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커덩! 끼~~익!!!
잘 달리던 기차가 멈췄다.
뭐지? 왜?
털진드기!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녀석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내 안으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이 쬐끄만 녀석 때문에 평생 입원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나를 체험 실습을 하게 만든다.
하기야 커다란 댐도 작은 물구멍 때문에 무너진다고...ㅎㅎㅎ
둘레길에서 깨달지 못한 것을 이 하찮은 미물이 깨달게 해준다.
(이 정도면 원효의 해골 바가지 물과 견줄 수 있을까?ㅎㅎㅎ)
그래 쉬어가는 것이 필요하지...
때로는 그렇게 쉬어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난 너무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온 것은 아닐까?
물론 바라본다고 다 이룬 것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우리는
-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간만 못하니라.
- 칼을 뽑았으면 무우라도 배야지.
-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
등 등의 목표지향적인 사고나 행동을 무수히 강요 받았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를 세워 또 달리고...
그렇게 무한 반복...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난 너무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 느즈막이 이제야 깨닫나?ㅎㅎㅎ
지리산 깊숙이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금계에 도착했더니 비가 내린다.
주황색 옷을 입은 분이 전화 목소리가 이쁘다는 <사랑코트> 민박집 사장이다.ㅎ
얼굴을 확인하고 싶으면 나중에...ㅎㅎㅎ
아래 꽃같이 예쁘지는 않다.ㅎㅎㅎ
1. 비가 오는데도 걷는다.
2. 비가 오는데 굳이 걸을 필요가 있나?
3. 그냥 차로 간 걸로 하자.
몇가지 방안을 열심히 논의한 번개, 만행 회장이 "비가 오면 쉰다"로 결론을 내린다.
그래! 이게 목표지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둘레길을 걷는 의미이지...하며 미소를 짓는다.ㅎㅎ
그럼 뭐하지?
여기에 많이 와 봤다고 하는 홍 회장이 계획을 세워 기사에 가이드까지 봉사를 한다.
함양에 가서 점심을 먹고, 평소 잘 와보지 못하는 지리산 계곡을 한번 가보자!
먼저 함양으로 넘어가는 길에 민박집 사잔이 강력추천한 오도재 카페를 목표로 출발!
어떤 카페이기에 저리 강력하게 추천하지?
비가 내리는 지리산의 풍경이 참 멋지다.
산허리를 감싸는 낮은 구름이 마치 선계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여기는 이미 가을이 제대로 내려 앉았다.
이런 곳에서 인증샷은 기본.
어느 관광객 덕분에 나도 낑갈 수 있었다.ㅎㅎ
둘레길 걸으면서 등에 가방이 없는 모습이 좀 생소하다.ㅎㅎ
오도재 카페!
고개 마루에 어떻게 이런 시설을 허가해준 것인지 해당 지자체가 조금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한다.ㅎㅎ
커피 한 잔이 6,000원!
이 시골 산속에서 결코 가벼운 커피값은 아니다.
그래도 카페 분위기나 커피 맛은 좋았다.
더욱이 비가 내리는 날의 분위기는....
또래의 츠자(?)들이 있다면 딱 미팅하기 좋은 곳이다.ㅎㅎㅎ
근데 할배들만...
좀 모양이 빠지긴 하다.ㅎㅎ
비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보내고 함양으로 출발!
뜬금없이 이런 곳에 <지라산 제일문>이라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게 좀 쌩뚱맞긴 했지만...ㅎㅎ
함양읍내 들러 <상림>이라고 하는 곳을 들러봤다.
옛날에도 이런 숲이 있었나?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으면서 조성한 제방과 숲이란다.
거의 1,400여년의 세월동안 유지되어 온 것인데 예전에는 전혀 몰랐다.
비록 1,400여년 된 나무는 못봤지만....ㅎ
비가 내리는 상림을 가볍게 한바퀴 돌고 함양 <박서방 칼국수집>에서 칼국수 한그릇 먹고 복귀한다.
돌아오는 길에 숙소 바로 앞의 백운계곡, 칠선계곡 쪽에도 한 번 들러본다.
칠선계곡은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한국의 3대 계곡의 하나로 꼽힌다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그만한 감동은 못받았다.
칠선 계곡 저 안으로 들어가면 선녀탕, 옥녀탕이 있어 잘하면 선녀나 옥녀를 만날 수 있다는 데
그것이 조금 아쉽다.ㅎㅎ
우리가 칠선에 들지 못해서 못 만날 수도 있겠지만...ㅎㅎㅎ
혹시 이 다리를 건너면 칠선에 들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칠선에 못들더라도 칠선 + 삼선이면 십선(?) 안에는 낑갈 수 있을까?ㅎ
택도 없다.
둘레길을 다 돌았으면 그나마 모르겠으나 아직은 걷다 말아서 거기에 낑가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ㅎㅎ
자격 미달, 탈락!ㅎㅎㅎ
홍시나 하나 주워 먹고 빨리 빨리 포기하고 돌아가야겠다.ㅎㅎ
그런데 감도 하나 안 떨어져 준다.ㅎ
비로 인해 하루를 쉬면서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갖게 한 하루였다.
초반의 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었다.
홍 회장의 헌신이 돋보이는 하루였다.ㅎ
내일부터는 날씨가 좋아진다고 하니 마음을 다잡고 심호흡을 크게 다시 해본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좀 정신이 드는 모양이죠?
정말 뜻하지않게 진드기라니....
고생 하셨습니다!
쉬어가면 간것만큼 남는거니까~~~~
어하튼 절묘한 우중휴식이라 생각되더군요.
정말 걱정되서 전화한 것임을 밝힙니다!
ㅎㅎㅎㅎ
웃자고 쓴 글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실 줄은....
바로 삭제했습니다.ㅎㅎㅎ
주작가님이 걱정되어 전화하였음을 다시 한번 알리며,
퇴원하자마자 이런 멋진 글을 올려주시다니... 감동!!!.
함양에도 볼 거리가 많이 있어 좋았으나
술안주에 약간 속은 건...
털진드기도, 비 오는 둘레길도, 술안주(?)도 다 추억...
제가 쓸데없는 글을 써서 오해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웃자고 한 글이었는데...
뺏시유! 회장님!
맞다. 막걸리 냄새 안나는 막걸리에 엉뚱한 안주가 생각나네요.ㅎㅎㅎ
진드기에 한 대 맞고 났더니 기억력이...ㅎㅎ
오도재 갔으면 내려오는 길옆 변강쇠와 옹녀의 묘소도 들러서 막걸리 잔이라도 쳐 놓고 오시지.
혹시 아나요, 기를 받아서 녕감님들 둘레길 걸음에 중심추가 딱 잡힐런지^^
주작가 고생 많았네요. 투병하느라고 만행도 결근하시고. 빠른 회복 기원♡
옹녀가 있으면 뭐할건데요?
아무런 쓸데 없는 불량무기 밖에...ㅎㅎㅎ
우리고향 다녀오셨네요
몸은 이제 괜찮은가요?
안의까지는 못갔다니깐요.ㅎㅎ
이 나이에 한 번 데미지 입으면 원래대로 회복되는 것은 어려운 일일 듯...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