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고 해운대 동백 주차장에 가고 가면 해삼, 멍게, 개불 팔고 간이 의자 있고 앉아서 시켜먹고 관광객 많고 서울말도 들리고 전라도 말도 들리고 아줌마가 맛있겠다고 하고 한입 주고 소주 한잔하고 간이 의자가 깍찼으면 옆에 트럭 앞에 가서 오뎅 먹고 한잔 하고 기다리다가 텅비고 헤삼은 꼬들꼬들하고 한잔하고 멍게는 향긋하고 한잔하고 개불은 달고 한잔하고 담배 한 모금하고 한잔하고 바닷바람 좀 쐬고 사진도 박고 백사장 좀 걷고 힘들면 앉고 치마 구경도 하고 모래 좀 털고 걷기 싫고 부러워도 해보고 커피 한잔 하고 갈매기 보고 오줌 누고 걷긴 싫고 걷고 버스 정류장 가고 타고 전화 좀 하고 창밖 구경 하고 집에 오고 쓰러지는 것이다.
어제의 절필은 오늘의 집필이 되고 오늘의 집필은 내일의 절필이 되어 쓰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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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맥주, 그 끝없는 맛의 세계가 우리를 돌게 만드네.
알코올은 황금빛
악마는 우리편….
런던에서 베를린까지 온통 맥주 냄새
이렇게 좋을 수가! 온통 맥주 냄새
런던에서 베를린까지 온통 맥주 냄새
내 손을 잡아주게, 온통 맥주 냄새
- 자크 브렐
일과를 마치고 걸어서 집에 오는 길, 5000원을 주고 초밥과 알밥을 사서 삿뽀루캔드래프트와 함께 먹었다. 삿뽀루실버캔에 비해 특유의 향이나 맛이 적었던 것 같다.
레몬이 든 코로나 2병을 먹고 하이네켄 1병을 마셨다. 먼저 마신 코로나의 은근한 레몬향, 부드러운 목넘김. 하이네켄은 그보다 못했다.
벡스 맥주를 마셨다. 목넘김이 좋았다.
호가든은 처음 마시는데 특유의 맛은 있었으나 그리 땡기진 않았다. 삿뽀루는 예전에 처음 마셨을 때 엄청 맛있었는데, 다시 마셔보니 그저그랬다.
레드독은 불독의 강렬한 병 로고 이미지만으로 먹고들어간다. 맛도 괜찮다. 벡스는 오리지날적인 느낌이 강하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하이네켄은 그보다 탄산이 더 강하며 청량감이 좋다.
일과를 마치고 걸어오며 목을 축일겸 하이네켄 캔을 샀다. 쌉쌀하니 상쾌했다. 세모금에 다마셨다. 맥주는 상황에 따라, 마시는 방법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맛이 다 다르다. 땀을 흘리고 마시는 맥주, 호프에서 여유롭게 앉아 마시는 맥주, 캔, 병, 컵의 모양에 따라 다 다르다.
산미구엘 캔을 산미구엘 컵에 따라 마셨다. 두번 따라졌다. 이름처럼 산뜻하고 부드러운 맥주다.
맥주는 간단한 안주(스낵이나 아몬드, 과일 같은)와 마셔야 맛이 좋다. 그런데 맥주의 소화작용과 안주를 적게 먹은 탓에 다 먹고나면 식욕이 엄청 땡긴다. 음식 배와 맥주 배는 따로 있다.
싱가폴 맥주 타이거 한병을 마셔보았다. 부드럽지만 산미구엘에 비해 특징이 없다.
중국맥주 칭타오는 특유의 향이 있고 상쾌하니 맛이 좋았다. 중국 요리에 곁들어 마셔도 좋다고 한다.
땀을 흘리며 카스 캔 500ml와 크림빵 반을 먹었다. 칼칼하고 상쾌하다.
버드아이스는 시원스런 병 모양과 이름에 비해 밋밋했다.
삼손은 체코의 전통 맥주로 부드럽고 향이 독특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인데, 체코 사람들은 삼시 세끼를 맥주와 함께 한다고 한다. 그만큼 맥주는 술이 아닌 일상적 음료의 개념으로 통용되는 듯하다. 일과 중 마시는 한두잔의 맥주! 나는 오늘 점심밥 대신 카스 한 캔과 500원 짜리 소시지를 먹었다.
낮에 카스 한 캔을 먹고 밤에 외사촌이 군대간다고 모여 소주를 마시고 2차로 비어마트에서 필스너 우르켈 2병, 아사히 드레프트, 레드독을 마셨다. 소주를 많이 마신 상태라 맥주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었다.
