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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 된 반가의 음식 교과서, 음식디미방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 대장금은 의녀로 나왔지 요리를 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의외로 대장금을 궁중요리의 대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요리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4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무슨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식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조리를 했을까? 그 오랜 손맛은 어떤 방식으로 전수가 되었을까 ? 그런 궁금증을 안고 서울서 4시간이 훌쩍 넘는 영양 두들마을을 찾았다.
350년 전 반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재령이씨 종택 대대로 이어온 '음식디미방'이라는 요리책 때문이다. 종부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한글로 기재된 것이 특징이며 146가지의 음식에 대한 비법과 음식보관법, 조리기구까지 생생하게 담고 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이어서 이 책에 쓰여진 대로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하면 조선중기의 음식을 맛보게 되는 셈이다.
거기다 술 빚는 법, 식초담그기 등 과학적이고 지혜로운 조리방식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제철아인 채소는 땅을 파서 저장하거나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소외양간 바닥에서 채소를 가꾸는 법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곳의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때우는 것이 아니었다. 접빈은 손님에 대한 최상의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맨드라미 꽃물을 들이거나 석이 ,표고버섯을 양념에 싸 중탕을 해 내 오는 음식이 나온다든지 별거아닌 요리 같지만 종부가 들려주는 조리법 얘기를 듣노라면 젓가락을 대기 미안할 정도로 정성을 쏟아 부었다. 파리나 뉴욕에 가면 두서너 달전에 예약을 해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럿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식당 하나쯤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육지의 섬 영양을 찾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인 장씨로 통하는 장계향 할머니가 바로 동북아 최고의 음식비결서인 음식디미방을 저술한 분이시다. 디미는 "지미(知味)' 한글식 표현으로 음식맛을 하는 법이다. 350년전 선조의 입맛을 통해 진정한 맛을 알 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영양의 특산물인 고추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양군에 입장에서는 무척 서운할게다. 고추는 임란 이후에 들어왔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대신 산초, 후추, 마늘, 파로 풍미를 느끼게 했다. 소는 농경에 중요한 동물이기에 소고기는 사용하지 않고 주로 꿩이나 개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고개를 넘으면 바닷가 영덕이기에 대구, 오징어, 조개 등 해산물 요리도 등장한다.
정부인 장씨 유적비
석계종택 13대 종부인 조귀분님 13대 할머니의 요리서로 오늘날 재현을 했다. 종가 대대로 이런 역사성을 가진 음식이 또 있을까? 역시 경상도 반가의 종부답게 차분하게 음식을 소개해준다.
영양의 음식디미방회원들이 이 음식을 재현하고 또 전수하고 있어 앞으로 후대인들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모놀의 은마래님도 디미방 회원이니 나중에 요리 한번 부탁해야 겠다.
음식디미방 체험관 건물. 7칸 한옥 건물로 튼실하게 지어졌다.
체험관에서 바라본 석계마을 전경
음식디미방 현판
전채로 단호박죽이 나온다. 부드러운 죽으로 속을 다스리고 첫 번째 요리인 잡채를 받는다. 잡채 하면 당면이 떠오르는데 이 당시만해도 당면이 없을 때다. 하긴 雜菜 (잡채)의 원뜻은 '채소를 섞다'란 의미가 아닌가. 핑크빛 야채는 동아누루미를 맨드라미꽃에 절여 만든 것이며, 초록은 일월산 산나물 어수리다. 고사리, 콩나무, 도라지에다 꿩을 먹게 좋게 늘여 뜨렸다. 여기다 깊은 맛의 육수를 넣고 버무리는데 육수는 꿩고기 육수에 밀가루 된장을 풀고 산초, 후추가루를 넣고 그 즙을 끊여 만든 것으로 원기보강에 좋다고 한다. 산초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자극적이지 않고 눈맛, 식감을 살린 음식이다.
눈맛을 살리기 위해서 비결서는 도라지꽃과 머루에 물을 들이라고 적혀 있다.장씨부인은 미적인 감각을 엿보게 된다.
