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의 최고급 아파트 주민들이 겨울철 결로현상에 많게는 100만원에 달하는 난방비 '폭탄'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7일 오후 2시께 송도국제도시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F아파트. 2층의 한 가정집 안방에 들어서자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방안에선 차디찬 한기가 느껴졌고, 특히 안방에 딸린 화장실 욕조는 밑에 있는 수도관 동파로 아예 뜯겨진 상태였다. 1층으로 물이 떨어져 관리사무소에서 임시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집주인 하모(41·여)씨는 올 겨울 들어 하루 종일 모든 방에 난방을 켜놓고 있다. 하지만 유독 안방의 온도가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희망온도를 27도에 맞춰놔도 실제 방 온도는 18~19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하씨는 낮에 아예 안방 문을 닫고 지낸다.
한 달에 수십만원씩 나오는 난방비도 큰 걱정거리다. 지난해 겨울에는 난방비가 무려 100만원이 넘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감기를 달고 산다. 하씨는 지난 2년간 모아둔 아이들 약 봉투를 꺼내보였다. 그 양이 보통 백과사전 두께만 했다. 하씨는 "겨울마다 눈물로 살았다. 송도 최고급 아파트가 시골집만도 못한 상황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파트 시공사인 P건설은 커튼을 달아주겠다는 해법만 내놓을 뿐이다. 커튼을 달아주는 조건으로 다시 이 문제를 제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 하씨 주장이다.
P건설이 지은 인근 C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보일러를 계속 틀어도 20도 이상으로 잘 올라가지 않고 난방비만 많이 나온다. 이 아파트 세대 중에도 100만원에 달하는 난방비가 나온 곳이 있었다. 또 일부 세대는 결로현상이 심해 닦아내지 않으면 바닥에 물이 고일 정도다. C아파트 관리소장은 "난방을 틀면 결로현상이 심해진다"며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와 입주자들이 춥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입주자들은 이 같은 문제가 콘크리트나 벽돌 대신 외벽을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시공한 커튼월(curtainwall) 공법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송도국제도시 대부분 아파트에서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P건설 관계자는 "해당 현상을 하자로 보기는 어렵다. 결로는 생활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다"며 "설계상에 문제는 없다. 결로 현상에 따라 물이 고이는 것도 설계 당시 예상하고 만든 건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