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 하마터면 늦을뻔 했다.
김순영 고필운한테 완전히 개아작 날뻔했어!”
“너 때문에 나까지 맨날 늦을뻔 하잖아.
하여튼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놈이라니까, 김순영.”
투덜거리며 건물 앞에서 카드를 찍자 문이 열렸다.
1층부터 5층까지 각층에 담당자가 양쪽으로 쫙 깔려있다.
3층 담당자인 고필운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일산 주엽 고등학교 2학년 3반 김순영, 21시 58분 입실!”
허연이를 드러냈다. 3층 담당자는 내 얼굴을 쓱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온희 손을 꼭 붇잡고 계단을 올랐다.
“10시부터 11시까지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시간이네.
빨리 나와, 반아 만나서 가려면 늦을꺼야.
일단 입실체크는 했는데 그래도 늦으면 좋은말 듣지못할꺼다, 아마.”
“반온희 너는 잔소리가 너무 심해서 문제야, 알어?”
“맨날 잔소리로 듣지 말고 도움이 되는 소리로 좀 들어라, 망할년아.”
“망!”
“뭐래.”
“망할년이라매!”
“진짜 가지가지 한다, 김순영. 완전 토싸, 니!”
요즘은 별걸 다싸.
방구도 싸고 똥도싸고 오줌도 싸다 못해
이젠 아주 토도 싸냐. 대단해요!
“아, 너네 뭐하냐.
존나 빨랑 못튀어 나와? 너네 때문에 우리까지 늦으면
니네가 우리 책임 질꺼야?!”
“오메나, 책임이라니. 그렇게 쑥스러운 소리를...”
“무.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얼레? 내가 뭐라고 했다고 얼굴이 빨개지시나.
혹시 이상한 생각한건 아니겠지이?”
“누. 누가 이상한 생각을 했다고 그래!”
어느새 이반아 놀려먹는건 고칠수 없는 버릇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이반아를 만났을때가 초등학교 5학년때였나..
벌써 몇 년이 흐른거야.
아무튼 그때도 역시 나는 장난치기와 말장난하기를 좋아했고
처음 본 이반아에게도 역시 해당되었다.
운동장에서 막 축구를 끝내고 돌아오는 그애에게
짖궂지만 즐거운 말장난을 건네자, 안그래도 빨간 얼굴이
불붙은 듯 달아올랐다. 반아는 더운지 소매로 이마를 슥 닦고는
도망치다 싶이 달렸었다. 아마 그때였던 것 같다,
이반아 이녀석을 장난치는데 맛들린것은.
“근데 수호는 어디갔어?”
“먼저 가서 자리 맡아 놓으라고 내가 시켰는...”
“거기 세명, 동작그만!”
반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왼쪽 복도끝에서
누군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고, 그 목소리에 주인공은 고필운이었다.
“....저 개새끼..”
고필운이 손가락 끝이 우리를 향했고, 온희의 입술이 작게 움직였다.
“현재 시각 23시 13분. 지금 3층 왼쪽 복도 끝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어야 하는 시각에 여기서 뭐하는 짓입니까.”
“아저씨, 우리 꼴 안보여요?
씻지도 못하고 지금 가려고 하잖아요!”
“13분 지각하셨습니다, 그대로 체벌실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고필운씨의 말이 끝나자, 반아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그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지각같은거 안할텡께,
이번만 쪼까 봐주쇼. 아즈씨? 그럼 난 아즈씨만 믿고 갑니데이!”
마지막으로 내가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지나쳤고,
그 뒤에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3층 왼쪽 끝에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도서관 문을 열자,
다들 공부는커녕 책을 펴놓고 자거나. 아니면 대놓고 코골고 자는
열댓명의 애들이 우리를 반겼다.
어찌되었건 시끄럽지는 않았다. 다들 골아 떨어졌으니까.
“이새끼는 어디에 자리를 맡아논거야.
찾을수가 있어야지. 야, 임수호한테 전화해봐.”
“여기서 핸드폰 있는 사람이 있어야 전화를 할거아냐.”
“아.. 씨발, 맞다.”
