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만에 삼촌이 우리 집에 온 날, 엄마는 굴김치를 만들려고 올해 처음으로 자연산 굴을 한 움큼 사왔다. 김치에 섞기에는 아까워서 조금 빼먹었더니 (초장을 찍지않아도) 향긋한 내음이 식도를 타고 내려와 한껏 들떴다(삼촌이 오랜만에 오니까). 하나, 둘, 셋... 대략 예닐곱 개 주워 먹으며, 김치에 묻히게 될 안타까운 것들을 바라보았다. 왜 멀쩡한 굴에 튀김을 입히고 익히고 묻히고 지지는지.
나는 완성된 굴김치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했다. 아빠는 나를 나무랐고, 삼촌은 표정이 안좋았으며, 엄마는 맛자랑을 했다.
오늘은 엄마 친구가 김장을 해서 세 포기 정도 일회용 비닐봉지에 담아왔는데, 비닐 속으로 굴 하나가 눈에 띠었다. 나는 생굴 한 점 입맛 다신 후, 김치 사이를 뒤적거렸지만 더는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김치에 굴향이 뱄다고 했지만, 건더기 없는 곰국이랑 건더기랑 같은가.
이런 일들도 있었다. 안O시에서 굴과 돼지두루치기 전문으로 하는 집에 간 적이 있는데, 매운 두루치기를 선택했다가 얼마나 후회했던지.
어떤 날은, (마트에서 산 2500원 짜리) 물과 생굴을 담은 풍선 같은 비닐봉지를 터트려서 먹고 배탈도 낫었다.
겨울이 되니 생굴이 먹고 싶다.
악마의 시
고추장, 김치, 만두, 햄, 소시지, 다진 마늘, 파, 땡초를 터프하게 넣어서 한 부대가 먹을 정도로 많이 만든다.
땡초 씨가 둥둥 떠다니면 '악마의 씨'라고 이름을 붙인다.
매운탕
생선 (통조림, 납세미, 조기, 회를 치고 남은 것 등등)
고추장, 조선간장, 다진 마늘, 땡초, 파, 무 등을 넣고 조린다.
포인트는 고추장이다.
생선구이
마련한 생선에 왕소금(꼭 왕소금이어야 한다)을 친다.
눈깔이를 누구에게도 빼앗겨선 안 된다.
주물럭
돼지고기 양파 고추장 다진 마늘 등을 넣고
주물럭거린 후
굽는다
카레
우선 일 킬로짜리(50인분) 카레 분말을 사서 당근, 감자, 돼지고기, 양파를 막 썰어서 프라이팬에 볶는다. 제법 익으면, 물을 한가득 담은 냄비에 털어 넣는다. 뽀글뽀글 끓으면, 불을 낮추고 카레 분말을 조금씩 섞어 넣으면서 휘젓는다. 멀건 게 뻑뻑해질 때까지.
첫댓글 나도 오늘 굴이 무지 땡기더라.
전 안땡깃는데 어떤 개에새기 때문에 갑자기 생굴 손으로 한웅큼 지버서 아가리에 쑤셔넣고 씹어재끼고싶네요 ㅠㅠ
너무 졸려서 개짜증 났었는데 그나마 웃고 간다. ㅎ_ ㅎ
주물럭과 카레가 먹고 싶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