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글 성격 상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래 한국 축구는 대도약중이다. 지난 월드컵 참패의 흔적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A대표팀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대체선수 풀이 풍부해진 것과 더불어 그 아래 세대들도 잘 자라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 축구의 대도약이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최근 슈틸리케 감독이 네덜란드 등 강팀과의 친선 경기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팬들도 이에 동의한다. 그 마음의 저변에는 아시아팀들과의 경기에서 나타난 우리의 힘을 세계 무대에서도 넓히고 싶은 염원과, 성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일부 팬들의 비아냥 내지 불안감이 그대로 녹아 있다.
과연 우리의 현재 실력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일까? 축구, 아니 어느 분야에서도 실력을 수치로 환산하는 것이 어렵지만, 그래도 줄세우고 싶은 마음이야 어쩔 수 없다.
현재 세계 축구의 줄세우기 기본은 FIFA 랭킹이지만,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랭킹이다. FIFA 랭킹은 경기 결과, 경기 중요도, 상대팀 랭킹, 대륙별 가중치에 의해 매겨진다. 이 중 대륙별 가중치라는 독소조항에 의해 남미와 유럽을 제외한 팀들의 실력은 과소평가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우리가 속한 아시아 대륙의 가중치는 0.85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유럽팀이 유럽에 속한 랭킹 50위팀을 이기면 우리가 아시아 대륙에 속한 랭킹 50위팀을 이긴 것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는다. 약 15% 정도의 점수가 유럽 팀에게 더 주어진다.
남미의 어떤 팀이 브라질을 이기면 그 팀의 성과는 랭킹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하지만, 우리가 브라질을 이기면 남미의 가중치 1.00과 아시아 가중치 0.85의 중간인 0.925 즉 92.5%만 반영된다.
실력이 나쁜 대륙이라서 대륙별 가중치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라면, 실력 나쁜 대륙의 팀(예컨대 한국)이 실력 좋은 대륙의 팀(예컨대 스페인)을 이길 때 더 많은 점수가 주어져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실력 좋은 대륙의 팀(예컨대 프랑스)이 실력 좋은 대륙의 팀(예컨대 스페인)을 이길 때 더 많은 점수가 주어진다.
엘로 랭킹을 누적적 시스템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FIFA 랭킹은 훨씬 더 누적적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북중미, 오세아니아의 어떤 팀도 어느 한계 이상의 랭킹 상승은 불가능하다. 많은 경기를 가지는 같은 대륙 상대팀 랭킹이 이미 과소평가되어 있는데, 그 결과마저 0.85 정도의 가중치로 디스카운트 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더라도 FIFA 랭킹 탑 텐은 이미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물론 대륙별 가중치가 각 대륙의 월드컵 성적에 따라 재조정되기 때문에 그 이후엔 조금 나아질 것이지만, 아시아 대륙 전체 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는 한 FIFA 랭킹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미와 유럽을 제외한 팀들이 FIFA 랭킹에서 거둘 수 있는 최대의 성과는 15-25위 정도일뿐이다. 현재 비남미, 비유럽팀으로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있는 팀은 22위인 코트디브아르, 24위인 멕시코다. 지난 월드컵 8강의 코스타리카는 어느새 40위까지 떨어졌다. 멕시코는 우리와 함께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팀이다.
엘로 랭킹은 FIFA 랭킹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다. 대륙별 가중치에 의한 디스카운트가 없기 때문이다. 홈경기 여부, 스코어까지 따지기 때문에 실제 성과에 더 가깝다. 누적치라는 비판은 FIFA 랭킹 역시 누적치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오해이며, 엘로 랭킹은 패배할 경우 마이너스 점수가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 성과를 더 탄력적으로 반영한다.
현재 한국 축구의 엘로 랭킹은 19위다. 현재 48위인 FIFA 랭킹보다는 무려 29계단이나 높은 랭킹이다. 16위 우크라이나, 17위 크로아티아, 18위 스위스와의 점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15위 이탈리아와의 점수차는 무려 71점에 달해 15위 돌파는 싶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의 엘로 랭킹 사상 최고 순위가 15위이며, 지난 1년간 한국 축구의 엘로 랭킹 순위 및 포인트 상승은 당당 세계 1위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FIFA 랭킹 최고치는 다음 월드컵 전까지는 최고 20위권 중후반, 엘로 랭킹은 최고 15위 정도일 것이다. 한국 축구가 최종 예선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그 후의 친선전 및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세게 축구 탑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