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저는 2007년 제51회 행정고등고시 일반행정 지역 모집에 최종합격하였습니다. 00학번이지만 ROTC로 군복무를 하였기 때문에 2006년 6월에 전역하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수험 경력도 짧고 실력도 일천하기 때문에 공부 방법에 대해서는 논할 입장이 못 됩니다. 공부 방법론에 대해서는 저보다 뛰어난 다른 분께서 언급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저와 같은 사례도 있다는 점을 보여드림으로써,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 고시에 입문하기까지
저는 어릴 적부터 막연히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행정고시라는 시험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이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대학 역시 고시 준비를 고려하여 행정 계열의 학과가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관련 계통 학과를 찾아서 진학을 하였습니다.
고시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는 것이 재학 중 합격일 것입니다. 또한 남자라면 군대 가기 전에 합격하여 장교로 군복무하는 것을 희망할 것입니다. 저 역시 입학 전에는 1학년 때부터 고시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스무살의 청년이 대학 생활이 주는 해방감을 떨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에는 군대 가기 전까지는 열심히 놀고, 전역 후 복학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자는 나름의 타협안을 내놓았습니다. 입대 날짜를 받고 기다리던 중 학군사관후보생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육사 진학을 고려했던 적도 있었기 때문에 장교로 복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고시 준비 측면에서는 군대를 다녀온 뒤 복학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향이고, 유리하기 때문에 망설여졌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학군 출신 중에도 간혹 합격자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름의 모험을 하게 됐습니다.
2004년, 입학한지 4년 만에 ‘꽉 채운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포병 장교로 임관하여 군복무를 시작하였습니다. 군복무 중에도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지만 막상 야전에 나가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공부도 신경쓰면서 업무도 빈틈없이 처리할 능력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군생활에만 전념하였습니다.
3. 전역과 시작된 수험생활
2006년 6월 30일, 꿈에 그리던 전역을 하였습니다. 전역 전 받은 휴가를 이용하여, 6월 하순경에 신림 2동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2년 4개월 동안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한 열망을 키워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의욕이 충만했습니다. 하지만 의욕에 비해서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다행히 이미 수험생활 중에 있던 동기들의 도움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제가 결심한 것 중 하나가 수험기간을 2년으로 한정하겠다는 다짐입니다. 다소 무리한 계획이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고시는 인생의 여러 선택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 준비가 장기화 되면 인생 전반이 피폐해진다는 생각입니다. 둘째, 부모님의 저에 대한 양육책임은 대학 졸업으로 끝났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가족으로서의 관계는 평생 계속되겠지만 ‘어린 자식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대학 졸업까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셋째, 자력으로 공부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이 2년이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군에서 봉급을 모아 저축한 돈으로 계산해보니 2년간 고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더 이상 학생 신분이 아니라는 신분상의 불안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나 제 또래의 수험생들은 이미 전역해서 2년 정도 공부를 한 상황이었지만, 저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저만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들과 공직 생활을 함께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수험기간을 최소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행여 ‘첫 번째 시험은 연습 삼아 본다’는 생각이 들까 스스로를 경계했습니다. 소중한 시험의 기회를 연습 삼아 볼 만큼의 시간도 돈도 저에게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습 삼아 본다는 마음가짐으로는 합격도 어려울 뿐더러, 얻는 것도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에 초시에 합격한다는 다소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한다면 비록 불합격할지라도 다음 시험에 있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상의 이유로 초시 합격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에게 2번의 기회만 남기고 나니 목표 의식이 더욱 뚜렸해졌습니다.
4. 시기별 수험생활
(1) 1순환 시기
1순환 시기에는 학원 강의와 동영상 강의를 활용했습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싶었기 때문에 하루 빨리 공부법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학은 대학 시절 경제학 원론을 들은 것 외에는 문외한일 뿐 아니라 본래 숫자를 싫어하는 성향으로 인하여 가장 걱정되던 과목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본강의를 수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절반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행정법과 행정학은 전공과목이었고, 정치학도 대학 때 수강한 과목이었지만 졸업한지 시일이 많이 지난 상태라 1순환 강의를 따라가기도 벅찼습니다. 그래도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묵묵히 공부했습니다.