기숙사에 들어올때는 1층보관실에 핸드폰을
모두 맡기고 오기때문에, 여간 불편해 하는것이 아니다.
나야.. 뭐, 그전부터 핸드폰은 시계살돈이 없어서
가지고 다니는것뿐이었으니까 상관이 없었지만서도.
“반아야, 너는 저쪽 찾아봐. 나는 이쪽 좀 찾아볼테니까.
그리고 너는 그냥 여....”
이번에는 온희말이 끝나기 전에 온희의 뒷통수에
무엇인가가 날아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성질이 그리 좋지 못한 온희는 없는 인상 있는인상 다 구기며
뒤를 돌아보면, 뭐가 그리 좋은지 베시시 웃으며 손을 흔드는 수호가 있다.
“우린 주의력이 좀 떨어지나봐, 저기있는애도 못알아보고. 그지?”
눈치없는 내 말에 기분이 퍽 상했는지,
내 뒷통수를 후려갈기며 지나가는 반아.
“괜히 찔리는갑다, 이반아 저새끼는.”
“김순영 너나 잘하셔요.”
멋쩍어 그냥 다시 헤벌쭉 웃어버릴라면,
어느새 두사람은 수호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책을 펴고 있다.
혹시 온희라면 모를까, 이반아 저새끼가
공부를 한다고 책을 펴? 오줌싸던 강아지가 비웃겠네.
“빨리 와서 앉아, 한소리 들을라.”
언제나 예쁜 웃음을 짓는 수호는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이번에도 밝게 웃었다.
저녀석 웃을때 사진한장 찍어서 팔면 얼마나 나올라나..
임수호팬기집애들한테 한 장에 2만원씩해서 팔아넘겨 버릴까?
“여기에 창문이 있어야 우리 순영이가 밤하늘 볼텐데..
아쉽게도 바로 옆에 벽밖에 없어.”
“뭐 어때, 졸업하면 실컷 볼텐데.”
책상에 턱을 괴고 나를 보던 수호는
이내 꾸벅꾸벅 졸더니 픽 하고 책상에 엎어졌다.
지가 자기 옆으로 오라고 해놓고 먼저 자버리는건 뭐람.
아직 여기서 앉아있어야 할 시간은 30분이나 남았는데.
뭐 놀사람 없나.. 하고 주위를 살피면,
내 앞 테이블에 앉아서는 한참동안 멍하니 뚫어지게
어딘가를 쳐다보고있는 한 남자애.
사람 얼굴이나 이름. 어디서 만났는가하는 등의 쓸데없는
기억은 곧 잘외우는 내 머리를 뒤져 생각해보니..
아니, 뭐 생각할 것도 없이 저녀석은 대일고 최욱한이었다.
‘관심있냐?’
눈으로 최욱한의 콧등을 쓸어내려 가는중,
내 앞에 종이비행기 한대가 가지런히 착지했다.
조심스레 펴보면, 삐뚤거리만 알아볼수 있을정도의 이반아의
글씨가 박혀있다. 네글자를 다 읽자마자 이반아를 쳐다보면,
반아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책을 읽고있다.
공부도 안하면서 괜히 딴청하는거다, 쪽팔리니까.
‘관심 없어도 관심 가져줘야 하는애잖어. 그래서 지금
관심 주고 있는건데. 왜, 이반아 질투 좀 나나보지?’
아.. 아무리 내가썼다지만 정말 못썼다.
온희가 왜 나한테 글씨 연습을 하라는건지 알것같아.
이거 완전 악필이잖아.
접힌자국대로 종이비행기를 예쁘게 접어
반아에게 다시날렸다. 부스럭 소리와함께 내 글을 읽은
녀석의 얼굴이 또 다시 빨개졌다.
‘글씨나 잘써. 존나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알아 듣겠어.’
‘그럼 둘로 알아들어.’
‘또 말장난 하지?’
‘소장난. 나는 말장난보다 소장난이 약간 더 재미있더라.’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라는 글씨와 함께 비행기는 구겨졌다.
비행기 구기는 소리가 약간 컸는지, 수호는 잠에서 깨
주위를 둘러보며 하품을 흘렸다.
