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은 2024년 올해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누구나 클래식’이다. ‘누구나 클래식’은 누구나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비싼 티켓 가격의 클래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 친숙한 클래식 해설을 제공하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2024년 올해의 첫 번째 '누구나 클래식' 공연에 많은 관객들이 찾아왔다. ⓒ윤혜숙
3월의 마지막 날인 3월 31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내 귀에 클래식 일상을 만나다’를 주제로 한 첫 번째 공연이 열렸다. 이금희 아나운서의 해설이 있는 공연이다. 최영선 지휘자가 이끄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트럼펫 성재창, 바이올린 송지원, 리코더 남형주, 클라리넷 채재일 연주자가 협연했다. 지난 2003년 창단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는 순수 민간 교향악단이다. 2008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했고, 2009년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출연하는 아이스쇼에 직접 연주했던 적이 있다.
최영선 지휘자가 이끄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세종문화회관
‘내 귀에 클래식 일상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연주된 3월의 '누구나 클래식' 공연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접했던 곡을 들을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람석에서 프로그램 목록을 살펴보니 총 11곡이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봄의 소리 왈츠 Op. 410’, 요하네스 브람스가 작곡한 ‘헝가리 무곡 제5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2악장’, 안토니오 비발디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겨울 1악장’은 제목만 봐도 어떤 곡인지 연상된다. 그만큼 기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에게 친숙해진 곡이다.
그런데 나머지 곡들은 제목만으론 어떤 곡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전 곡이 모두 어디선가 들어봤던 그런 곡이었다. 영화, 드라마, 광고 등으로 우리의 일상에 익숙하게 스며든 곡이다. 그래서 속으로 '아하, 이 곡이구나'를 연발했다. ‘누구나 클래식’과 어울리는 누구나 들어본 곡이었다.
3월의 '누구나 클래식' 공연에선 이금희 아나운서가 무대에 출연해서 곡을 해설했다. ⓒ세종문화회관
둘째, 이금희 아나운서의 차분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진행이 돋보였다. 첫 곡의 연주가 끝나자 무대에 이금희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TV 화면으로 자주 봐서 옆집 언니처럼 친근해 보이는 그의 등장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 공연은 웅장하고 무게감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는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객석의 청중을 쥐락펴락하면서 큰 박수를 유도했다.
셋째, 이금희 아나운서의 해설로 연주곡의 뒷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곡과 곡 사이에 무대에 등장해서 연주곡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곁들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해설은 사랑과 죽음을 언급했던 두 곡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봄의 소리 왈츠 Op. 410’은 두 번의 결혼에 실패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세 번째로 결혼한 부인과 사랑에 빠졌을 때 작곡했던 곡이란다. 그래서일까? 화창한 봄날처럼 밝고 경쾌하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2악장’은 모차르트가 죽음을 앞둔 2개월 전에 곡을 완성했단다. 마치 자신의 때 이른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던 듯한 곡조가 우울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채재일 클라리넷 연주자가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2악장’을 협연했다. ⓒ세종문화회관
넷째, 무대 뒤편의 스크린에 연주자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줬다.
3층 객석에 앉아 있는 기자는 그만 오페라글라스를 대여하는 것을 잊었다. 원거리에서 내려다 보는 무대이니 무대 위 연주자들의 면면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무대 뒤편의 스크린에서 공연 중인 연주자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었다. 공연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듯한 연주자를 바라보면서 곡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 특히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2악장’을 협연했던 채재일 연주자는 시종일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연주하는 모습에서 관록이 느껴지면서 또한 곡의 이해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누구나 클래식' 공연이 있는 월에 공연을 신청해 당첨되면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누구나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려면 여느 공연과 달리 공연을 예매하기 전, 공연을 신청하고 당첨자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공연을 신청해도 당첨자 명단에 들어가지 않으면 공연을 예매할 수 없다. 번거롭긴 해도 선착순 예매보단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에 기자는 기꺼이 공연을 신청하고 당첨자 발표를 기다렸다. 세종문화회관 누리집 ‘누구나 클래식’에서 공연 신청, 당첨자 발표, 공연 예매, 잔여석 예매순으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누구나 클래식' 공연 관람료는 1,000원 / 3,000원 / 5,000원 / 10,000원 중 선택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누구나 클래식’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관객이 자신의 티켓 금액을 1,000원 / 3,000원 / 5,000원 / 10,000원 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객석은 관객이 좌석을 선택한 뒤 희망하는 관람료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자는 2인 티켓으로 1만 원을 선택했다.
올해부터 전체 관람석의 30%는 행복동행석으로 지정되어서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관람객이 예매할 때 디지털 티켓을 선택하면 공연 전날 카카오톡으로 QR코드가 발송되고, 이것을 공연장에 입장할 적에 직원에게 보여주면 된다.
지금 세종문화회관 누리집에서 4월의 '누구나 클래식' 공연을 신청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올해 ‘누구나 클래식’ 공연은 총 7회 열린다. 3월 누구나 클래식 ‘이금희의 해설 클래식-일상을 만나다>에 이어, 4월 누구나 클래식 ‘김영하의 해설 클래식-문학을 만나다’, 8월 누구나 클래식 ‘GOAT: Verdi x Puccini’, 9월 누구나 클래식 ‘Essential Opera’, 10월 누구나 클래식 ‘목소리를 만나다 –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가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세종문화회관 ‘누구나 클래식’ 누리집에 접속해서 4월의 공연을 신청할 수 있다. ‘누구나 클래식’은 서울 시민 누구나 신청해서 즐길 수 있다. ‘천원의 행복 + α’, 그 이상의 즐거움과 감동이 있는 ‘누구나 클래식’ 공연이 지금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4월 누구나 클래식' <김영하의 해설 클래식 - 문학을 만나다>
○ 일정 : 신청 4. 4. ~ 4.11. → 당첨자 발표 4.12. → 티켓 예매 4.12.~4.18.
○ 공연 : 4.30. 오후 7시 30분(공연시간 90분)
○ 연령 : 2017년생부터 관람 가능
○ 티켓 : 전석 1,000원 / 3,000원 / 5,000원 / 10,000원 (관람료선택제)
○ 신청 : 누구나 클래식 누리집
○ 문의 : 02-399-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