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일, 5/27(수) : 성모님 발현 산을 오르며 - 신앙의 신비
어제 이어 오늘도 화창한 날씨라 감사했다.
성모님이 발현한 것은 1981년 6월 26일로 6명의 아이들에게 나타나, “나는 평화의 여왕이다. 나는 이곳에 많은 참된
신앙인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왔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모든 세계의 사람들을 회개시키고 화해하기를 원한다.”라고
말씀하셨다.(성지순례 안내서 참조)
성모님의 메시지는 하느님과 등져 살아가는 이들을 회개시키어 다시 하느님께로 향하여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신앙의 시작은 회개에서 용서로 용서에서 화해로 화행에서 평화로 이어진다.
예수님은 부활하시어 제자들 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말씀하셨다.(루카24,36) 하느님이
육화하시여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바로 우리에게 평화를 주기 위해서였다.
발현 언덕위의 십자가 발현언덕 위의 성모님 상
이런 묵상을 하며 발현 언덕(Apparition Hill)인 포드보르도를 오르기에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오르는 초입에는 성물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즐비하였다.
1981년 6월 26일 성모님이 발현한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순례 객들이 찾은 지 14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 언덕길은
잡목들로 수풀과 가시덤불이 많았고 돌과 바위들이 많았는데 얼마나 많은 순례 객들이 14년간 오르내려 돌과 바위들이
반들반들하였다. 그래서 오르기가 어려웠고 힘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 일행은 모두 발현지까지 올랐다.
발현지에는 성모님 상과 예수님의 십자가상이 있었다. 우리는 참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맨발로 오르고 내려가는 분들도 있었다. 내려와 쉬고 있는데 자기는 프랑스 사람이라며 무릎으로 다녀왔다고 한다.
이렇게 스스로 예수님처럼 고난의 길을 걷는 그들에게 큰 깨달음이 있을 것이고 축복이 있기를 기원했다.
우리는 고통이 없기를 바라지만 고통이 없는 삶은 진리를 깨닫기 어렵고 참 삶의 길로 나아가기 힘들다.
그래서 지혜로운 이들은 스스로 고행하기도 하는 것이리라.
호텔에 돌아와서 점심을 하고 오후에는 발현지보다 더 높은 산(해발 520m)인 크리자밧 산의 십자가의 길을 오르며
14처를 받친다. 여기도 반질반질한 돌길이라 조심하지 않으며 다칠 수 있을 것 같다. 14처가 끝나는 지점 위에는 흰
대형 십자가가 있다. 이 십자가는 1933년에 참회와 보속을 위해 이 지역 사람들이 14톤의 콘크리트를 만들어 이곳까지
날라다 세웠단다. 매년 십자가의 현양 축일인 9월14일에 미사를 봉헌하고 십자가의 길을 바친다.
오를 때는 모두 함께 14처를 거쳤지만 하산할 때는 각기 다른 길로 내려왔는데 나를 포함해 셋은 좁은 숲길로 들어섰는데
덤불과 가시나무가 있어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길이 확연히 드러나 있지 않아 좀 망설이기도 했다.
어떻게 70대 세 분만 이 길에 들어섰는지 모르나서로 격려하며 내려왔다. 가계에서 모두 만나 음료를 마시며 쉬었다
숙소로 돌아왔다.
밤에는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드리고 대형 청동상 십자가상으로 가서 예수님의 다리에 침구하는 예식을
하였다. 많은 순례 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다리에 손수건이나 종이로 문지르고 침구를 해서
우리도 그렇게 했다. 어떤 이들은 물주전자로 물을 바르고 닦고 흐르는 물을 그릇에 담는 모습도 보였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아마도 그렇게 하면 어떤 기적수라도 나와 그런 것 같았다.
어떤 기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대화를 하는데 한 분이 기적이나 어떤 신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이
아니라고 했다. 나도 동의했다. 신앙은 신비다. 미사 자체가 신비가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또 다른 신비를 요구하고
바라는 것은 자칫 유혹이나 미신의 길로 빠질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가 순례의 길에서 일치하여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요 신비가 아니겠는가!
안사람은 조금 경사진 길만 걸어도 입아귀가 아프고 가슴이 뻐개지듯 아프다고 했었다. 그래서 천천히 쉬면서 걷곤
해서 어떻게 발현 산과 십자가의 길을 오를까 염려했는데 좀 숨은 찼으나 가파른 두 길을 무난히 올랐던 것도 신비요
기적이었다. 안사람은 신부님이 우리 부부를 염려했다는 말씀을 듣고 신부님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셨기 때문이라고
고마워했다. 신비는 이처럼 신앙생활 속에서 수시로 일어나는데 미쳐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고 본다.
오늘 하루 가파른 산을 두 번씩 오르면서 저마다 신앙의 신비를 체험했으리라.
“ 평화의 어머니,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맨발로 오르내리는 순례자들
십자가 산 크리자밧에서
어떤 분이 비닐 봉지에 쓰레기를 주어 담아 내려오는 모습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