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과 외가 친척들과 함께 지리산을 등반한 적이 있다. 천왕봉까지 갔다가 왔는데 지금 떠올리면, 어떻게 갔다왔나 싶다. 외삼촌이 다음에 또 가자고 했을 때 나는 두번 다시 가고싶지 않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는 함께 간 무리 중 일등으로 내려왔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던가? 산을 정복한 후 기다릴 만찬의 축제.
그러나 외삼촌은 고기커녕 돼지국밥(고기로 안친다)만 사줬다. 그때 말은 못했지만 울 뻔 했다.
삼촌과 함께 한라산을 등반한 적이 있다. 힘들었지만, 내려와서 삼촌이 제주도 흑돼지 오겹살도 양껏 사주고 흐뭇했다. 나는 그래서 삼촌이 외삼촌보다, 한라산이 지리산보다 훨씬 좋다.
내 여행의 목적은 멋진 풍경보다 맛난 음식이다. 사람들은 여행가서 나랑 노는 걸 싫어했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기 때문이다. 움직이고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싫긴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 혼자 가야지.
여행 가서 명소를 찾아다닌 적이 있었던가(맛집을 찾아야지). 나는 숙소에 누워 티브이 켜놓고 술이나 홀짝거리는 게 훨씬 좋다. 집에서 재미없는 프로도 재밌고, 맛 없는 것도 맛있다.
나는 그래서 여행이 좋다.
전어
1 전어회
최근 가장 극단적으로 삐진 사건은 아버지와 함께 울산의 간절곶이라는 곳까지 드라이브 간 일이다. 전어회 먹는 줄 알고 간절했는데, 아버지는 그 타이밍을 지나쳤다. 나는 울 뻔 했고, 우리는 바다장어구이를 먹었다. 기분이 풀렸으며 간절곶에 도착해서, 나는 결코 도착하지 않을 엽서을 썼다.
지금 생각하면 전어회 안먹는다고 삐진 게 쪽팔려 죽겠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전어회. 내년 가을에는 사드려야지.
첫댓글 나 시험 떨어지면 다 호나우도 때문임 ㅡ,.ㅡ;
생선은 싫어해서 잘 안 먹는데 전어의 명성은 익히 들어와서 한 번은 먹고싶네요
여행가시려면 당연히 성향이 맞는 분들과 다녀야지요 반대 성향인데 좋아할리있나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