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훗 둠키님 글인줄 알고 클릭하신 분들 꽤 되실껄요
하지만 간신히 멘탈 회복한 인섹터입니다.
월급 루팡 짓을 하고 싶어 간만에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1.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지금은 방학을 앞두고 굉장히 어수선한 시기죠. 진도는 진작에 다 나갔고요.
학생도 교사도 방학을 앞두고 맘이 들떠서는(교사도 들뜬다고요 ㅎㅎ) 수업이 잘 안되기에
각 학년부장선생님께서는 이벤트, 체험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하고
교과 교사가 여러가지 퀴즈나 게임 등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오전에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윷놀이 대회가 있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학급 내에서 여러 모둠을 나누어 진행을 하고 소소한 상품을 주는 거였는데요.
애들이 윷놀이 룰을 모릅니다.. ㅡㅡ;
제가 들어간 반은 26명 중에 단 한명도 몰라요...
아니 팩트로 다시 말씀드리자면 정확한 룰을 하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도개걸윷모 모양 아는 학생은 15명 정도.
윷이랑 모는 한번 더 하는거야 를 아는 학생은 10명 정도.
상대 말이랑 만나면 잡아먹고 한번더 할 수 있다는 거를 아는 학생은 8명 정도.
같은 편 말끼리 업을 수 있따는 거를 아는 학생은 4명 정도.
빽도 를 아는 학생은 1명도 없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만 15년 있다가 중학교에 온지가 얼마 안되서 엄청난 충격이었는데
다른 선생님들(중학교에 오래 계신) 충격은 하나도 없으신가봐요.
다들 요즘 애들이 윷놀이를 어떻게 알아~ 하면서 웃으시네요
오늘 저녁은 13살 먹은 딸래미랑 윷놀이 해봐야 겠어요...
참 자기 이름 한자로 우리 딸은 쓸줄 아는데 이것도 한반에 한명 있을까 말까네요
슬프다기 보다는 요즘은 이렇구나 정도를 오늘 깨닳았어요.
2. 원격 수업이 동시에 진행되다보니 어렵네요.
아직 익숙하지도 않고요. 진도 나갈때는 당연히 줌이나 EBS 온라인클래스를 이용하여 라이브 방송으로 쌍방향 통신을 했었어요.
근데 애들이 자기 카메라를 다 꺼요. 처음에는 그러면 이게 결석 아닌가 했는데 이건 학생들의 초상권(?) 하고 관련이 있는거라고 하면서 그 온라인 수업방에 들어와만 있으면 카메라를 꺼도 출석으로 인정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교육부 답변)
30명 중에 단 한명도 카메라를 안켜요. 그러니 쌍방향 수업이지만 저만 일방적으로 이야기 하는게 되더라고요
물론 카메라도 안켜도 마이크도 음소거고요. 질문을 시켜도 답변이 없어요.
수업 방에 입장만 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지 거실에서 티비를 보는지 알 방법이 없죠.
근데 질문 답변 안한다고 해서 이걸 결과 처리 할수도 없고 난감했었어요
요즘이야 성적처리가 다 끝나서 그냥 영상 수업을 녹화해서 올려버립니다. 쌍방향 수업 아니라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스트레스를 좀 덜받아요. 근데 이것도 안듣는 학생들이 있죠. 이럼 전화를 해서 수업 들으라고 재촉을 해야 하는데
이때 놀라운점!
요즘 애들은!!! "여보세요" 를 안합니다...
특히 모르는 번호로 오면 안받는 학생이 절반정도?
받아도 듣고만 있습니다. 제가 "OO야~ 나 ㅁㅁ중학교 인섹터 샘이야~ 대답좀 해봐~~" 라고 하면
"네"
라고 합니다. 올해 전화를 200통 넘게 한거 같은데 음....집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180통 정도는 저렇게 받은거 같아요.
아니 진짜라고요~
3. 제 전글에서 많은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멘탈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모르시는 분들은 굳이 안찾아보셔도 되요. 기분만 나뻐질 글이라서요 ㅠㅠ
어쨋든 그 이후로 그 사람한테(한때는 친한 동생이었던) 10번의 문자, 2번의 전화가 왔었네요.
전화는 안받았고 - 2번 전화온 이후에 바로 수신 차단 박음 -
문자는 10번정도 있다가 답장을 했어요
"당신과 연락하고 싶지 않습니다. 두번 다시 연락하지 마세요."
라고 답신했고 그 이후로는 연락이 안오네요.
제가 무엇보다 힘들었던건
내가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었구나 에서 오는 자괴감 이었던 것 같아요.
