하게 좋아라 하십니다.
그렇게 고추 200개, 파, 오이, 피망, 가지, 토마토 등을 심고 마지막으로 두 고랑의 비닐을 벗겨내고 하나의 넓은 고랑으로 만들어 비닐을 씌운후 참외를 심습니다.
이어 마당 적당한 곳에 포도나무를 심었습니다. 힘들지만 나름 뿌듯합니다.
(작지만 만만치 않은 품을 팔다)
[생각치도 않은 곳에서 올해의 첫 심]
아직 해가 있고 저녁은 일곱시쯤 먹자고 해서 저는 뒷산을 흘깃흘깃 보다 들어갑니다. 장화신고 바지는 추리닝바지 차림이라 깊이는 못 들어가고 그냥 주변이나 한 바퀴 돌 요량입니다. 둥글레는 잔뜩 올라오고, 더덕도 조그만 것으로 몇 개 보입니다. 하수오는 아직 안 올라왔는지 잎장이 안 보이네요. 사실 작년에 두어번 와서 기웃거린 곳이라 대충은 뭐가 어디있는지 압니다. 한 삼십분 시간이 있어 어찌할까 망설이다 작은 능선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기로 합니다. 요즘 슬프게도 노안이 와서 눈도 뻑뻑하고 또 고단하기도 하고 어둡기도 합니다.
혹시나 해서 뭔가 있을 만한 곳을 두어번 맴돌다 에라 모르겠다 평평한 곳으로 해서 능선이나 올랐다오자 하고 다시 길을 잡는데....
딱! 이네요^^ 바로 앞에 작은 삼구입니다.
(작은 삼구로 올 비공식(?) 첫 심을 보다^^)
손바닥만한 작은 삼구지만 기분은...머릿속은 화~~~합니다. 올해의 생각지도 않은 첫 심입니다. 작년에 여기와서 일 도와주고 짬날때마다 이리로 해서 능선을 넘어가 디비고, 더덕이며 하수오도 조그만 것을 보면서 적어도 편도 네 번은 왔다갔다 한 코스인데... 그래서 있었다면 눈에 안 띄었을리라 없는데...참 신기합니다.
가만히 후벼보니 연식은 뭐 기껏해야 다섯손가락 정도안에 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산삼이라기보다는 저 아래 길가에 인삼밭이 있고 바로 아래쪽에도 노는 밭이 있으니 대충 답은 나옵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혹여 하나만 더 있으면 사이좋게 두분께 하나씩 드시라고 드리고 싶은데 ...조금더 살펴봐도 더는 없네요.
내려오다 밭둑을 디벼 사람이 뿌려놓은 더덕을 몇 개 캡니다. 왕건인데...냄새는...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내려와 더덕을 손질하다 제 엄지 손가락도 썰어 자연양념(?)까지 치고^^, 오삼불고기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다 사랑채에서 곤히 잤습니다.
[다음날, 항상 그렇듯이 왕초는 어디로 가야 할까나~~고민을 하다]
심산행지는 밤에 가만히 집에 누워있으면 막 생각납니다. 가고 싶은 곳이^^ 또 가야 할 곳이... 그러나 막상 내일이 오늘이 되면 어디로 갈지가 또 고민됩니다.
더구나 여기는 강원도입니다. 충청도에서 자주 오기가 쉽지 않은 곳이며 또 우리동네에서 뵙는 심들하고는 개인적으로 자태가 틀리다고 생각하는주의입니다.
아침을 먹고 인사를 나누고 대화면소재지에서 잠시 멈춰 섭니다. 네비를 찍어야 하기에 말이죠.
제작년에 대책없이 왔다가 첫날 꽝치고 둘째날 우연히 골라잡아 들어갔다 산속에서 비를 맞나 홀랑젖은 후에 만난 쪼금 괜찮은 두분이 있었던 곳으로 갈까?
아니면, 작년 우연히 지나다 괜찮아 보여 가고자 들어섰다 가로막힌 개울에 홀랑빠지고 건너가 디비다가 본 작은심이 있던 골짜기? 아니면...보자보자 우연히 한 분을 봤던 어느 모 골짜기?
