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윤바름
먼저 글을 씀에 앞서 이 글은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책에 나오는 주제들로 여시들끼리 생각을 나눠보고자 하는 글임을 밝혀. 이 책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고민들을 ‘만약 저명한 철학자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생각해보는 내용을 담고 있어. 책 홍보는 정말 아니고 당연히 출판사, 저자, 옮긴이 등 어느 누구와도 모르는 사이야. 다만 나는 여성들이 찬반 논란이 있거나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조금 더 넓게 스스로, 직접 생각하는 시간을 함께 가져봤으면 했어.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철학 전공자도 아니야. 그렇기에 전문적인 글을 쓸 수는 없을 거야. 해서 나는 책의 내용 그대로를 대화체로 의역만 할 것이고 약간의 사족을 붙이는 방법을 선택했어.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주장 중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어떠한 사람의 의견에도 동의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글을 읽으며 여시들의 시야가 넓어질 것이고, 생각하며 본인의 가치관이 성립된 이유를 알게 되고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될 것임을 확신해. 이미 죽고 없는 사람들에게서 답을 찾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들의 생각을 들어볼 가치는 있겠지. 이 글은 생의 절대적 답을 주장하는 글이 아니며, 어떤 문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타인의 의견을 들어보고 본인만의 답을 찾길 바라는 글임을 다시 한 번 알리며 글 시작할게!
05. 다 늙어 삶을 즐기지도 못하고 아무 의미 없이 목숨을 연명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안락사 시켜주세요.
(feat. 제러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토마스 홉스, 조너선 글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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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많이 들면,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어.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불치병에 걸렸거나 노화에 시달린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가여운 생명체가 불필요한 고통을 겪도록 하느니, 안락사를 통해 말 못할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게 낫다는 데 동의할 거야. 하지만 사람에게는 같은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아. 고통 속에 있는 당사자가 목숨을 끝내길 원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존엄을 가지고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줘서는 안 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고 꽤 자주 대두되는 질문이기도 해. 인간의 수명은 과거보다 훨씬 길어졌고 의약의 발달은 인간의 수명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질어짐을 의미해. 생명을 끝내고자 하는 당사자가 더 이상 스스로 그것을 이행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타인이 그들의 죽음을 도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우리나라 같은 경우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단, 2018년 2월 4일부터 존엄사법이라 불리우는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고 있지? 그럼 안락사와 존엄사는 어떻게 다를까?
안락사는 말 그대로 편안하게 죽도록 하는 행위야. 회복하기 어려운, 혹은 고통이 극심한 환자를 약물 투입 등을 통해 조기 사망으로 유도하는 것을 말해. 존엄사는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 즉 임종 과정에 있을 때, 치료 효과는 없고 연명만 시키는 무의미한 의학적 시술을 중단할 수 있게 하는 거야.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란 앞서 말했듯 존엄사법에 속하고.
(우리나라는 두개의 개념을 달리 쓰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같은 개념으로 쓰기도 해.)
현재 대부분의 각 나라 정부들은 자살, 혹은 자비로운 살인이라 불리는 안락사를 돕는 그 어떤 형태의 법도 합법화하기를 꺼려하고 있고, 법조계와 의학계의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어. 왤까? 안락사와 존엄사에 대한 논쟁은 종종 이성이 아니라 종교적인 시각에서 이뤄지기도 하고 감적적으로 번지기도 해.
이 문제를 간단하게 분석해줄 철학자는 쉽고 간단하게 말하는 것으로 유명한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일 거야. 그러고보니 내 5편의 글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철학자네 ^_^... 어쨌거나 벤담과 이야기하며 공리주의 입장에서 한번 바라봐 볼까?
(공리주의에 대한 내용은 내 글 3편에 나와 있으니 관심 있는 여시들은 읽어보길 바라..!)
제러미 벤담 (1748~1832)
벤담은 누군가 고통에서 시달리고 있다면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서 오는 이익에서 고통이 초래하는 피해를 빼면 계산이 나온다고 말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지향하는 공리주의의 사상에 부합하지.
하지만 한편 그 결정이 초래할 쾌락과 고통을 모~두 고려해 복잡한 계산을 해야하므로 안락사에 대해 성급히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하네.
나는 벤담의 권유로 밀과도 이야기 해봤어..!
존 스튜어트 밀 (1806~1873)
※ Playing God ※
Playing God 이란 신 역할 놀이를 뜻해.
위키피디아에서 신 놀이의 예시를 든 것을 보면,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를 살리고 죽일지 결정하는 것, 합성생물학과 체외 수정같은 생물 공학학의 발전, 그리고 사용 등이 있어.
(네이버 사전은 Playing God 을 하나님 놀이라고 번역했지만, 모든 종교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냥 '신'이라고 적을게!)
밀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했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안락사나 존엄사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내 자살을 도와줄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락사나 존엄사를 쉽게 결정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하지.
그렇다면,
밀이 말했듯 생사를 자연에 맡기는 것과 치사량의 약물을 주거나 바늘을 꽂아주며 신 놀이를 하는 것 중, 뭐가 더 나은 결정일까?
그리고 죽음을 돕는 게 신 놀이라면, 의학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면 벌써 죽었을 환자를 살려 놓는 것은 신 놀이가 아닌 걸까?
