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진이정은 서른다섯 젊은 나이에 지병인 폐결핵으로 요절했습니다. 그는 유고 시집 한 권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은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며 춘천 그의 집 앞에 자리 잡고 있던 미군 부대와 기지촌의 풍경을 노래한 시입니다. 이 작품 속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시인의 가여운 삶이 활자에 겹쳐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절마다 새겨 넣은 유년의 아픈 기억도 기억이지만, 읽는 이를 더 아프게 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한 “내 해탈한 뒤라도 그 그리움만은 영겁토록 윤회하리라”라는 구절입니다. 그가 떠난지 30년이 지났지만, 남아 있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그의 시는 남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