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제가 군 복무중이었던 어느 날....
헌병대 수사관이 찾아왔지요. 이유는, 저와 함께 근무하는 어느 군무원 분이 사건에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건이란, 다른 군무원이 사망했는데 그 분의 사망 경위에 미심쩍음이 있어서 수사를 하다가 퇴근 후 맨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이 군무원 분이였기에 당시의 상황을 물으러 온 겁니다. 일종의 탐문수사이고, 이 군무원 분은 고작해봐야 참고인 정도? 피의자는 절대 아닙니다.
헌병대 수사관들 참 거만하면서도 엉뚱합니다. 처음에는 당시의 상황을 묻다가 점점 질문이 엉뚱한 곳으로 갑니다. 사건과는 전혀 관계 없는, 개인 사생활에 관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러자 군무원 아찌가 "더 이상 대답할 이유가 없다. 지금 일하는 중이고 바쁘니 그만 돌아가라."
그러자 헌병대 수사관이 이러더군요. "제가 묻는 질문에 협조 안 하시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군무원 아찌는 순간 겁을 먹더군요. 피의자에게도 진술거부권이 인정되는 판에 탐문에 협조하는 사람에게 진술거부할 권리가 없었을까요?
공무집행방해죄...참 무서운 말입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 없습니다.
왜 그러냐면요.......... 형법 조문을 보면...
제8장 공무방해에 관한 죄
제136조 (공무집행방해)
①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무원에 대하여 그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 또는 조지하거나 그 직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43조 (미수범) 제140조 내지 전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144조 (특수공무방해)
①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136조, 제138조와 제140조 내지 전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각조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②제1항의 죄를 범하여 공무원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공무방해에 관한 죄라고 하여 흔히 말하는 공무집행방해죄 등 10개의 조문으로 이뤄져있습니다만, 공무집행방해죄와 관계 있는 조항은 이상의 4개 정도입니다.
형법 제 136조 1항에 보면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라고 했습니다. 츄리닝 입고 집 앞에서 담배피는 옆집 아저씨를 몇 대 팼는데, 그 아저씨가 직업이 공무원이더라...이거 공무집행방해 안 됩니다. 반면에 일하다가 잠시 담배 한 대 피면서 쉬고 있는 공무원을 패면 이건 공무집행방해가 됩니다.
그 다음으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이기에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의 업무로써 적법하게 공무집행을 하는 공무원이어야 됩니다. 전혀 아니다 싶은 일을 하면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세금 걷으러 온 경찰관, 뇌물 받으려고 집까지 찾아온 동사무소 직원을 때리면 이것은 일반 폭행죄이지 공무집행방해죄는 안 됩니다.
세번째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적극적으로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맞서서 폭행을 하거나 협박을 해야 됩니다. 단순히 불심검문하는 경찰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식으로 협조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기에 공무집행방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폭행은 직접적인 폭행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폭행도 포함합니다. 즉, 공무원을 직접 때리는 것 외에도 물건을 옆에 집어던졌다 요것도 죄가 인정된다는 겁니다.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결과까지 초래되었을 것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적법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서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기만 하면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됩니다.
제 137조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속임수를 써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처벌하는 죄목입니다. 예를 들면, 수능시험장에 대리시험 보러 들어갔다거나, 쌀직불금을 부당수령하기 위하여 가짜로 확인서를 냈다던가 하는 짓 말입니다.
제 144조 1항의 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공무집행방해죄를 범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중처벌 사유입니다.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인다는 것은 그 다수인이 현장에 나타날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고 그 존재를 과시하면서 압박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떼로 몰려와서 공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렇게 해서 공무원이 상해를 입거나 사망하면 제 144조 2항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 ~치상죄로 가중처벌받습니다.
미수범은 당연히 처벌합니다.
하여간 공무원이 협조 안 해준다고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된다"라고 협박하면, 당당히 맞서시기 바랍니다. 괜히들 상대방이 잘 모르는 줄 알고 구라 잘 치나 봅니다. 제가 공무원들 상대하면서 수 틀리면 "~로 고발한다." 소리 많이 들었는데, 집에 가서 법전 찾고 판례 뒤져보니 구라였던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 공무원을 때리거나 협박하지 않는 이상,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되지 않고 그렇게 처벌한 예도 없습니다. 검사, 판사들이 재수없는 존재이긴 하나, 그렇게 바보들도 아닙니다. 또한,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기한 보행자에 대한 불심검문에 정당하게 불응한 사람을 긴급체포나 현행범 체포 등의 절차를 개시함이 없이, 불심검문 거부라는 사유만으로 강제연행하는 것은 위법이고, 실제로 불법체포에 대항하여 부득이하게 실력을 행사했다가 정당방위로 무죄판결이 선고된 대법원 판례도 있거든요.
그러나 불법체포에 맞서서 정당방위를 인정받기까지 유치장 신세도 지고 이래저래 꽤나 고생 좀 했을 테니, 이것저것 생각하기도 귀찮고 만사가 귀찮은 분, 또는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무조건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그냥 신분증 한번 보여주고 가방 한번 까발려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ㅋㅋㅋㅋㅋ 뭐 저 같아도 신분증 그냥 보여주고 말아버립니다. 귀찮으니까...... 그러나 혹시 계실지 모를, 권리의식 투철하고 집요하신 분들을 위하여 이상의 내용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소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의욕이 앞서다보니..............ㅋㅋㅋ
첫댓글 내용 감사합니다..사법기관에 잘 응대는 해주되 잘못된 횡포나 불법적인 행동을 저지르면 당당하게 맞서야 합니다.사법기관은 어께에 힘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인지라 말안하면 잡아넣겠다느니 어쩌느니 요상한 소리를 잘합니다만..깊이 생각할 필요없이 웃고 넘기면 됩니다.강하게 나갈수록 약해지는게 대한민국 사법기관 사람들 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