입가심으로 카스아이스라이트를 마셨다. 카스에 비해 가볍고 부드럽다.
KGB 자몽을 마셨다. 약간 쓴 탄산음료 같다.
독일 맥주 크롬바커 한 병과 벡스 두 병을 마셨다. 크롬바커의 구수한 맥아향...... 좋다.
맥도날드에 가서 버드와이저 한 병과 치즈버거를 먹었다.
공허해서 밀러 한 캔, 건강을 위해 벡스 한 잔
기네스는 올라오는 거품이 일품이다. 기네스는 색도 맛도 보약이다.
산책을 나와 볕이 너무 좋아 슈퍼 앞 야외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하이트캔 한잔......
수입맥주고 나발이고 맥주는 유통기한이 생명, 신선한 게 최고.
고양이 닮은 여자
내가 즐겨찾는 맥주 집에, 어느날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는 알바 여자가 새로왔다. 고양이형 얼굴에 매력적인 여자였다. 내가 그 여자를 보기 위해 그 곳을 자주 드나든 건 아니었지만 오해를 살 정도였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 여자랑 자주 속삭이던 알바 남자가 (내가 그 여자에게 쪽지를 남기고 간 후) 나를 왠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루는 일부러 마요네즈를 더 얻으러가며 그 여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는데, 멀리서 보는 것만 못했다. 나는 그날부터 어느정도 객관성을 찾았다. 그전까지는 사람들이 예쁜지 모르겠다고 평해도 예뻐보였지만, 이제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었다.
나는 그후로도 그 맥주 집을 가끔 찾았다. 그 여자에 대한 관심은 거의 끊고 있었다. 그 여자는 거기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고, 그만뒀던지 있지도 않았다.
2010년 새해의 어느 날, 나는 약간 취한 채로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우연히 보라색 코트를 입은 여자의 낯익은 시선을 마주쳤다. 맥주 집의 그 여자였다. 나는 순간 당황하여 반사적으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그 여자는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했다.
나는 못내 아쉬어서 족히 20분은 그 마주침에 대해 생각했다.
아 말이라도 걸어 볼 걸, 전화번호를 물어 볼 걸, 왜 그렇게 예뻐보였지, 왜 그냥 지나쳤을까..... 등등
나는 무엇인가 해봐야만 미련을 떨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곳에 돌아가보았지만 그녀는 도둑고양이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 같다. 그 근처에는 여관도, 술집도 많으니까.
나는 그녀의 표정을 상기했다. 그녀는 짧은 기다림 이라는 행복을 머금고 있었다.
마지막 맥주
저녁에 O형이랑 둘이서 신라농원이라는데 가서 하이트 한병 소주 두병에 갈비를 뜯었다. 석쇠에 구워서 엄청 맛있었다. 금방 타서 검게 탄 것도 많이 먹었다. 사람들은 암걸린다고 먹지 말라고 하지만 탄게 젤 맛있다.
2차로 와바에 가서 호가든 한 병씩 마시고, 와바생맥 한 잔씩 더했다. 와바 생맥주 잔이 예뻐서 가지고 싶었다. 우리는 내기를 했다. 잔 가격이 5000원 이상이면 내가 이기는 거고 이하면 지는 거다. 종업원이 팔진 않지만 삼천 얼마 정도 한다고 그랬다. 자기도 사고 싶었는데 파는게 아니라 못샀단다. 구라를 까요. 일하면서 그거 하나 못 구해? 나오면서 그 잔은 아니지만 와인잔처럼 생긴 레페 맥주잔 하나를 얻었다.
노래방에가서 기념으로 캔홍차를 그 잔에 따라마셨다.
밖에 나와서 건물 볼록에 앉아서 아사히 슈퍼드라이를 그 잔에 따라마셨다. 딱 한잔 가득하다.
난 맥주의 왕 강브리뉘스를 경배하며 건배를 건했다.
"강브리뉘스에게 경배를!"
O형이 맞받아쳤다.
"헛소리 하지말고"
속이 텁텁해서 무어라도 아가리에 쑤셔넣고 싶었다. 때마침 맥도날드 쿠폰 북이 있어서 불고기버거 플러스 원에 콜라 한 잔에 빨대 두개를 꼽아 마셨다. 우리 둘다 돈이 탁탁 털렸다. 새벽이었다.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만 첫잔을 잊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다. - 필립 들레름
첫댓글 저는 하이네켄을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맥주가 마시고 싶네요 ^_^
난 케이지비 보드카 레몬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