그러다가 제작년 두분을 봤고 능선넘어에서 작은 심 두어분을 봤던 그곳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어제 고속도로에서 하도 고생을 해서 국도를 타고갈까 그냥 고속도로를 들어서니 아침이라 그런지 씽씽달립니다.
목적지가 가까워 올수록 점점 모드는 긴장모드로 바뀌어 갑니다. 오늘은 공식적으로 올해의 첫 심산행이기도 합니다. 그새 도로공사를 하느라 길도 좀 바뀌고 가다가 본 풍경도 조금씩 바뀝니다. 어느 고개를 넘어가는데 왼편으로 산초입을 아예 한 200미터 정도 금줄을 쳐 놨네요. 이곳은 ‘더덕, 좌앙뇌삼 재배지역...침입시 형사고발 어쩌구저쩌구’ 아고 긴장됩니다. 고생하시며 심농사를 지으시는 분들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는데..
목적지 마을에 들어서 길을 타고 골짜기로 들어서니 풍경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못 보던 펜션도 있고, 작전에는 무슨 토란 비슷한 것을 심었었는데 올해는 아닌게 심어져 있고....하긴 세상은 늘 변합니다.
끝자락까지 올라가니 산 밑의 집에 도회지에서 손님이 왔는지 사람들이 북적북적합니다. 마당을 지나치며 그냥 못 본체하고 차를 몰아 올라갑니다. 예전에 차를 댔던 곳까지 갔더니 그새 확 밀어서 전원주택 단지를 만든것인지 아니면 무슨 농사를 지으려고 밭을 만든 것인지...모르겠네요.
좀 더 들어가 차를 세우고, 산 초입으로 올라서니 그제야 그 넓은 터에 가운데 트럭을 세우고 비료를 치는 분이 저 멀리 보입니다. 아고...^^ 산 초입에서 괜시리 마주치기가 좀 그렇습니다. 왼편으로 돌아 산으로 들어서 채비를 하는데.. 어라? 발 밑에 더덕이 딱입니다^^ 옳거니! 감이 좋습니다.
(
(많기는 많은데 실한 분은 별로인 더덕들)
살짝 들춰보니 그런대로 인지라 개비로 뽑아내어 냄새를 즐깁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올라가니 고만고만한 더덕이 몇 개 더 보이지만 그냥 패스합니다. 골짜기를 가운데 두고 아까 농부분을 굳이 마주치지 않으려 왼편으로 올랐기에 제작년에 들어섰던 그 능선의 반대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서정통으로 서향인지라 바닥이 좀 그렇습니다. 그냥 치고 올라가다가 중간쯤에서 골짜기로 내려가 정통으로 중앙을 치고 올라 제작년에 두분을 보았던 Y골 상부에 올라 눈을 부라려 보지만 그게 끝이었나 봅니다.
안 계시네요^ 게다가 그 때 비가 온후라 두분을 보고 왕초가 흥분하여 사방을 미끄러지며 빠대고 다녔으니 ㅠㅠ 아고 그저 돌아보면 민망할 뿐입니다.
[작은 구광자리는 또 아련한 추억이 되고....]
사실 오늘 가고자 한 곳은 이골이 아니라 주능에 올라 조금 더 올라가다, 갈라진 능선의 골짜기로 내려갔다 다시 작은 능선을 넘은 곳에 있는 그럴싸한 곳입니다. 산은 해발 700정도인데 지대가 높아 사실 400정도 되는 작은 산같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좁은 면적에 분포된 능선이라 경사는 꽤나 버겁습니다.
갈수록 체력이 딸리는지...휴 한 열걸음 오르다 헥헥거리며 잠시쉬고, 또 오르다 쉬고를 반복하며 능선을 하나 넘어 골짜기로 내려갔다 다시 낑낑거리며 마지막 능선을 넘습니다. 쉽게 말해서 가로로 몇 개의 능선과 골짜기가 있는데 그것을 횡으로 가로질러 넘어가는 겁니다.