(2) 2순환 시기
이 시기에는 혼자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기본서 및 수험서를 정독하였습니다. 그러나 집중력과 의지력이 부족한 제가 혼자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학원의 순환 강의 일정을 기준으로 삼고 공부할 생각이었지만 진도 맞추기가 어려웠습니다. 학원 실강의 가장 큰 강점이 ‘공부 분량에 대한 강제성 부여’라는 점을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또한 이 시기까지 영어 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자칫 시험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앞선 두 번의 토익에서 685점과 690점을 받았다가 12월이 돼서야 기준점이 넘은 토익 성적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공부를 위해서는 영어 점수의 빠른 획득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PSAT 준비
기출문제를 풀어보니 자료해석을 제외한 과목은 점수가 그럭저럭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료해석만 수험서를 구입하여 이론 및 문제풀이요령을 보강했습니다. 그리고 언어논리와 상황판단은 기출문제를 시간 재서 풀어보고 해설서를 구해 참고하는 형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PSAT에만 전념하기에는 2차 과목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험 직전 일주일을 제외하고는 2차 과목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4) 3순환 시기
PSAT 준비 기간조차 2차 공부를 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3순환 강의를 따라가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기본이 워낙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3순환에 가장 많은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힘을 얻었습니다. 3순환 시기에 실력이 가장 많이 향상되고, 역전도 일어난다는 말을 실현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당시 제 수준을 나타내는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거시경제학 모의고사 채점평 중에 ‘3순환 강의 듣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으니 기본강의 수강을 고려해 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호기있게 초시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2차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아예 ‘차년도 합격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기본부터 시작할까’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지만 갑자기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결국은 계속 3순환을 수강했고 오히려 투지를 불태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5) 4•5순환 시기
4순환 시기에는 모의고사반만 신청해서 모의고사를 풀고 해설을 참고하고 부족한 부분은 기본서를 찾아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저는 서브를 만들지도 않았고, 기본서 회독수도 적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찾는데 꽤 오랜 시간이 소비됐습니다. 시험이 다가오고 시간이 부족해지니 이 점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꼭 서브를 만들지는 않더라도 기본서는 많이 읽어두는 것이 정리할 때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기본서를 많이 읽어야 내공이 쌓인다’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실제 이 말을 체감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막연하게나마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 쯤 되니 학원에서 받은 자료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매 순환 마다 소화하지 못 해 이월된 자료까지 합치니 그 양이 엄청났습니다. ‘자료는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는 자료 정리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전체 자료를 속독하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나 읽어도 모를 것 같은 내용의 자료는 과감히 버렸습니다. 이해는 했지만 숙지가 덜 된 내용만 남겼습니다. 이 때 버리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습니다. 게다가 이해의 정도와는 무관하게 버리고 나면 왠지 많이 공부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꼈고, 정보의 홍수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줄었습니다.
(6) 2차 합격자 발표와 면접 준비 시기
2차 시험 이후 낙향하여 3개월 정도 푹 쉬었습니다. 그러다가 마냥 쉬는 것이 불안하여 10월 초에 다시 신림9동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음 시험을 위해 2차 공부를 하던 중, 다행히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곧 3차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였습니다. 3명 중에 1명이 탈락하게 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연락이 닿는 합격자 선배가 없었기 때문에 정보의 부재가 가장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하는 면접 설명회와 각 학원에서 하는 설명회에 모두 참석했습니다. 설명회에서는 면접 위원 및 합격자를 통해 최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으며, 각종 자료도 배포해주기 때문에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을 대비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스터디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면접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싶은 생각에, 아침과 저녁에 각각 하나씩의 스터디에 참여하였습니다. 면접 준비 2차 공부와는 달리 토론이나 발표 등 말을 계속 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았습니다. 오전 스터디를 마치고 방에 돌아오면 녹초가 됐기 때문에 낮잠을 잔 뒤에 다시 저녁 스터디에 나갔습니다. 면접일이 다가올 수록 체력이 소진되어 힘들었지만 바쁘게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불안감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5. 기타
(1) 공부 중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대응
대부분의 경우, 공부를 하다보면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한지 2년 이상이 지나서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공부도 오랜만에 하는 것이었고, 전공에 대한 지식도 많이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자연히 공부 중에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 많았고, 이로 인해 불안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 때 친구에게 상담을 요청하니, ‘지금 이해가 안 되도 나중에 가면 다 이해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한번에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이고, 다음 순환에서 한번 더 보면 이해될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게 되면 목표한 학습량도 다 채우지 못 할뿐더러 진도가 밀리면 다른 과목으로 전환할 때도 장애가 됩니다. 따라서 이렇게 생각하시기를 권장합니다.
첫째, ‘내가 모르는 것은 다른 사람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것을 다른 수험생이라고 어찌 다 알겠습니까? 또한 다른 사람이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 가면 다 알게 된다.’ 실제로 순환이 거듭될 수록 이해되지 않았던 공백 영역이 상당 부분 채워집니다. 그러니 미리 고민할 필요없이 모르면 과감하게 넘기시기 바랍니다.
