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완화” 12일만에 확진자 2배로 뛰었다
어제 826명… 1월 7일이후 최다
일상감염 번져 3차유행 때보다 심각
민노총 오늘 대규모집회 강행 방침
美CDC “델타 변이는 초전염성”
826명.
2일 0시 기준 국내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다. 올 1월 7일(869명) 이후 176일 만에 가장 많다. 당시는 ‘3차 유행’이 가장 심각한 때다. 지난달 20일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발표 때 신규 확진자는 400명대였는데 12일 만에 2배로 늘었다. 거리 두기 적용을 1주일 미룬 수도권에선 이날도 633명의 감염이 새로 확인됐다.
확진자 수와 증가 속도만 보면 3차 유행 초기와 비슷하지만 감염의 양상은 훨씬 심각하다. 요양병원 등 고위험시설 집단감염 없이 식당 술집 학원 등을 중심으로 일상 감염이 퍼지고 있다. 방역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실외 활동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확진자 상당수를 젊은층이 차지하는 이유다. 이들은 빨라야 8월 말에야 백신을 맞는다.
3차 유행 초기에 없던 변이 바이러스, 특히 전파력이 가장 센 인도발 ‘델타 변이’의 확산은 가장 큰 위협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2일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높은 전파력을 고려할 때 수도권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델타 변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1일(현지 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는 ‘초전염성(hypertransmissible)’ 바이러스”라고 했다. 전염성이 극도로 강하다는 뜻이다.
현 상황이라면 수도권은 새로운 거리 두기를 적용해도 3단계다. 지금처럼 사적 모임 인원은 4명까지만, 식당 술집 등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만 허용된다.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3일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다. 광화문광장, 여의도 등 서울 도심 97곳에 집회 개최를 신고하고, 1만 명 참가를 예고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일 민노총을 찾아 “도와 달라”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이어 김 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집회를 강행한다면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박효목 기자, 이은택 기자
수도권 델타 변이 확산속 지방으로 전파 가능성
[코로나19]신규 확진 826명, 1월 이후 최다
마포 선별진료소 북적 2일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마포구 주점에서 시작된 영어학원 관련 확진자가 이날 245명까지 늘어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다. 뉴스1
2일 국내 신규 확진자가 826명까지 늘어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인도발 ‘델타 변이’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확산 중인 가운데 비수도권으로 퍼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미 비수도권에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방역이 대폭 완화된 데다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과 유흥시설로 인파가 몰려 전국 확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4차 유행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 부산에 퍼진 수도권 감염… ‘델타 변이’ 가능성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서울 마포구 주점과 수도권 영어학원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이 부산으로 전파됐다고 밝혔다. 서울에 사는 A 씨는 지난달 19일 영어학원 강사들이 들렀던 마포구 S주점을 이용한 뒤 같은 달 26일 부산 부산진구의 G주점을 방문했다. 이후 G주점의 또 다른 이용자 2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들은 각각 대전과 부산 주민이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부산 G주점 관련 확진자들도 마포구 주점 확진자들처럼 델타 변이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은 젊은 층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20, 30대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278명으로 60대 이상(65명)보다 4배 이상으로 많았다. 젊은 환자는 중증 악화 비율이 고령자보다 낮아 전체 코로나19 사망자는 하루 3명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사회 활동이 많아 감염병 확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감성주점 등을 통한 감염과 전국 확산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흥시설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휴가와 방학, 주말을 맞아 젊은 층이 피서지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부산에서는 해운대를 비롯한 7개 해수욕장이 1일부터 전면 개장했다. 임시 개장 기간 마지막 주말인 지난달 26, 27일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은 이틀간 35만 명이 넘었다.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전후로 주한미군이 대규모로 해수욕장을 찾는 상황도 우려된다. 부산시는 해수욕장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5인 이상 집합 금지했다.
○ “젊은 층의 백신 우선 접종 필요”
상당수 전문가는 4차 유행이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3차 유행을 뛰어넘을 정도로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앞으로 2주가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만큼 현재 확진자 증가세는 가파르다. 지난달 21일 357명이었던 확진자가 이달 2일 826명으로 2.3배로 늘기까지 11일 걸렸다. 3차 유행 때는 지난해 11월 23일 271명이었던 확진자 수가 한 달여 만인 12월 25일 1240명으로 늘며 정점을 찍었다. 지금 증가세가 더 빠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산세를 꺾으려면 적어도 2주, 길게는 4주 정도 철저한 방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감염이 나오는 장소도 3차 유행 때보다 지금이 더 우려스럽다. 3차 유행 때는 서울 동부구치소(514명)와 경기 부천시 요양병원(163명) 등 주로 지역사회와 차단된 곳에서 대규모 확진이 발생했다. 반면 이번엔 서울 마포구 주점을 제외하곤 확진자가 100명이 넘는 진원지가 없다. 주점과 노래방, 어린이집, 헬스장 등 10∼20명 규모의 감염이 주를 이룬다. 생활공간 곳곳에 모세혈관처럼 감염원이 뻗어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방역지침을 대폭 수정하라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1차 접종자에 대한 ‘실외 노마스크’ 허용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감염 발생이 많은 20, 30대에게 먼저 백신을 접종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건희 기자, 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