자...힘내자. 그렇게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능선에 오릅니다. 이제 저 아래로 내려가면 작년에 비록 작은 심이지만 두어개 봤고 오행과 각구도 0개쯤 놔두고 온 곳인지라 최소한 올해 개비는 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러나....그러나 능선에 올라보니 풍경을 보고 거의 주저 앉을 뻔 했습니다. 헉~~!!!!!!
(에헤라 디야~~^홀라당 밀어 사라져 버린 작은 광자리)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황량함 그 자체입니다. 휑하네요^^ 작년에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제작년 7.4일날 영롱한 딸이 달린 사구를 한 채 보고 오행과 각구를 놔두고 온 곳을 구광으로 잡고 1년을 기다렸다 가보니 왠 산을 가로지르는 도로공사를 한다고 정확히 밀어버린 것을 보고 허탈했는데...
이곳은 강원도인데...여기도 이 산중에도 홀랑 간벌을 해 버렸습니다. ㅠㅠㅠㅠ
어쩐지 그때보니 여기저기 나무에 흰 페인트칠이 있더라니...설마 했는데...
아쉽지만 깨끗이 포기합니다. 내려가봐야 뭐 볼 것도 없고 위에서 살짝 내려다보니 그 왕성하던 우산나물도 정통으로 햇살을 받다보니 시들시들 합니다. 볼 것도 없습니다.
[포기의 순간, 판단이 빨라야 한다]
시간은 벌써 열 한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 낭패를 어쩐다? 빨리 결정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괜히 어물쩔 거려봐야 승산은 없을 것 같고, 다른 곳을 찍어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위험합니다. 잠시 망설이다 결정을 합니다. 산을 내려가 다른 곳을 찾아 다시 산을 오르기엔 무리가 있으니...
코스를 잡습니다.
지금 위치에서 주능선으로 올라가 다시 동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고 한 한시간 정도 가서 저 멀리 보이는 다른 간벌지능선 넘어를 쳐 보기로 합니다. 그 능선 넘어는 네이버 위성지도로 이곳 지세를 살펴보다 왠지 자꾸 촉(?)이 와서 언젠가 한번 들어가 보기로 마음 먹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계속 위로 올라가면 산은 점점 깊어지고 종국에는 지도에도 나오는 꽤 유명한 산으로 이어지는 곳이더군요.
미지의 세계지만 일단 목표로 찍은 그곳까지 가 보고 산세와 지세를 보아 골 두세개 정도를 쳐보는 것으로 작전을 짭니다.
목표가 정해졌으니 북파공작원처럼 주능선에 올라 좌우 볼 것 없이 앞으로 내 딛습니다. 그렇지만 가다가 능선 아래로 또 그럴싸한 작은 골이 나타나면 멈칫멈칫하고 잠시 갈등이 생깁니다.
‘에이 멀리 갈 것 없이 그냥 여기로 내려가서 디벼 볼까?’ 사실 힘도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리 생각하면 남들도 이리 생각했을터~~~ 항상 그렇듯이 여기에도 벌써 신품 쓰레기봉지들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훈련삼아 눈 집중하라고 오가피도 가끔씩 신경을 건드립니다.^^
중간에서 점심으로 준비한 ‘아주 널널한 쵸코바 두 개와 육포’를 찢어 요기를 합니다. 가만히 쉬면서 하늘을 보고 좌우 능선을 아래를 보니 참 평온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누워서 한 숨 자고 싶습니다만 그럴 여유가 없네요
다시 전진! 한참을 더가 또 다른 간벌지대 위의 능선을 지나 조금 더 가서 작은 봉우리에 올라 지도상에서 본 목표지역을 살핍니다. 일단 마을이나 뭐 그런 것은 없고, 저 멀리 작은 도로가 지나 가는데 가고자 하는 골로 연결되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누가 봐도 저기로! 라는 생각이 드는 골짜기는 좀 위험(접근이 쉬우니)하니 누가 봐도 저기!(2번)보다는 저기!(1번) 라고 할 때 첫 번째 저기!(2번)를 찍습니다.