셋째, ‘끝까지 모르더라도 시험 답안은 쓸 수 있다.’ 실제 시험에서 내가 아는 문제만 나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분명 모르는 문제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모르는 문제가 나온다고 답안을 못 쓰거나 불합격하는 것도 아닙니다. 모르는 문제도 ‘아는 척’ 하고 쓸 수 있는 요령이 필요할 것이며, 내가 아는 지식을 활용해서 최대한 ‘근접한 답안’을 쓸 수 있어야 하며, 설사 엉뚱한 내용을 썼더라도 도출 과정에 ‘논리적 일관성’이 있다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모든 걸 알고 시험장에 들어가야겠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2) 합격에 대한 불안감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대부분은 학창 시절 ‘한 공부’했던 인재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강의, 비슷한 교재, 비슷한 환경의 독서실, 비슷한 주거 환경 하에서 공부를 합니다. 또한 수험생은 다수이고 합격 정원은 이보다 훨씬 적습니다. 이 정도까지 생각하면 ‘과연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합격을 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주 좋거나, 운이 매우 좋거나,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간혹 어린 나이에, 짧은 수험 기간 내에, 높은 점수로 합격하는 ‘천재’가 있습니다. 또는 실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여 몇 개 찍어서 외웠는데 그게 전부 시험에 출제되는 ‘천운’의 소유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머리 좋거나 운이 좋은 사람은 본받는다고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평범한 사람들이 노릴 틈은 ‘노력’ 뿐입니다.
‘고시 공부하는 사람 중에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정말 노력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독서실에 가서 착석률을 잘 살펴보십시오. 평일에도 별로 높지 않지만, 토요일에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일요일에는 0에 가깝습니다. 고시생에 가장 많이 산다는 고시촌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만화방, 피씨방, 오락실, 당구장 등이 성업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 경쟁자는 크게 줄어듭니다. 천재도 아니고 천운이 따르지 않더라도 상식선의 노력만 꾸준히 한다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3) 체력 관리
체력 유지를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적이지만 고시생에게는 시간 확보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방문틀에 철봉을 설치해서 수시로 턱걸이를 했습니다. 운동할 시간이 없을 때 단일 동작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동이 턱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소 걷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 원룸은 신림 2동이었지만 독서실은 9동으로 잡았습니다. 식사 후에는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산책을 하곤 했습니다. 또한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아침 국군도수체조-제가 아는 유일한 체조-를 했습니다. 꼭 정식 체조 동작이 아니더라도 아침 체조는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잠도 깨고 밤새 굳은 몸을 풀어준다는 면 외에도 순기능이 참 많습니다. 이제는 버릇이 돼서 지금도 거의 매일 아침 체조를 하고 있습니다.
(4) 종교 생활
‘고시생이 되면 누구나 신앙인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수험생활을 계기로 종교 생활을 시작하는 수험생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애초에 가톨릭 신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삼성산 성당으로 미사를 다녔습니다. 또 마침 기회가 닿아 견진 성사 역시 이곳에서 받게 됐습니다. 신앙을 갖게 되면 여러 면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종교가 없었는데, 수험 생활이 힘들어서 또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합격 기원 등의 이유로 일부러 종교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한 효과는 굳이 종교를 갖지 않더라도 취할 수 있습니다. 신앙은 인생 전반의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는 근본적인 선택입니다. 수험생활을 계기로 신앙심이 생겨서 종교를 갖는 것은 좋지만, 단순히 수험을 목적으로 종교를 택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5) 이성 교제
고시 공부를 하면 외롭기도 하고 동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친구가 있을 수 있지만 동성 친구가 채워주지 못 하는 충만감을 받고 싶어 합니다. 게다가 신림동에는 예쁜 분들이 참 많습니다. 현재로도 예쁜 분들도 많고, 지금은 수수하지만 조금만 꾸미면 엄청 예뻐질 것 같은 예감의 분들도 많습니다. 이와 비례해서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단순히 이성 교제가 좋다 나쁘다 하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은 서로 승수효과를 주는 교제가 많지만, 공멸의 길로 돌진하는 교제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교제 전에 그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는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안전지향적 선택은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안정적인 교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이 편이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6) 스트레스 해소
고시생의 가장 큰 적 하나가 스트레스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학습의욕이 저하되고 심한 경우 수험 생활의 중도 포기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심해지기 전에 적절한 해소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도 음주, 등산, 인형 뽑기 등의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만 그 중에서 추천하는 방법은 오락실에 있는 ‘동전 노래방’입니다. 속이 답답하거나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천원 정도면 충분히 스트레스를 풀 수 있습니다. 저는 ‘거위의 꿈’이나 ‘그 땐 그랬지’, ‘정상을 향한 독주2’ 등 왠지 고시생의 고뇌와 닮은 듯한 노래를 많이 불렀습니다. 이런 노래들은 학습 의욕을 고취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7) 주말의 활용
주말의 활용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일요일도 쉬지 않고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주5일제로 공부하는 수험생도 있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푹 쉬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집에서 쉬면서 관악산 등산을 하거나, 밀린 청소나 빨래도 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주중에 놓친 TV프로그램 등을 시청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저녁 쯤에는 독서실에 나가서 다만 1시간이라도 월요일에 공부할 부분을 훑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일요일에 책을 전혀 안 보면 월요일에 책이 잘 읽히지 않습니다. 일종의 워밍업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합니다.