아.. 이모습을 찍어놓으면 장당 3만원에 팔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어났어?”
“응. 지금 몇시야?”
“흐음. 좀 미안한 얘긴데, 김순영은 시계같은거
가지고 다닐만한 사람이 아니어서. 아, 뭐.. 그대신 한가지 알려줄수는 있어.
임수호 옆에 반온희는 시계같은건 꼬박꼬박 챙길만한 애라는거.”
내 얘기를 벌써 들은건지 온희는 시계를 보더니 책을 덮었다.
음. 반온희가 책을 덮었다는건 열한시 종이 땡땡 쳤다는 뜻이므로,
수호와 나. 그리고 반아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르륵 하고 소름끼치는 의자끄는 소리가 들리자,
고필운은 우리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시계를 들여다 보곤
그리곤 도서관 문을 열어제꼈다.
“11시부터 취침시간. 이제 각자 방으로 돌아가셔서
씻고 주무시면 됩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요.”
댁같으면 안녕히 주무실수 있겠수?
하고 반박해주려다, 반쯤 눈이 감겨버리는 바람에
손을 두어번 흔들고는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
“야호. 드디어 탈출이다.”
“난 이시간만 되면 막 설레여 지는거 있지?”
학교가는걸 죽기보다 싫어하던 요 두녀석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기숙사에 들어왔다고 좋아 죽으려고 하다니.
기숙사의 효과가 약간 보이는 듯 싶다.
“어제 최욱한 봤어?”
“아.. 대진고 짱 말하는거야?”
어제 내가 봤던애가 최욱한.
그리고 최욱한 옆에 앉아있던애가 박교울.
내가 봤던애가 대진고 짱먹은애
대진고 짱먹은애 옆에 앉아있던 애가 대진고 서열 2위.
온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스파르타 식으로 외운 성과를 보는 순간이다.
사실 앞에서 말한 쓸데없는 기억력 이외에 다른 것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병이있다거나 하는건 결코 아니고, 그냥 기억력이 안좋은 것 뿐이다.
“기숙사에 최욱한 말고 위험한 새끼가 한명 더있어.”
“이근처에서 순형선배님이랑 김순영. 최욱한 빼고
이반아가 위험한 새끼라고 칭할만한 애는 딱 한명인데.”
“일산공고, 가백겸.”
빙고! 온희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시작 ]
※※ 열혈 청춘 기숙사 ※※ 01
다라람
추천 0
조회 229
06.09.17 16:54
댓글 19
다음검색
첫댓글 재밌게읽고갑니다 . (웃음)
다음편에서 뵈요♡♡
오와. 재밌어요!! 다음편 기대되요
다음편에서 어서 만나용♡ 하트뿅뿅
재밌어요,원래 서열얘기같은건 유치해서 잘안읽는데!!다음편 기대할게효~~
ㅋㅋ유치해요!!ㅋㅋ 유치한 맛으로 읽는거..<응?
오ㅠㅠ너무재밋는거있죠!다음편너무너무기대되요~~♥
너무 재미있다니 다행다행♥ 늦은 2편으로뵐께염~
와소설가장/표지방에서읽고바로띠어왓는댕ㅋㅋㅋㅋㅋ역시굿
캄사캄사! 으히히..
감상방에서 보고 바로와서 보고갑니다! 우와, 순영이 글씨체가 어떤지 궁금하군요... 으흐흐흐;!! 점점 더 재미있어질것같습니다! 항상건필하시구요! 항상 필독하겠습니다 푸하하!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김순영표 글씨체가 궁금하시다면 발로 써보세요ㅋㅋ
저도 가상에서 읽고 바로왔는데 . 재미있어요 !!!!
오오오- 다음편에서도 뵈용♡♡
와우 완전 재밌는데요 . 다음편도 기대합니다용
다음편은 틈틈히 써서 들고오겠습니다♥
가상방에서 보고왔는데, 정말 재밌어요!!
감사합니다! 오늘하루 남은시간 즐겁게 보내세요, 히히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으히히, 감스아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