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의 소식을 알리는 영화였습니다.
10년전(2014년), 우리나라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첫 파병을 할 때, 고맙게도 둘째 아들이 선뜻 자원하여 6개월간 복무하고 무사히 돌아왔던 일이 있었기에, 평상시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이 많았지요.
아프가니스탄은 오래 전부터 강대국들 간의 이해관계 충돌이 심하여 전쟁이 빈발했던 곳이고, 종교적 정체성이 강한 이슬람, 그 중에서도 특히 극단적이고 과격한 길을 걷는 탈레반들이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는 지역으로서, 혹시나 앞으로의 세계가 그곳을 기점으로 모종의 갈등과 위기를 겪게 되지는 않을까 늘 염려되는 곳입니다.
인류보편의 이상과 시대정신을 창출해 나가고, 세계평화와 공동선을 실현해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그런 과정에서 빚어지는 국력 손실은 만만치 않을 것이고, 개인의 희생 또한 적지 않은 것이라 언제나 안타깝고 슬프기만 합니다.
영화 속의 연설 두 대목을 전해 드립니다. 인상 깊었던 것이라 일일이 타자쳐 두었는데, 지금은 제목을 잊어버려 그 출처를 정확히 밝힐 수 없군요.
전투에 임하는 군인들의 뜻과 의지, 전투 이후 사람들에게 남겨진 상처와 흠집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니,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혀 보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남과 북이 하나 되기까지, 한중일 세 나라가 편협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부터 벗어나 EU처럼 진정으로 서로를 얼싸안게 되기까지, 그 과정 중에 커다란 희생을 치르게 되지는 않을까 하여 늘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급박하고 혼란스러운 동북아의 분위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지요.
일본과 중국의 지도자들 몸 속에서 지나치게 흐르는 듯한 '테스토스테론 testosteron'이 줄어들고 '옥시토신 oxytocin'이 늘어나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들의 거칠어 보이는 야심野心과 남성성男性性이 그들 내면의 선성善性과 여성성女性性, '아니마 Anima'에 의해 적절히 순치馴致, 순화淳和 되기를 빌어봅니다.
평화와 사랑을 전해주시는 큰 어른 말씀에도 이따금 귀기울이시며, 벗님, 행복하고 평화로운 날들 만드시길 빕니다.
2014.8.16(토) 별빛 김관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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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투입 전의 연대장 연설>
"아프가니스탄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탈레반을 찾아 다니는 대신, 놈들이 걸어 나오게 해야 한다.
대대 작전 지역 중, 최전선에 투입된 연대는 바로 여러분이란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나는 여러분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리라고 믿는다.
여러분들은 궁금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왜 이곳에 왔으며 왜 싸워야만 하는지, 우리가 하는 일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지탄을 받을 일인지.
우린 탈레반에게서 민심을 빼앗기 위해 공격할 것이다. 일단 민심을 확보하면 놈들에게는 놀 물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반군은 말라 죽을 것이다. 주민과의 긴밀한 협조는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주민이 우리를 신뢰해야 하고 우리도 주민을 신뢰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전투에 있어 프로라는 점이다. 한 번 움직일 땐 적을 끝장낸다는 목표와 공격성이 있어야 한다. 생각도 행동도 명쾌하게 해내야만 한다.
인간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살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에 달려있다. 4,50년이 지나 여러분의 손주들이 물어 볼 것이다. 그해 여름, 여러분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엇을 했는가를.
세상은 여러분이 이 곳에서 한 일을 기억할 것이다. 기필코 에코 연대는 역사를 바꿔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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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중 사망한 병사들을 위한 추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테리 로버츠입니다. 대대 군목이죠.
오늘 모인 것은 산화한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자문해 볼 수도 있고, 왜 어떤 이는 무사히 귀환하고 어떤 이는 그렇지 못했는지, 설명이 불가능한 답을 구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사엔 간혹 정답이 없을 때도 있으니까요. 뭐라 할 말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동료 해병을 잃고, 전우를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친구를 잃거나, 사촌, 조카, 삼촌을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남편을 잃은 사람, 아버지와 형제, 그리고 손자나 아들을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슬픔을 함께 나눕시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견뎌내야 할까요? 견뎌내야만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저는 베치 로스가 처음 만들었던 최초의 성조기를 품고 다녔습니다. 성조기에는 13개의 별로 이루어진 원과 13개의 줄이 있습니다. 이제 13개의 줄이 있는 그 깃발을 볼 때마다 저는 늘 13명의 산화한 영웅들을 생각할 겁니다. 영원히 깨지지 않는 원 안에 함께 한다고 믿기 때문이죠. 항상, 영원히 성조기와 함께 나부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군목, 테리 로버츠는 위의 연설을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울먹였고, 두어 번은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했습니다.
일찍 세상 떠난 분들이 애절하게 생각되며, 남겨진 유족들의 커다란 슬픔이 남의 것으로만 여겨지지 않는군요.
오늘날의 세계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세계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그들이 대단하게 여겨지지만, 한편으론 참으로 허망하고도 험한 것이 세상살이라고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