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후보 승리... 켄 심 시장 한 차례 임기로 퇴장
진보 정당 후보 단일화... ABC 시의회 장악도 흔들
주택 공급 확대·인허가 간소화·자전거도로 확충 공약
밴쿠버 시장이 4년 만에 교체됐다. 17일 치러진 BC주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의 피트 프라이(Pete Fry) 후보가 현직 켄 심 시장을 꺾고 당선됐다. 2022년 시의회까지 장악했던 심 시장의 ABC 밴쿠버도 이번 선거에서 기존의 우위를 잃었다.
2018년부터 시의원으로 활동해 온 프라이 당선인은 심 시장의 시정 운영을 비판하며 주택 공급 확대와 교통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공약했다. 그는 17일 밤 당선 연설에서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밴쿠버를 위해 일하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프라이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줬다. 선거를 앞두고 COPE의 스테퍼니 앨런과 원시티의 윌리엄 아자로프가 시장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진보 성향 표의 분산을 줄였다.
반면 ABC는 시의회에서도 고전했다. 17일 밤 개표 상황에서는 현직 마이크 클라센 시의원만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OPE 소속 숀 오어 시의원은 가장 먼저 당선이 확인됐으며, 시장 후보를 제외한 전체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당시 시의회 전체 당선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심 시장은 패배를 인정하며 지난 4년간의 시장 재임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경험으로 꼽았다.
프라이 당선인의 주요 과제는 주택 공급 확대다. 저렴한 임대주택과 비영리·협동조합 주택을 늘리고 용도 변경과 건축 허가 절차를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전 승인된 표준 설계와 모듈러·조립식 공법을 활용하는 '밴쿠버 스페셜 2.0'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시의원 재직 당시 일부 주거지역에 최대 8층 아파트 건설을 허용하는 '빌리지 플랜' 폐지에 ABC와 함께 찬성한 이력이 있어 주택 공급 확대와 주민 반대 사이에서 어떤 정책을 펼칠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교통 분야에서는 자전거도로 확충과 브로드웨이 지하철의 UBC 연장을 지지한다. 심야 대중교통과 공연·문화시설 운영시간을 늘려 야간 경제활동을 활성화하는 '24시간 경제' 정책도 추진한다.
학교 내 인공지능(AI) 챗봇 사용이 학생들의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때까지 사용을 일시 중단하고, 초소형 주택 신규 개발을 유예하는 방안도 공약했다.
한편 심 시장과 ABC가 추진한 공공장소 마약 사용 규제 강화와 비자발적 정신건강 치료시설 확대 관련 주민투표 결과는 17일 밤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프라이 당선인은 ABC가 주도해 온 시정을 이어받아 주택과 교통, 공공안전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새 시의회 구성에 따라 주요 공약의 추진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