내려갑니다. 좍좍 미끄러집니다. 보기와는 달리 급경사네요. 내려가다보니 바위들도 꽤나 있네요. 여기서 힌트! 위성지도를 검색할 때 해상도가 높은 군사위성지도가 아닌 이상 대개 무덤과 바위는 허멀건 색으로 나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무덤은 마치 폭탄 떨어진 자리처럼 둥그스런 모양새로 허옇게 보이기 마련이고 어라? 이건 뭐지? 길죽하거나 모양이 찌그러진 허연부분은 대개 바위지대입니다. 무덤은 약간 누런색, 바위는 대개 흰색으로 보이더군요.
바위가 많습니다. 길쭉한 칼 바위는 대개 절벽이다보니 피해가도 오래걸리고 타고 넘자니 위험백배입니다. 시간깨나 잡아 먹습니다. 그러다보니 뭐 심자리 살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한 골을 놓칩니다.
다시 골짜기 중간쯤에서 옆골로 넘어갑니다. 위쪽으로 올라가니 방향은 북향이고 골짜기 중간은 동향입니다. 두 번째 골짜기는 좀 길쭉한데 누가봐도 여기는 들락거리기 좋습니다. 좀 살피다가 다시 옆 능선으로 올랐는데...요건 참 애매한 지형입니다. 주능에서 골짜기가 시작되는 곳 까지는 완만하다가 갑자기 푹 꺼지면서 골짜기 상부가 생기는 모양새인데... 덕분에 골짜기는 길지 않습니다. 잘 해야 100미터 이내쯤?
아무래도 요건 괜히 힘만 빠지기 십상이다 싶어 사람들이 잘 안 내려가고 바로 다음의 좀 더 긴 골로 넘어가기 쉬운 것 같은데...
여기서 함정입니다. 아주 경험이 적은 분들은 모르겠지만 힘든 곳에서 심을 한 두 번이라도 본 분들은 굳이 가보자니 힘들고 안 가자니 걸리고... 애매하지만...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대개는 갑니다^^
그런데 아마 초입의 바위로 된 급경사보다는 형식적으로 그 아래 좀 쉬운곳으로 내려가 대충 살펴보다 다음골짜기로 가기 쉽지 않을까 왕초는 감히 생각합니다.
그래서 역발상으로 아예 주능으로 올라가 위에서부터 다소 험하지만 밑으로 내려오기로 합니다. 역시 생각대로 약간 절벽같은 곳은 험하네요. 그 아래는 부서진 호박만한 돌들이 쌓여 있고 넝쿨이 엉켜있어 참 까다롭습니다. 저도 그래서 에이~~하고 옆으로 빠질까 하다가 그냥 죽을똥을 다해 내려옵니다. 혹여나 하고요^ 그러나 안타깝게도...역시입니다.
약간 펼쳐진 L자로 된 절벽지대의 꺽인 부분쯤 되는 곳에 이르니 힘도 들고 저아 래까지 내려갔다 다음골로 넘어가기에는 더 힘들 것 같고 또 애써 시간핑계를 댑니다. 벌써 두시가 넘었습니다.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여기서 좀 쉬었다가 바로 아래까지만 갔다가 넘어가자’ 는 생각이 듭니다. 밑에는 다시 조그만 절벽처럼 된 골짜기로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다시 주섬주섬 일어나 계곡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계곡을 내려가자니 다리가 후덜거립니다. 물기 머금은 바위를 겨우 잡고 한 4~5미터 되는 계단처럼 되는 절벽을 내려와 잠시 쉬며 보니 내려온 절벽 아래 좌우에 잡다한 나무들이 쓰러져 있고 넝쿨들도 많네요. 좀 디벼 봤으면 좋겠는데...힘이 드니 입 맛만 다시가 물 한 모금 먹고 고개를 돌려 앞쪽의 능선으로 사선으로 이어지는 무슨 길 같은데 있길래 휴~~ 한숨을 쉬며(사람길인줄 알았습니다) 실망하다 자세히 보니 짐승들이 다니는 길입니다. 낙엽에 빠진 굽달린 동물들의 발자욱이 일자로 푹푹 박혀있네요.