벤담과 밀이 말했듯 안락사는 복잡한 문제야.
이번에는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또 다른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에게 조언을 구해보자.
토마스 홉스 (1588~1679)
※ Slippery slope: 미끄러운 비탈길, 위험한 비탈길 ※
미끄러운 비탈길이란,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일단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렵고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길을 말해. 쉽게 말해서 하나하나 다 해주다가 정신차리고 보면 좆 돼있다는 것
이렇게!
토마스 홉스는 사회계약에 대해 이야기 했어. 홉스는 인간에게 주어진 모든 권리는 평등한데, 평등한 조건 안에서 한정된 재화를 두고 만인이 투쟁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어. 통제가 없는 개인들은 전투 의지를 가지고 전쟁 상태에 있다고. 홉스는 이런 상태를 자연상태로 전제했지.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것을 빼앗고 자신의 것을 지키려 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해. 그리고 이런 자연상태에서는 누구도 안전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 결국에 이런 상태에서 인간은 모두 자멸하고 말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홉스는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인간이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아주 아주 강한 국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리바이어던에 대한 내용을 지금 담기엔 무리가 있어서 이건 나중으로 미룰게..!)
홉스는 사회계약에 생명 보장을 국가가 해야 한다는 관점을 부각하기도 했으니 안락사나 존엄사에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네..!
마지막으로 홉스의 의견과 관련해 영국의 생명윤리학자인 조너선 글로버의 생각을 조금만 들어볼까?
조너선 글로버 (1941~)
글로버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우려하기보다 그 첫 단계가 시작되었을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주목하라고 말해.
존엄사법이 법으로 허용된 경우들이 위험한 비탈길로 들어서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하면서 말이야.
그럼 이제 생각해보자.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과 밀은 존엄사에 대한 나의 바람을 지지하면서도 이 문제가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훠어얼씬 복잡한 문제라고 경고했지. ‘어차피 내 목숨인데’, ‘내 자유인데’라고 단순히만은 정리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홉스는 안락사가 미끄러운 비탈길의 시초가 될 수 있으니 인간의 목숨에 관련된 모든 것에 국가, 법이 나서야 한다고 했어. 물론 그 모든 우려들을 글로버가 조금 누그러뜨려주긴 했지만..!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어.
누군가 타인의 도움을 받아 죽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는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가 되었을 때 존엄사해 달라고 유언까지 남겼어. 그런데 막상 위독한 단계에 이르자 그가 더 이상 의사소통을 통해 바라는 바를 표현할 수 없다면 어떨까?
우리는 유서에 따라 그가 아직도 죽고 싶어 한다고 추정해야 할까?
중요한 순간에 마음의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혹은 그가 안락사에 동의하긴 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기 싫어서 한 선택이라면?
또 홉스의 말대로,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을 제거하는 일이 생기게 될까?
단순히 싫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려 할까?
돈을 노리고 사람을 죽이기도 할까?
병원 예산 감축을 위해 환자를 죽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할까?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장애인과 정신병자, 그리고 자신들이 말하는 ^열등한^ 인간의 비자발적 안락사를 허용하게 될까?
여시들은 어떻게 생각해?
안락사는 사람들의 존엄을 가지고 세상을 편히 떠날 권리를 위해 실행되어야 할까? 안락사가 미끄러운 비탈길의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 아예 시작을 말아야 할까? 신중하고 철저한 법을 제정하면 안락사를 시행함에 따라 오는 모든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까?
이 주제에 대한 스스로의 의견을 꺼내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함께 공유해볼 수 있었음 정말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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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라면 어떻게 할까?
01 - 친구의 애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어요. 이 사실을 친구에게 이야기해줘야 할까요?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2737083?svc=cafeapi
02 - 제 최애가 가정 폭력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어요. 그 사람의 좋은 음악들을 계속 들어도 될까요?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2737967?svc=cafeapi
03 -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예능이나 시트콤보다 가치가 있는 걸까요? 저는 솔까 시트콤이 존나 더 재밌는데요?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2752164?svc=cafeapi
04 - 서른 여덟에 10년 넘게 다닌 회사에 염증을 느끼고 있어요. 오래 간직해온 아이돌의 꿈을 펼치고 싶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http://m.cafe.daum.net/subdued20club/ReHf/2785683?svc=cafeapp
첫댓글 넘 좋은글이다!! 읽어보고 책도 구입해보려구 좋은글 고마워 여샤
흥미롭다. 이 좋은 글을 늦게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야. 음 나는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이야. 안락사가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존엄 같아. 태어나는 것은 내 뜻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으니, 삶의 마지막인 죽음은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자유를 얻고 존중받을 수 있는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미끄러운 비탈길처럼 최악을 생각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행동이지만, 완벽한 시작은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규정은 정해놓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가도 되지 않을까.
너무 재밌어....
미끄러운 비탈길 논리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럴 수 있다고 깨달았어
흠 어떤 철학적 합의를 찾기는 너무 어려울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는...글로버 처럼 두려워하기만 해선 안되고 실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더 집중해서 실용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나 이거 이북으로 사서 읽었는데 넘 재밌었음ㅋㅋㅋㅋ 나는 사귀던사람이랑 예술가의 도덕성및 가치관과 예술작품은 분리시켜서 봐야하는가에 대한 주제로 논쟁하다가 이 책 보게됐는데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