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다가 역전패한 민상연(왼쪽)이 허탈해하고 있다. 변상일은 용궁을 다녀오며 값진 결승 최종국 승리를 거뒀다. 지난 기에 이어 다시 신인왕에 등극했다. |
변상일이 신인왕 2연패에 성공했다.
결승 최종국은 기막힌 역전극이었다. 변상일 3단의 바둑을 보니‘질기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대마의 목숨이 끊어질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차분히 반격해 거꾸로 KO로 이겼다.
9일 서울 서교동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기 메지온배 오픈신인왕전 결승3번기 제3국(최종)에서 변상일이 127수 만에 흑불계로 민상연을 꺾고 종합전적 2-1로 우승했다. 1국에서 졌지만 2국과 3국에서 연달아 이겼다. 지난 기에 이어 다시 신예 최강의 자리의 앉았다.
바둑내용 자체는 변상일이 시달린 장면이 더 많았다. 거꾸로 민상연의 공격이 빛났다. 민상연 하면 공격이 떠오른다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는데 결승 마지막판은 민상연의 숨겨진 공격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하늘과 맞닿은 잭의 콩나무처럼 거대한 흑 대마의 몸집. 27개나 되는 돌을 민상연은 통째로 잡으러 갔다. 큰 판 치고 화끈한 판이 없는 법인데, 최종국 맞나 싶을까 싶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민상연은 변상일의 돌을 모조리 잡으러 갔고 대마를 죽음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다.
그러나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 변상일의 끊임없는 승부수에 흔들렸다. 민상연이 잘 정리하고 이길 기회가 많았지만 자꾸 놓치자 변상일은 정교한 역습타를 날리며 수상전을 유리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항서를 받아냈다.
민상연으로선 천추의 한을 남길 바둑이었지만 변상일로서는 회심의 반격으로 일군 대역전극이었다. 대국이 끝나고 2분 여의 복기를 두 사람은 이어갔지만 괴로워하던 민상연이 복기는 그만하자는 눈짓을 보내, 두 사람은 돌을 쓸어 담았다.
변상일과 민상연은 입단동기다. 2012년 제131회 입단대회를 나란히 통과했다. 하지만 랭킹 차이는 크다. 변상일이 15위, 민상연이 40위다. 이번 대국 승리로 변상일은 상대전적에서도 3승1패로 한발 더 앞서 나갔다.
변상일은 “초반부터 형세가 나빠졌고 나중엔 대마가 위험했다. 상대가 제대로 받았으면 내가 그냥 지는 바둑이었다.”면서 “역전승을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또 “중국기사들을 상대로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한데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올해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타이틀도 하나 둘 늘어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기사 중 까다로운 경쟁자들을 꼽아달라고 하자 변상일은 “중국은 리친청ㆍ커제, 한국은 양신(신진서ㆍ신민준)”이라고 답했다.
변상일은 전기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본선 시드를 받아 출전해 아마추어 박재근(16강), 박하민(8강)을 이기고, 준결승에서 김민호 초단을 제압하며 결승에 올랐다.
메지온배 오픈신인왕전은 입단 3년차 이하(2012년 이후 입단자) 프로기사와 한국기원 소속 연구생 10명(남자상위 7명, 여자상위 3명)이 함께 출전했다. 이 대회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동등한 자격으로 맞대결을 벌이는 유일한 국내대회다.
대회는 (주)메지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한다. 총 규모는 5,300만 원이고, 우승 상금은 8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300만 원. 한편 이번 대회 우승, 준우승자 등은 6월 17, 18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메지온배 '한ㆍ중 신예대항전'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자격을 준다.
▲ 변상일은 국후 "백이 화살표 자리에 이었더라면 더 이상 자신이 해볼 곳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상연은 아래로 빠졌고 바둑은 복잡해졌다.
▲ 변상일의 첫수.
▲ 민상연은 출신 도장인 충암바둑도장에 자주 나가 바둑을 공부한다. 기풍은 전천후형. 본인은 예전 유행어에 빗대 "기풍이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표현한다.
▲ 민상연은 '별다방'커피를 준비해 왔다. 초반을 구상할 때 들이켰다.
▲ 변상일은 국가대표상비군인데 메지온배 오픈신인왕전 결승을 치르느라 발대식에도 첫 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상비군훈련은 아침 10시~낮 5시까지 한다. 변상일은 상비군 훈련 전에도 매일 10시간 이상 바둑을 연구해 왔다. 연구는 사활보다는 기보 중심으로 한다.
▲ 초반은 민상연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 민상연을 응원하는 부친. 민상연이 성격상 모질지 못한 못한 점을 이야기했다.
▲ 손근기 해설위원(오른쪽)과 도은교 진행자. 두 사람 역시 종반까지 민상연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 변상일이 우승을 거둔 직후 일년에 몇 번 볼 수 없는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변상일은 말수가 적은 편인데, 바둑을 배운 뒤 말수가 적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