다행입니다^^ 힘든데 저 동물길을 따라 능선으로 올라가 내려가 다음 골짜기로 들어서기로 합니다.
그렇게 작은 골짜기 계곡 한가운데서서 잠시 주위를 살피는데 왠지? 그 있잖습니까? 뭔가 쐐하는 느낌...
‘햐~~~요거요거’ 하는 그 말로 표현 못할 그 느낌^^^ 어찌 설명이 안되는...
자! 이제 가보자 하고 출발합니다. 동물길을 따라 한 걸음 두걸음...세걸음인가? 가다가 딱 멈춥니다.
그냥 눈에 들어옵니다. 각구!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옵니다. ‘심봤다!!!’ 뭐 이런거 아닙니다.
‘엥? 각구네...하이고~~’
조금 어이없다는 느낌입니다.
[그곳에는 고대하던 가족이 있었다]
그렇게 황망하게 작은 각구를 보고 혼자 웃음이 나와 잠깐 웃다가 혹시나 해서 배낭도 벗지 않고 주변을 살피니 횡으로 하나 보입니다. 느낌이 오가피 이런것과는 확 다릅니다. 감이 그냥 그분입니다. 거리는 각구에서 한 1미터 남짓? 낙엽과 작은 경사 그리고 막 오르는 초록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네요
앞에 것이 각구님이시고 조 옆에 장갑을 던져 표시한곳이 작은 삼구입니다. 이쯤되면 배낭은 자동으로 벗어집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한모금하고 이제 삼구쪽을 좀 더 살핍니다. 혹시 그분이 있나해서.. 한참을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살피지만...어째 없네요? 고라니가 지나다니다 똥을 싸서 나온 분인가? 크기도 어째 별로고 좀 그렇네요.
그러다가...그러다가 말입니다.
[그 작은 계곡의 절벽, 아무래도 마음에 자꾸 걸리다]
제가 처음본 각구에서 뒤를 돌아 불과 두세발짝 걸어온 쪽은 계곡 중앙의 작은 절벽 아래와 주변으로 눈길이 갑니다. 그렇다면 좀 전에 본 바위주변의 나무주변과 그 위의 어수선한 넝쿨? 뭔가 찜찜했지만 귀찮아서 그냥 외면하고 빠지려던 곳인데...지금 이 상황에서는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긴장을 합니다.
여기서 잠시 장소 묘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이 있으면 좋겠는데...휴~~ 이게 사정이 있답니다. 심산행시 기본은 촬영인데..
충전기를 챙겨 농사(?)를 도와 드리러 가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가방에서 충전기를 꺼내 휴대폰에 꽂았죠. 곤히 자고 아침에 보니 어라? 충전율 13%!! 이거 뭐여? 밤새 충전이 왜 안 된거지?
이상하다 싶어 이리꼽아보고 저리꼽아봐도 휴대폰에서 ‘띠링~’ 하고 번개표시가 안 나오네요. 멀쩡하던 충전기가 왜이래? 강원도 전기는 틀린가?
가만히 보니...헐~~ 충전기 선 중간부분이 너덜너덜 합니다. 아고 제가 못 삽니다. 선이 끊어진거죠.
올 3월, 외아들인 고1 아들놈이 언제부턴가 강아지..강아지 소릴 입에 달고 살더니 어느날...저와 둘이 치킨을 먹으러 단골집에 갔는데..심각히 이야기를 합니다.
‘아빠, 저 외로워요. 외로워서 공부도 잘 안되고....’
‘....... 그래서?’
‘강아지 한 마리 있으면 공부도 잘하고 좋을 것 같아요’
'....... 햐~~'
게임 종료입니다. 결국 동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마눌님을 꼬드겨서 꼬맹이 에프리푸들 한 녀석을 식구로 맞아 들였는데...두어달쯤 되가는 지금 이 녀석이 이가 간지러운지 뭐든지 물어뜯고 하는 통에...
