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은 작품의 첫 인상 이기도 하다. ‘성장’ 이란 밝고 긍정적인 주제를 채택한 이상 영상 역시 그러한 분위기에 어울려야 한다. 구체화 하자면, 주요 등장인물의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달려가는 장면이나 주인공의 눈을 클로즈 업 ->> 내려다보는 ‘부감’으로 시점 변환 등의 기법을 사용하는 걸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각 등장인물들이 충분한 자기 어필(appeal)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오프닝이다. 보통 오프닝이 나오는 시간은 노래의 한 절과 엇비슷한 1분 30초 정도 인데, 이 때 중심이 되는 주요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인지 아니면 모든 등장인물을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 시킬 지는 감독의 재량이다.(필자는 후자를 선호)
오프닝 송으로 쓰일 노래는 느리고 잔잔한 풍의 발라드 보다는 빠르고 흥겨운 듯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노래가 ‘성장’이란 주제에 더 부합 한다. 한 번씩 유명 가수들의 음반을 오프닝으로 사용 한다고 작품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노래가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지양해야 하겠다.
-엔딩은 작품이 종료 된 후 나오는 크레딧과 함께 나올 영상과 노래를 준비하면 된다. 보통 오프닝은 빠르고 활발하고 엔딩은 느리고 차분한, 이런 설정이 대부분으로 위에서 말한 대로 주요 케릭터 들의 부각은 오프닝에서 다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어렴풋이 오프닝의 중요성이 엔딩보다 높다는 인식에서 발현되는 양상인데 얼마 전에
방영 종료 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凉宮ハルヒの憂鬱 )’ 의 유명한 엔딩 영상을 보면 엔딩도 오프닝을 능가하는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 인식에 좋은 시사점이 되리라 본다.
이외에 오프닝이나 엔딩은 노래 가사에 ‘마브러브(Mavluv)'의 오프닝처럼 작품 전체에서 제기하는 의문의 해답을 집어넣든가 ’쓰르라미 울적에(ひぐらしのなく頃に)‘의 오프닝처럼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를 포함하는 식으로 서사적 중요성을 가질 수도 있다.
2. 케릭터
- 성장이 주제엔 작품들에선 보통 등장인물들을 ‘무럭무럭’ 자라나는 주인공 무리와 그들의 라이벌 ‘패거리’ (이들은 선의의 경쟁 관계일 수 도 , 완전한 反 영웅일 수도 , 反 영웅에서 선의의 경쟁 관계로 변해 갈 수도 있다.)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구도는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구도로서 ‘축구왕 슛돌이’, ‘피구왕 통키’ 등의 많은 작품들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구도는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구도인 만큼 시청자에게도 익숙하고 그만큼 안정적인 스토리 전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익숙함은 ‘진부함’ 이라는 단점이 될 수도 있으니 시나리오 라이터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구성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 경우 , ‘쑥쑥’ 자라나는 주인공 무리도 아니고 그들의 反 영웅도 아닌 중립적인 입장에 선 제 3 ‘세력’을 고려할 수 있는 데 (성장물은 아니지만)현재 방영 중인 '코요테 래그타임 쇼 (Coyote ragtime show)'에서 우주해적들과 테러집단 사이에 낀 수사관들을 그러한 제 3세력의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의 장점은 기존의 '주 vs 반‘ 구도에서 벗어나 그들 사이에서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더 많은 사건(incident-X, event-O) 를 일으킴으로써 작품의 전개를 더욱 역동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때에 따라서 이들은 시청자가 간과할 수 있는 사안을 전지적인 입장에서 효과적으로 해설할 수도 있고 또는, 의도적으로 제한된 정보만을 알림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 구성과는 별도로 개별 케릭터 또한 중시해야 한다. 그 이유는,
1. 작품 안에서 효과적으로 구현된 케릭터 성은 작품 전체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필수 조건 이며
2. 애니메이션의 구성이나 스토리 전개가 어설프고 부족하더라도 시청자들의 케릭터에 대한 높은 인기도에 의해 팬덤(Fandom)이 형성 되면 작품 자체의 부실이 어느 정도는 보완될 수 있고 (이는 작품성을 논외로 하고 인기 높은 몇몇 케릭터를 통해서만 기억되는 ‘엑셀 사가’ 같은 작품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3. 뒤에서 언급할 미디어 믹싱(Media mixing = One source multi use)에서 케릭터 상품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케릭터 구성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몇 가지 지침이 있다.
먼저, 각 케릭터는 타 케릭터와 차별화 되는 개성이 필요하다. 이는 특유의 복장, 말투, 행동, 외관 등으로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물상(人物象)은 다양해야 한다. 성장을 다룬 작품이라 해도 모든 케릭터들이 일괄적으로 ‘난 더 경험을 쌓아 xx계의 지존이 되겠어!’ 식으로 설정된다면 단조로움을 넘어 지루하지 않을까?
4. 스토리
-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비주얼 퀄리티, 음악이 아무리 훌륭해도 스토리를 야매로 쓰면 어떤 작품이 나오는지 말할 필요도 없다. 스토리 라인은 크게 창작인지 아니면 원작이 존재 하는지의 여부로 나눌 수 있다. 인기 있는 유명 만화나 게임 등 다른 매체를 원작으로 한 작품의 경우 이미 검증되었으므로 스토리 라인 설정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으며, 원작 팬들을 끌어 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원작을 충실히 구현하기를 바라면서도 원작과는 다른 전개를 기대하는 팬들의 모순’에 부딪치게 되는데
원작과 창작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는 감독이나 시나리오 라이터의 역량일 것이다.(‘강철의 연금술사’ 를 원작과 창작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대표적인 작품으로 들 수 있다)
스토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일관된 전개’이다.
RPG게임 ‘악튜러스’의 경우 중반까지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라든지 배경설정이 인상적이었으나 후반부 부터는 당시(99~00) 이슈였던 매트릭스 이야기로 변질된다. 왠지 그동안의 문맥과 연결이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엔딩에서는 ‘에반게리온’ 적인 전개가 진행되어 난독증에 걸린 사람조차 ‘이거 뭔가 앞뒤가 안 맞잖아!!’ 하고 탄성을 지르게 만든 것이다.
즉, 악튜러스는 아무런 정체성도 없이 처음의 순수했던 시나리오에서 메트릭스+에반게리온 시나리오로 변질된 것이다.
이처럼, 케릭터가 아무리 매력 있고 배경설정이 아무리 인상적이더라도 앞부분과 뒷부분이 연결되지 않는 스토리는 시청자들에게 ‘산만했다’, ‘뭘 말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와 같은 감상만 남기게 된다.
또한 감독이나 시나리오작가는 절제할 줄을 알아야 한다. 제한된 방영횟수 내에서 최대한 많은 내용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인해 용두사미식 구성으로 혹평을 받는 애니메이션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승전결에서 ‘기’ 와 ‘승’ 만 과도하게 부각시키면 끝부분에서 그만큼 수습하기가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