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이 아닌 기후재난, 기후위기 대응이 절실하다
-기후재난으로 희생된 이들을 가슴깊이 애도하며
지난 7월 13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까지 44명이 숨졌고 6명이 실종상태이다. 계속되는 비로 5,700여명이 일시 대피한 후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4명이 사망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는 관계당국의 차량통제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발생한 참사로 많은 이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반복되는 재난참사, 반복되는 책임회피
오송참사는 지금까지 알려진바에 따르면, 15일 8시 27분 지하차도로 빗물이 유입되기 전까지 금강홍수통제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청북도,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는 미호강 범람, 주민대피, 차량통제에 대한 정보와 지시를 주고받았지만 상황전파와 현장 대응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 결국엔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긴 것을 CCTV로 확인한 후에야 현장 출동이 이루어졌고 14명이 사망했다. 관계당국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추궁을 두려워하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고, 어느 누구도 책임있게 나서 사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자임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천재지변’을 언급하면서 전례없는 이상기후에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모든 부처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선제적인 안전조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송 지하차도 참사만 보더라도 문제의 핵심은 데이터 공유가 아니라 적절한 현장대응 부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난대응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는 상황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기상청이 올 여름 기록적인 강수량을 예보했던만큼 우리는 ‘전례없는 이상기후’를 예상했다. 그러나 재난대응체계는 그에 맞춰 준비되지 않았고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에 살고 있지만 이 위기에 공동체가 함께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전혀 못하고 있다. 사고가 재난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사회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과 같은 정체불명의 신기술이 재난으로부터 공동체를 지켜줄 수 없다.
정부가 져야할 책임은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응
윤석열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인한 전세계의 천재지변’을 길게 읊었지만, 정작 중요한 기후변화를 초래한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과 온갖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책이라면서 내놓는 게 ‘핵발전 확대’밖에 없으니 그럴수밖에 없다. 산업계에 부담을 줄 수 없으니 온실가스 감축은 이번 정부에서 하지 않겠다고 하고 신공항을 비롯한 온갖 개발사업들은 더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전례없는 이상기후’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정작 정부가 져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니 각자도생의 절규가 넘쳐난다. 정부가 이 지경이니 시민들이 나섰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기후정의행진이 준비되고 있다. 자본의 탐욕스러운 이윤축적에 맞서 체제전환을 향한 기후정의운동의 대안과 요구들이 9월 23일 울려퍼질 것이다. 기후재난으로 희생된 모든 이들을 가슴깊이 애도하며, 우리는 이제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923 기후정의행진’을 시작한다.
2023년 7월 19일
923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