그 와중에 침대맡에 있는 애 꿎은 충전기가 작살난겁니다. 하필...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래서 사진은 첨에 본 각구와 삼구를 찍고 마눌게 상황보고하고 나니 3%인가 5%인가 밖에 안 남으니 사진촬영이 안되버리네요.
정말 아쉽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작은 골 중간에 직탕폭포처럼 생긴 바위가 한 2~3미터 앞에 있고 물은 그냥 묻어 흐르는 수준. 그 바위 중간중간에 이끼도 있고 우측과 좌측으로 능선을 이어지는 부분은 넝쿨이며 적당한 작은 터와 잡목 부스러기 등등...
반신반의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한 곳을 뚫어져라 보니 역시!!! 있습니다. 각구 하나! 그러면 그렇지~~ 천천히 그곳으로 가서 우측 경사면의 낙엽더미 바닥에 앉아 천천히 그 주변을 내려다보며 살핍니다. 한 삼초쯤? 각구에서 우로 1미터도 안 된 곳에 삼구 한 분! 웃음이 나옵니다. 가만히 앉아 그 삼구를 내려다 보는데 옆에서 미세한 기척이 있네요. 직감합니다. 뱜 일겁니다. 몸을 움찔하며 일어나면서 보니 한 자쯤 되는 불독사 한 놈이 일미터도 안 된 거리에서 올라가네요. 좀 놀랬습니다. 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바닥에 주저 앉으려면 궁뎅이에도 각반을 차지 않고서는 안 되겠기에 바로 뒤의 쓰러진 나무에 앉아 바닥을 다시 스캔합니다.
좌로~~우로~ 상하로 W자로...그러다가 바위밑으로 생긴 작은 도랑같은 골 건너를 보니 심 같은게 보이는데 일단 집중 탐색지역이 아니라 눈으로 옆의 나무만 각인하고 다시 바로 앞을 봅니다.
나중에 이쪽분들을 채심하고 가서 보니 역시 작은 바위와 나무사이의 각구네요. 이 분은 그냥 두고 왔습니다.
다시 집중해서 또 한분^^ 정말 기분 좋습니다. 첨입니다. 이렇게 심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제작년 첫심을 보고 난후 말입니다. 일단 각구 둘에 삼구가 셋. 이제 본능은 오른쪽의 폭포바위 오른쪽의 덩굴과 경사면의 어두어둑한 부분으로 쏠립니다.
천천히 한발, 두발! 한분이 보입니다. 삼구! 심호흡을 합니다. 모삼!!! 모삼이 있을 것이다. 분명 이정도면....그렇게 긴장상태로 잠시 위로 스캔! 역시 있습니다. 사구 한 분! 이분이 모삼인가? 생각을 하는 사이에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한 자 쯤 위에 좀 더 자세나오는 사구 한분! 이분은 옆 모습을 보고 발견한 분이라 삼구인지 사구인지 구분이 안 되어 두어 발짝 위로 오르며 보니 사구였습니다.
혹시? 하며 그 위로 올라가 좀 더 살피고 살폈지만 더는 없습니다. 그리고 채심하기전에 혹시 몰라 혹여 누가 인위적으로 심어 놓은 곳 아닌가 하는 마음에 살펴봅니다. 그럴 가능성은 좀 희박합니다. 아래에 있는 각구는 쓰러진 나무의 Y자 가지부분의 움푹 들어간 곳에 박혀 있고 위의 사구는 덩굴밑의 돌과 바위 사이에 박혀 있습니다. 일부러 심거나 씨를 뿌리며 살아나기를 바램할 그럴 형세는 아닌 듯 합니다.
채심해 위의 모삼으로 생각되는 분부터 채심해보니...조금 아쉽습니다. 저는 왕초라 그냥 보이는 뇌두마디에 한 2년 정도만 더하고 더도 덜도 없이 연세를 가늠해 보는 편인데...잘해야 한 10년쯤(?) 좀 더 쳐드려야 한 두해 더 된 분 같네요. 어떤분들은 사진을 보면 이런 분들을 한 15~ 20년씩 보던데..저는 아직 왕초라 잘 모르겠고 개인적으로는 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저의 심플한 생각입니다.