대구껍질누루미다. 대구껍질 석이버섯, 표고 버섯, 꿩고기 등을 잘게 다져넣고 물을 삶아 꿩고기 즙을 내어 누루미를 만든다. 대구껍질과 꿩고기 육수까지 재활용하는 센스
4인상에 4개가 나와 싸울 이유가 없는데 난 제일 마지막에 젓가락을 들었기에 특별히 쪽파에 싸서 먹었지. 전통 간장에 적셔 먹는데 꿩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지 몰랐다. 담백하고 뒤끝이 깔끔한데 아마 대구의 살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디미방요리는 누루미가 많은데 밀가루를 입혀 눌러 만든 적으로 보면 된다.
누에처럼 생긴 이 음식은 어만두다. 방어살을 앏게 잘라 만두피를 만들고 석이 버섯, 표고버섯, 꿩고기, 잣을 소로 사용하며 녹두가루를 묻힌 다음 찐 것이 어만두다. 비록 한입에 쏙 들어가도 손이 엄청 가는 요리다.
아래부터 섭산삼, 전화법, 빈자병~ 섭산삼은 생더덕을 두드려 면보로 물기를 짜낸두 찹쌀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겨 꿀어 재어 낸다. 전화법은 진달레 꽃잎을 찹쌀가루와 메밀가루를 묻혀 반죽해 기름에 지진 후 꿀을 얹는다. 빈자병은 녹두를 갈아 반죽을 만들고 껍질벗긴 판을 꿀에 반죽하여 소를 얹은뒤 다시 녹두 간 것을 덮어 노릇하게 지진다.
수증계다. 닭고기를 오이, 파, 등 야채와 게란 고명을 얹어 만들었다. 토란은 알러지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야채와 버무려서 그런지 식감이 좋다.
가제육. 집에서 키운 돼지고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돼지고기를 두껍게 썰어 밀가루를 묻힌 다음 기름에 지져낸다. 느끼한 되지고기에 감국꽃을 놓아 화사하게 느껴진다. 하나로는 부족한데
연근과 같이 먹으면 굿
동아누루미. 동아를 앏게 썰어 소금에 절여서 무화채를 삶아 석이 버섯, 표고버섯을 잘게 다져 후추가루로 양념한 다음, 저며 두었던 동이를 싼 뒤 중탕해서 익힌 후 밀가루와 꿩고기즙을 섞은 소스를 얹는다. 듣기만 해도 손이 많이 가네
이번 맛기행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식재료가 동아다. 흥부의 박처럼 두들마을의 보물이다.
마지막 요리는 연계찜. 연한 닭고기 찜이다. 닭찜에 된장과 생강, 부추를 넣어 색다른 맛을 자랑한다. 안동찜닭의 원류가 아닐까 싶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코스 요리는 끝났고 마지막으로 백반. 간고등어, 문어, 삼색나물, 생선보푸라기등 맛과 색까지 고려했다. 공기좋은 일월산자락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된장찌개는 최고의 웰빙식이다.
특히 나물에 생콩가루를 듬뿍 넣은 것이 특징인데 질리지 않고 고소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먹었어도 위에 부담이 없어 좋다. 나처럼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식단
후식은 석이편과 매실차. 석이편은 멥쌀과 찹쌀을 석어 가루를 만들고 석이버섯을 골고루 섞어 넣은 뒤 잣을 넣고 떡을 쪄낸다. 달지 않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
두둘마을은 석게 이시명 선생과그 후손 재령이씨들의 집성촌이다. 두둘은 언덕위의 들이란 뜻으로 석계고택, 석천서당, 광산무화연구소, 유우당 등 고택, 고가 문화재가 모여 있다. 고택체험도 가능
북카페 두들 책사랑. 장서가 소장되어 있으며 벤치에 앉아 책읽기 좋다. 이문열은 그의 소설<선택>, <금시조>, <황제를 위하여> 등 작품속 인물들의 인생 역정을 이 마을에서 찾았다.
석천서당. 석계 이시명 선생이 두들마을에 머물면서 초당을 지어 유생과 아들을 가르쳤던 곳.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산세가 그만이다.
