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전 전승을 기록중이었던 초나라 출신의 서초패왕 명장 항우가 죽기전 마지막에 벌였던 전투가 해하 전투다. 항우는 해하 전투에서 휘하에 살아남은 28명의 부하들을 먼저 피신하여 고향으로 가게 만든 뒤, 유방 진영의 한신 대장군이 이끄는 100만 대군을 홀로 맞아 싸우다 장렬한 최후를 맞게 된다. 전력차가 심하면 천하의 역발산도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법이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sk 김성근 감독의 치밀하고 과감한 용병술 앞에 젊은 선수들로 맞선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용병술도, 타이밍도, 선수들의 기개마져도 보여주지 못했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 선수들의 노련하고 악착같은 근성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국 시리즈 같은 빅게임을 마치 내년을 기약하는 연습 경기처럼 생각하지나 않았는지,, 아차 하면 천하의 항우도 지고 마는 것이 게임의 법칙인데 선동열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엇을 주문했는지 모를 일이다.
프로야구에 삼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팀들도 내년 시즌을 위해 절치부심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호랑이가 토끼를 사냥 할 때도 죽을 힘을 다한다. 그런데 삼성은 그런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만사 1등을 좋아하는 삼성그룹 회장의 머릿속이 많이 궁금해 지기도 한다. 스포츠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박빙의 승부로 7차전 까지 가기를 간절히 원했을 터인데... 비실비실하게 싸운 삼성이 얼마나 야속 할까, 하지만 눈을 다른데로 돌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부터는 “대물” 차례다.
한국 시리즈 5차전을 대신하여 오늘 밤 , 화제의 드라마 “대물” 5편이 방송되는 날이다. 방송국에서 처음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노이징 마케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원체 드라마를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저 그려느니 하고 치부해 버리기도 했지만, 막상 “대물”이 방송되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성 코멘트가 잇달아 나오기 시작하자 서생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 급기야는 때 늦게 IPTV를 통해 1편부터 4편까지 릴레이 시청을 마쳤다.
1~4편을 시청해 보니 , 드라마의 여성 주인공인 서혜림이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서 자라 아나운서가 되었고 같은 방송국의 카메라 PD와 결혼을 하여 아이를 두게 되고 남편은 방송국의 발령으로 아프가니스탄 취재차 현지에 파견되었다가 무장 세력들에게 납치되어 죽음을 당하게 된다. 국가가 외국에 나간 자국민을 구하지 못한 나약함에 실망한 나머지 홀로 투쟁을 하다가 엉겁결에 환경 문제까지 관여하게 되었고 이를 기화로 국회로 진출하게 되고 나중에는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이 되는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중간 중간에 극적 요소가 가미되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될 것이고 시청율을 확 끌어 올리기 위해 가상의 부패한 거물 정치인도 등장하고 하도야 라는 검사도 등장시켜 얼키고 설키게 전개 해 나갈 것이다.
한나라당 내의 친박계는 드라마 “대물”이 좋다고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드라마가 전개 되는 극중 내용에 따라 박 전대표의 이미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름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띄우는 것이 아니냐고 강변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포괄적으로 크게 보면 박근헤 전 대표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인구수중 반은 남성이고 나머지 반은 여성이다. 지금 까지 대통령은 인구수의 반에 불과한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양성 평등을 주장하는 측에서 보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중에서도 대통령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라는 주장도 가능 할 것이다. 또한 여성 정치인이 박 전 대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당에도 있고 야당에도 있으며 차기와 차차기를 바라보는 여성 정치인들도 다수가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도 여성 지도자의 출현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는 추세의 흐름이 감지 되기도 한다. “ 대물”은 이러한 흐름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대물”이 방영 초기, 높은 시청율을 보여주는 이유가 그 동안의 드라마에서 여태껏 보여주지 못했던 아줌마 신분인 주인공 서혜림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당차게 현실의 벽을 돌파 해 나가는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제공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여성 정치인이 남성 정치인 보다 훨씬 더 현실을 정확하게 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고 하는, 긍정적인 시청 후기 소감도 나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런 점에선 여성 정치인이 상당하게 덕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21세기다. 그만큼 하루가 다르게 시대도 변하고 세월도 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래 해 내려 오고있는 남성 우월 중심의 유림적 사상도 현저히 퇴조 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유림의 의미 조차 관심 밖일 것이다. 오늘자 모 조간 신문에는 서강대학교를 홍보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칼러 사진이 실린 전면 광고가 눈길을 끈다. 누가 뭐래도 이래 저래 박근혜는 한국 정치의 심장부 한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키워드 임엔 틀림없다. 이제 한국 시리즈도 끝났으니 오늘 밤 대물 5편이나 봐야 겠다. 이러다가 서생도 드라마 중독자가 되지나 않을지 괜한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