그렇게 위에 계신분들부터 쭈욱 모시고 보니 그 곳에서 사구 세 분, 삼구 세분 그리고 각구 세분 중 좀 되신 분 두분을 모시고 각구 한 분과 오행분은 훗날을 기약하거나 그저 알아서 계시라 두고 왔네요.
이제 상황정리입니다. 왜? 그곳에 그 분들이 있었을까? 채심의 즐거움도 있지만 꼭 이것을 생각해보는 것이 저의 경험상 큰 도움이 되고 혹여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령아닌 요령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쩌다가 새들이 그곳에 물을 드시거나 덩굴에 쉬러 들렀고 볼일을 보셨습니다. 직하한 응가속의 씨중 한 분이 바위와 땅이 맞닿은 경사면(바닥흙이 참 좋았습니다. 화분에 쓰려고 퍼왔습니다)에서 살아 남았습니다. 경사등을 볼 때 다른 분들은 살아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라면서 열매를 맺었는데...이게 물이 흐르는 계곡이다 보니 바람이 위 쪽에서 몰아치는 경향이 있었나 봅니다. 그 바람에 밑으로 날려 바로 밑에 두어분이 살아났고 좀 멀리 가신분들은 한 5미터 정도까지 날아가 마지막 분은 처음에 본 동물길 옆의 평평한 곳까지 부채꼴로 펼쳐지며 바닥을 이룬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위 아래 평평한 곳의 물가와 가까운 곳에서 자란 작은 세분은 뿌리가 벌거스름하네요. 일명 불먹은 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와서 씻기며 보니 몇 분은 옥주가 아닌 무슨 박테리아에 감염되었는지 쬐그만 구슬같은 것이 뿌리에...아마 종합적으로 볼 때 위와 같은 형세로 인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저의 생각입니다.
이제 대만족입니다. 비록 년식은 오래되지 않으셨지만 작은 가족분들을 모셨으니.. 올해의 공식 심산행에서 대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저 감사 할 뿐입니다.
[들머리로 나서며 또 한 분의 횡재]
시간되 되고 이쯤이면 더 욕심내고 할 것도 없습니다. 어서 산을 넘어 차 있는 곳까지 가서 청주로 내려가고 싶습니다. 빠지는 길을 택합니다. 좌우로 올라갈 것도 없이 그냥 정면의 계곡을 타고 다시 오르고 능선을 타고 다시 왔던 길로 나갈 생각입니다.
바위위로 올라 가족분들이 있었던 곳을 잠시 바라보다 모자를 벗고 목례로 예를 표하고 오릅니다. 여기서 키 포인트. 분명 아까 내려왔던 곳입니다. 그렇게 한 십미터쯤 기다시피 올라가면 좀 평평한 곳이 나오고 능선까지는 완만해 지는데... 한 오미터쯤은 그냥 죽죽 경사입니다. 배낭에 흙도 한 봉지 잔뜩 퍼담았으니 급경사에서는 죽죽 미끄러지고 힘이 드는데...그래서 잠시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디로 오르면 그나마 힘이 덜 들까 위를 살피는데 왼쪽눈가로 뭔가의 자태가 잡힙니다. 그 느낌? 아시죠?^^
‘에이 아닐거야’ 하면서도 눈은 갑니다. 그것도 초집중으로...^^ 거리는 좌로 한 4~5미터? 각도는 왼쪽 사선 위쪽으로 15도쯤. 그러니 가지수는 확인이 안 되지만 대는 굵은게 느껴집니다. 느낌상 야생독삼!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 6월 초순인가? 충북 음성으로 개척산행을 가서 하루종일 체해서 속앓이를 하며 헤매다 마지막 한 골만 더! 하고 내려오다 본 선풍기만한 오구 왕삼이를 볼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대는 좀 작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좀더 기다시피 올라가니 달대가 들어오네요. 허리를 펴고 보니 사구입니다. 그런데 그곳은 앞이 탁 트인곳이라 해가 드는지 사구중 한 구는 약간 시들합니다. 덩치는 그중 제일 실합니다.