(8) 학습보조기구
고시생 중에서도 집중력 학습기를 사용하는 분이 꽤 있습니다. 집중력 학습기의 경우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 적절히 활용하면서 나름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밤에 숙면을 취하고, 식사 후 춘곤증으로 극복하고, 공부할 때 집중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기계에 의존하는 느낌’이 싫어서 꺼리는 경우라면, 의존이 아니라 ‘활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공부는 자신이 하는 것이고 기계는 보조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왼손은 거들 뿐’입니다.
(9) 시험장에서의 마음가짐
전에 읽었던 합격수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한 과목이 끝난 뒤 답안을 잘 못 썼다는 생각에 낙심하여 중도 포기할 생각까지 했지만 성적이라도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시험을 완주하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분은 그 해 합격하셨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서 답안을 끝까지 써서 제출했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채점 교수님의 관점은 꽤나 차이가 있습니다. 과락을 우려했던 과목에서 고득점이 나오고, 자신했던 과목에서 낮은 점수가 나오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가 나왔든, 잘 아는 문제인데 실수를 했든 이에 구애받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굳은 심지가 필요합니다.
6. 맺음말
저는 실력도 없으면서 단지 운이 좋아서 합격하였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한 것이라고는 ‘고시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한 점’, ‘나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 ‘합격에 대한 믿음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은 것’ 뿐입니다.
수험 생활은 불확실한 것들의 연속이고, 고시생이란 신분 역시 매우 불안한 지위입니다.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불확실한 것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믿어야 합니다. 저는 ‘내가 합격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다. 문제는 합격의 시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나에게 무한의 신뢰를 보내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에 대해서 자신감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록 시험이 끝난 뒤 알게 됐지만, ‘더 시크릿’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의 중요성을 굉장히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꼭 찾아서 시청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수험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제야 말할 수 있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합격수기를 미리 써두었습니다. 행시사랑카페를 통해서 여러 합격생들의 수기를 읽고, 그 중에서도 수험기간이 짧은 분의 수기를 출력해서 수시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빨리 합격할 수 있었을까를 분석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가상의 합격수기를 써보았습니다. 쓰고 나니 픽션이긴 해도 나름 그럴듯한 합격수기가 됐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에 맞추어서 생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합격자 발표 이후 읽어보니 100% 실천하지는 못 했습니다. 그러나 합격자인 척 수기를 쓰고 그 모습을 따라가려고 노력한 것이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부족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도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수기 감사해요 잘읽었습니다 ^^
축하드려요..
축하드립니다! 수기 감사~^^
히야~ 수기 참 좋네요.. 감사^^
잘읽었습니다^^
역시 장교 출신이시라 정신력이 남다르시네요.^^
ㅋㅋ 누구신지 알겠어요~ J선배님이시군요~ 합격수기 멋있어요~ ^^
축하드려요~~~ 감사^^
합격수기 감사합니다~^^
캬~ 1년만에 합격하셨군요.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멋지십니다!
면접스터디 까페에서처럼 쓰고 싶네요~ 윗글 00씨에 한표! ㅋㅋ
앗! H양이시죠? ㅎ
H양?? 아~ ㅋㅋㅋㅋ. 윗글 ㅈ씨에 한표 ㅋㅋ 스터디 첫날 생각나요. ^^
퍼가서 두고두고 보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왼손은 거들뿐...ㅋㅋㅋ
멋집니다.
글 멋있네요^^
진심으로 멋지십니다 저도 꼭 합격하겠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