마루와 문살
유우당. 항일시인 이병각의 집. 초석은 거북상
외씨버선길. 남이포 절벽을 따라 산을 휘감아 돈다.
외씨버선길
벼랑따라 가면 서석지가 나온다.
외씨버선길
남이포. 바위가 항공모함처럼 보인다.
서석지. 보길도의 부용원, 담양의 소쇄원과 더불어 한국의 3대 정원으로 손꼽힌다.
서석. 기이한 바위가 있는연못, 이곳에서 달새님의 해설을 들었다.
버스 정류장. 영양의 상징인 고추와 반딧불이
반변천변
국보인 봉감모전 오층석탑
고매한 도도한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며 먹었던 음식의 재로는 영양의 산과 들녁에서 찾았다. 350년 푹 삭힌 영양의 풍미를 한번 쯤은 맛봐야 인생이 억울하지 않을게다.
육지의 섬 영양을 한번쯤을 다시 찾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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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식디미방에 대한 설명 자세하게 감사합니다.......우리나라 음식 자체가 다~~그렇지만, 디미방에 나오는 음식들은 정말 손이 많이 가지요....
감사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음식소개까지 ... 좌우지간 눈으로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정말 정갈하고 맛갈스럽고 꼭! 가봐야겠습니다...입에서 살살 녹았지요? 대장님!
음식서 디미방에 대해서는 tv에서 모놀 은마래님 통해 조금 알고 있었지만 정말 정성이 듬뿍 담겨있네요.
음식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 될 것 같아요.
영월이란 고장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대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영양이랍니다....ㅎㅎㅎㅎ//보통 영양이라하며 양양이라고 말씀을 많이 하시고, 그 다음으로 영월이라고 말씀을 많이 하시지요...ㅎㅎㅎ
육지의 섬..영양~~~늘 그리운 곳입니다. 안 그래도 이번주에 갈 기회가 있는데,,좋은 정보입니다. 음식민 찾아 다녀도 좋은 여행거리가 되겠군요. 수고하셨어요.^*^
이 시골까지 오실 기회가 있다니...........디미방은 예약 필수랍니다...10인이상....
반가의 음식 하나하나 정갈하네요~
우와~~ 이게 바로 전통의 반가 음식이로군요.
이렇게 계승하는 분이 계시니 참 고마운 일.
대장님 사진으로 재 탄생하니 더 품위 있어 보여요. 눈 호사 제대로 했어요.
앉아서 가본듯합니다. 한번쯤 찾아야할듯 합니다.. 영양에 그런곳이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고맙습니다.
한번 가 보고싶고..가 볼만한 곳이군요.감사합니다.
10명 이상은 힘들고 혼자라도 가고 싶은 곳이라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누군가 예약하면 불러 주세요.
혼자간다는게 쉽지않을듯 하네요 여기 갈수있는 답사기회를 만들어 주신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우우ㅏ~ 품격이 느껴집니다. 반가의 음식 한상 만들어 보고 싶어지네요.
깔끔하고 맛있어 보이고 주변도 둘러 보고 싶네요...정말 감사합니다..
진작 해설가로 날 보내 달라고 했음 하루종일 같이 움직였을 텐데. 아쉬운 날이였지요. 그래도 서석지와 봉감은 함께해서 반가웠다네
모놀에서 답사를 갈수 있는 곳이 하나 더 생겼네요~~
달새님을 통해서 서석지를 알게 되었지만..맛나고 정갈한 음식까지 맛볼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정말 침고이네요 꼭 가야 할 곳 이네요 지기님 정말 고맙습니다
10명이상 단체만 가능하다고라고라요? 눈으로만 즐길수 밖에 없네요. 4인상이 기본인데....
우와~~ 정말 가보고 싶고 맛보고 싶네요.... 자세한 내용 정말 감사합니다.^^
적어도 차량2대는 움직여야 하겠네요.가보고 싶어요 .......
멋지군요.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음식도 먹어보고 영양 구경도 하고... 덕분에 생생한 구경 잘 했습니다.
정말 덕분에 잘 봤습니다. 꼭 한번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