신령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비명아닌 비명을 마음으로 질러대며 혹여 하는 마음에 주변 몇 미터 반경을 살폈지만 확률상 독삼이 맞는가 봅니다. 없습니다.
그렇게 기분은 좋지만 첫 심산행이다보니 능선을 후덜덜 거리는 다리로 한참이나 타고 내려와 차 있는 곳에서 다시 장갑과 모자를 벗고 큰 선물을 주신 산에게 고개숙여 감사를 표합니다.
제차 옆에는 아침에는 없었는데 내려와보니 저 만치 떨어진 산 밑에 봉고트럭 한 대가 있네요. 주변을 살펴보니 근처 밭이나 아까 아침 비료치던 분이 있던 곳에도 아무도 없습니다. 아마 저처럼 이 산에 오르신 것 같은데...방향은 제가 심님들을 모셨던 곳과는 한 30도 정도 엇갈리게 잡으신 것 같습니다. 그 분도 좋은 결실 있길 바라며 도랑으로 내려가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 올라와 두세번 전후진을 하며 차를 돌리다....
‘빠각’ 헉! 그만 의자만한 돌덩이에 뒷 범퍼를 긁어 먹었습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타며 집으로 내려오니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 합니다. 집에 들어서니 차에선 몰랐는데 고리고리한 쉰내가 제 몸에서 확 나네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 냄새는 설명이 안 됩니다. 집에서 좋아라 꼬랑지를 흔들어 대던 푸들강아지도 제게 달려들다 냄새를 맡더니 킁킁하며 고개를 돌리며 도망갑니다^^
이 냄새가 그래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향수라고는 못하겠지만 보람의 냄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하는 소립니다^
일단 고단해서 씻고 잠시 눈을 붙인후 충전된 전화기로 사진을 찍어 근무중인 마눌님께 톡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사진을 보고도 암 말도 안 합니다.
그래서 한 마디 합니다.
‘뭐여? 죽어라 강원도까지 가서 가족분들 모시고 와도 반응도 없는겨?’
그제야 한 마디 합니다.
‘응~ 바뻐서...^^ 참 잘 했네’
어째 좀 휑합니다^^. 늘 부러워서 언제 함 꼭 해보고 싶은 부부산행 뭐 이런건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목욕을 시키고 정리를 해서 보니 예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좀 요란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제작년 6월 18일, 어쩌다가 생각없이 오른 동네 주변의 산 초입에서 얼떨결에 왕삼이를 필두로 한 다섯분의 야생 가족삼(저는 그리 생각함)을 보고 제대로 된 가족은 첨입니다.
(가족은 가족인데....좀..^^ 그래도 대견한 분들 / 동전옆의홀로 사구 독삼 / 습이 좀 있는 곳에서 올라온 일명 '불삼')
늘 그렇듯 첫 심은 가족들차지입니다. 그리고 한 두분은 일년내내 보는 즐거움을 위해 또 어쩌다 필요하다면 어느분인지 모르지만 그분을 위해 담금병으로 모실까 합니다.
심은 찾는 설레임, 모시는 즐거움 그리고 보는 잔잔한 재미까지 주는 참으로 헛됨이 없는 자연의 큰 선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올해 일하는 곳의 업무량이 늘고 또 며칠전 00공항 김여사 활주로 질주사건이 일어났던 곳이 제가 있는 곳이다보니 이러저러한 긴장으로 많은 기회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산을 오르며 마음을 가다듬고 자연을 배워볼까 합니다.
우리 횐님들, 모두 늘 안산과 풍산 그리고 즐거운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고만고만한 심을 모셔오고 참으로 요란하고 두서없이 주절거린 왕초의 심산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청주에서 왕초 ‘앤더슨’ 올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