나름 교사 17년을 하면서 수 많은 제자들과 선생님들을 거쳐오며
그래도 나름 사람을 볼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한번에 무너지게 되서
멘탈이 바사삭 부서졌었죠.
올해는 다시 힘을 내봅니다. 힘내서 우리 가족들도 사랑하고 제자들도 아껴줄래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힘들 이유가 아닌 것 같아서요.
다시 한번 비스게 브로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며
둠키님스럽게 글을 마쳐봅니다.
모두에게 평화를 Rest in Pe .. 아 이게 아닌가
첫댓글 힘 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화문화는 확실히 바뀐거 같더라고요 ㅠㅠ
문화가 바껴서 그런걸까요? 그러고 보니 저도 집에 있을때 모르는 번호는 아예 안받아요. 가끔 받아도 스팸확률99에 환영하지않는사람 1퍼라.. 마지막 일은 크게 신경쓰지마세요. 사람 맘을 어케 알겠습니까ㅋㅋ 어짜피 작년일! 21년과 함께 날려보내시죠
둠키형님 글처럼 마음이 따뜻한 글이네요~~윷놀이는 충격이군여 ㅎ
글구 제목을 보니 소싯적 전해내려오던 전설같은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옛날 옛날 한옛날 아주 잘생기고 멋진 총각의 몸 속에 정자들이 살고있었다.
그들은 틈만나면 모여서 자신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식이 : 난 커서 장군이 될꺼야!!
정수 : 난 멋진 농구선수가 될꺼야!!
정준이 : 꿈들 크게 가져!!기왕이면 대통령 해야지!!
이때 갑자기 울리는 신호음~~삐뽀삐뽀 옆자리 정석이가 졸다가 갑자기 뛰쳐나간다!!
얘들아 나 먼저 나간다!!!야호!!!
앗.. 속았다.
ㄸㄸㅇ다!!
써놓고 보니 그동안 제가 제 새끼들에게 몹슬짓들을 많이 했네요...
못난 아비라서....미안하다!!!!!!!
ㅍㅎㅎㅎㅎㅎㅎㅎ 아 진짜!!
저는 마흔 둘 밖에 안됐는데 왜케 꼰대일까요. 2번 주제에서 아이들이 전화 받고 선생님인걸 파악한 뒤 인사를 안하는게 너무 이상하네요.
충격이네요 좋다나쁘다 맞다 아니다를 떠나 요즘은 이렇구나하는게 충격적이네요;;
여보세요를 안하면 네 라도 해야하는데 그것조차 안하고 듣고만 있는다고요? ㄷㄷ
1) 정말 진짜로 윷놀이 룰을 그렇게나 많이 모른다구요? 윷놀이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은근 충격입니다
윷놀이에 정말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제가 음... 나이 먹나보네요
하긴 저도 투호놀이 할줄 모르거든요 ㅎㅎㅎ
2)원격수업 얘기도 저에겐 또 충격이네요. 그러려니 요새 애들은 그러나보다 하고 넘어가야겠죠? 작년 우리 막내 원격수업할때는 애들이 서로 의견 내느라 선생님이 조율하느라 애쓰시던데 확실히 한국아이들이 좀 더 수줍음이 많나봐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선생님
3) 잘 하셨어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절대 하지 말았으면 하는게 자책입니다
사람을 믿는게 잘못도 아니고
그 사람이 개의아들인것도 Insector님 잘못은 절대 아니예요
그냥 그 사람의 그릇이 그만큼이고
귀한 사람의 인연의 소중함을 모르는 그 사람의 무지함이 잘못인거죠.
잘하셨어요 정말 잘하셨어요.
앞으로도 까마귀고기 드신것처럼 지워버리시길요. 그것만 하시면 됩니다
정말 잘하시고 계세요.
그리고 앞으로도 글 자주 부탁 드릴께요.
그러면에서 미리 감사드려요 ^^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와아~ 새로운 시대가 맞긴 하네요…
특히 1,2 번은 응??!!
이럴 정도로 깜짝 놀랐네요.
3번은 음 백분 이해 합니다.
저도 외국생활중 얼마 않되는
한인 사회에서 황당할 정도로
뒷통수 많이 맞았거든요.
뭐 이젠 그려려니 합니다.
인섹터 님 처럼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그리 없었나? 하는 자책도 해봤구요.
아! 그리고 두번 다시는 상종 하지
마세요. 나름 빌고 사과해서 다시 한번
그룹에 끼워 줬는데 여전하더군요.
그래서 단체로 차단을
왜 그러고 사는지… 쯧…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앗 어제 10살 짜리 큰아이랑 윷놀이 했는데 ㅋㅋㅋ 언제나 재미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욨ㅆ
어린 학생들 전통놀이는 스타겠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