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안시장
발안시장 낯선 골목길 다인종 다국적의
형형색색 얼굴들이 마네킹으로 전시된 곳
야망이라고 크게 쓴 이층 호프집 간판에
니 그래가지고 쓰갓니 평안도 사투리
가려운 귀를 만지작거려 떼깔고운 아오자이
나풀거려 베트남 아가씨 쭉쭉빵빵 몸매도
허참 대박일세 철지난 옥수수와 수박
참외, 복숭아 온갖 과일 쉼표로 난전에 깔아
고주망태가 된 과일 행상 아저씨 떠리 떠리요
군밤을 떨이하시네 샛바람 불면 그리운 군밤 한가득
까먹던 추억 저 다국적 마네킹도 두꺼운 롱패딩 점퍼
쇼윈도에 비스듬히 유행따라 걸쳤구나
운수대통 복권방은 다인종 북새통이라 역시
뭐니 뭐니해도 머니가 최고라는 세상살이 유사한
인간의 낯짝이 보여 제로마트 귀퉁이 우즈베키스탄의
엘리나라는 고려인 아주머니 조그만 손에 주둥아리 큰 오리새끼
두마리 위 아 더 코리아 코리아 깩깩거린다
화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연쇄살인의 추억
군대 시절 비무장지대 철책을 순찰돌던 초병의
마음같이 가장 먼 곳의 적이 가장 무섭다는 진리
가까운 적은 차라리 우리라는 친근한 이웃일세
발안시장 둥근 파라솔 진을 친 좁다란 골목길에서
쓱삭쓱삭 칼가는 저 아저씨 뒤란 밖 오줌 갈기는
나와 나의 이복동생 단팟 히!히!히! 누가 더 멀리
쏘나 노란 은행나무 대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