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말이다. 지난 3월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에서 1.75%로 인하하면서 한국경제는 그 동안 가보지 못했던 길을 걷고 있다. 올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있긴 하지만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자국의 경제 부흥을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푸는 통화전쟁에 합류하는 상황이기에 우리나라도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 기조를 당분간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저금리, 저성장, 저소득 현상을 경제학자들은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부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고착화돼 가고 있는 3저(低)’ 시대, 그리고 특히 초저금리가 고착화돼 가고 있는 시대에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두 차례의 칼럼을 통해 드리고자 한다.
저축형에서 투자형으로의 재테크 패러다임 전환
제 1금융권의 예금금리는 1%대로 떨어진 지 꽤 됐다. 1억원을 맡기면 이자소득세를 제하고 나면 150만원 내외의 이자가 발생된다. 한국은행이 예상한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이 1.9%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은행에서 일정 부분 돈을 빼내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으면 ‘안락사’ 당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 예금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예금금리는 우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0.5%짜리 특판 예금이 나오면 순식간에 팔린다고 한다.
금리가 연 5%일 때는 자신의 자산이 2배로 불어나는 데 14.2년이 걸리던 것이 금리가 3%로 떨어지면 23.4년, 연 2%로 인하되면 35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연 1%로 떨어지면 얼마나 소요될까. 바로 69.7년이라고 한다. 어느 금융회사는 기준금리 1% 시대의 특징을 영화 ‘인터스텔라’에 비유하면서 설명했다.
이 영화에서는 중력이 너무 커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행성이 나오는데 이 별에서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에 맞먹는다. 중력과 시간의 관계처럼 금리가 낮아질수록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는 가속적으로 늦어진다는 것이다. 예금 금리 1% 시대, 그리 멀어 보이지는 않다. 더 이상 고금리 시절의 향수에 젖어 있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는 재테크가 필요하다.
시대가 바뀐 만큼 재테크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예적금에 주로 자금을 예치하는 저축형에서 투자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투자형으로의 자산 이동이 필요한 시기다. 그렇다고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형으로 옮기라는 말이 아니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자산의 일부를 조금씩 투자형 상품으로 이전시키면서 초저금리가 주는 수익률 쇼크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안정적 자산 9 : 1 공격적 자산’으로 구성돼 있는 포트폴리오를 순식간에 1 : 9로 전환하는 것은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바람직한 방향도 아니기 때문에 7 : 3이나 6 : 4 정도까지는 전환해볼 것을 권한다.
야구에서 쓰이는 용어 중에 ‘수비 시프트(shift)라는 말이 있다. 한 타자의 타구 방향을 분석했는데 타구가 주로 특정 방향으로 쏠린다고 할 경우 그 타자가 나오면 그 타자의 타구가 많이 가는 방향으로 수비수의 수비 위치를 옮기는 것을 말한다.
저금리 기조는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 자명해 보이고, 당분간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따라 위험자산의 수익성이 좋아 보이니 위처럼 투자 성향별 머니 시프트(money shift)를 했다가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두고 나면 다시 자신의 성향대로 회귀하는 스마트한 재테트 전략을 취해보자
안전자산 내에서 상대적인 고금리 상품 찾기
안전자산 내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수익률 높은 곳으로 돈을 옮길 필요가 있다. 최근 은행에서 특정 조건을 맞추면 2%대 초반의 금리를 제공해주는 특판예금이 나왔는데 조기 매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축은행 예금도 추천한다. 현재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2% 중반대로 제1금융권보다 0.5% 이상 높다. 5천만원 이하까지는 에금자보호가 되는데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이 전체 평균 흑자를 기록하면서 저축은행 연쇄 도산사태가 벌어졌던 3~4년 전에 비해 자산 건전성도 많이 좋아졌다.
중장기 저축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주택청약종합저축도 눈 여겨 볼만 하다. 청약은 2년까지는 1~2%대의 낮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3년째부터는 3%에 가까운 적지 않은 금리를 준다. 1년 만기의 정기적금과는 달리 수년간 저축해 복리효과를 보는데다 소득공제 혜택(연간 240만원 한도 내에서 40%)까지 가져갈 수 있다. 또한 최저보증이율이 높은 저축성보험도 눈 여겨 볼만 하다. 0.1%의 금리라도 더 가져 가려는 ‘금리 유목민’들에게는 모두 유익한 상품일 수 있다.
저위험•중수익, 중위험•중수익 상품 투자
초저금리 시대에 가장 성행하는 투자 방법이 바로 저위험•중수익, 중위험•중수익 투자다. 이는 원금 손실의 우려는 적으면서 연 4~10%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방법으로 낮은 금리와 변동성 높은 주식시장 사이에서 투자를 망설이는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이 중에서 채권과 채권형펀드가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다. 채권형펀드는 안정도 순으로 국내미국채권형펀드, 이머징채권형펀드, 하이일드채권형펀드 등으로 나뉘며 국내미국채권형펀드는 저위험•중수익 상품군, 이머징채권형펀드와 하이일드채권형펀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군에 속한다.
미국 금리 인상을 고려한다면 美달러화 가치 상승에 수혜를 받는 미국채권형펀드(美달러화로 투자되는 것)가 좋다. 이외에 신용등급 A등급 이상의 국내 채권, 정부에서 발행하는 안전한 국공채로 구성된 국채랩도 추천해본다. 원금보장형ELS와 원금 보장되면서 연 3~8% 수익이 기대되는 ARS(Absolute Return Swap. 일명 롱숏파생결합사채)도 대표적인 저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군으로는 롱숏펀드와 가치주펀드, 원금비보장형ELS(지수형), 일부 사모펀드 등을 들 수 있겠다. 특히 안정성을 높이면서 중수익을 지급해주는 일부 사모펀드가 최근 대체투자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원금비보장형ELS는 개별 종목보다는 지수형을 권하는데 코스피200과 항셍지수, 유로스탁50 지수가 최근에 많이 오른 상황이라 투자를 권하기 조금 애매한 시기이긴 하다. 원금비보장형으로 한다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은 S&P500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을 추천한다.
절세상품 활용
금리가 낮은 만큼 세금을 절감하거나 환급 받을 수 있는 절세상품은 일종의 보너스다. 올해 초 연말정산 이슈로 나라가 떠들썩했는데 연말정산용 상품으로 내년에는 ‘13월의 세금폭탄’이 아닌 ‘보너스’를 챙겨 보자.
소득공제용 상품으로 소득공제장기펀드와 주택청약종합저축, 세액공제용 상품으로 연금저축과 보장성보험 등이 있는데 가입 조건이 각각 다르니 가입 전에 체크해보고 준비해보자. 연금저축의 세액공제율이 기존 12%에서 15%(근로소득자는 16.5%)로 상향 조정됐고, 올해부터는 퇴직연금 불입분에 대해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확대됐으니 관심 가져보자.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하는 비과세상품도 늘 ‘MUST HAVE’ 상품이다. 향후 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고 머지 않아 비과세상품이 폐지되거나 혜택이 축소된다는 얘기까지 거론되고 있어 당분간 비과세상품의 인기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비과세상품으로는 저축성보험, 즉시연금(종신형, 2억원 이하의 상속형에 한해), 재형저축, 브라질채권, 주식형펀드 등이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비과세상품뿐만 아니라 분리과세 상품도 안성맞춤인데 물가연동국채,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채권, 선박유전펀드 등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지난해 삼성SDS, 제일모직의 상장으로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띠었는데 공모주를 10% 담을 수 있는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가 올해도 꽤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