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태양이 떠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슬이 소리 없이 스러져야 할까?” 조조의 시를 보노라면, 그의 다정다감한 감성에 놀란다. 조조(曹操, 155-220)는 걸출한 정치가이자 중국역사상 뛰어난 시인이었다. 그는 시와 음악을 좋아하고 서예에도 뛰어났다. 당대(唐代)의 시인 장설(張說)은 <업도인(邺都人)>시에서 조조를 일러, "낮에는 장수들과 함께 견고한 적진을 무너뜨리고, 밤에는 문인들과 함께 화려한 저택에서 시를 지었다."고 하였다.
그의 집정 시기에는 문학이 크게 흥성하여 건안문학(建安文學)이라는 독특한 시대를 열었는데, 조조와 그의 두 아들 조비(曹丕)·조식(曹植)을 비롯하여 그의 휘하에 있던 공융(孔融)·진림(陳琳)·왕찬(王粲)·서간(徐幹)·완우(阮瑀)·응창(應玚)·유정(劉楨) 등 이른 바 건안칠자(建安七子)를 중심으로 문단을 새롭게 수놓았다. 현존하는 조조의 시는 20여수이며 모두 악부시(樂府詩)이다.
그는 처음으로 악부체를 빌어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읊음으로써 중국 문학사상 오언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문학창작이 시작되었다. 조조의 작품은 짙은 서정이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해로행(薤露行)>과 <호리행(蒿里行)>에서는 만가(挽歌)의 형식을 빌어 전란과 민생의 질고를 반영하였고, <고한행(苦寒行)>과 <거동서문행(去東西門行)>에서는 동한말의 군대생활의 고통을 반영하였으며, <단가행(短歌行)>과 <귀수수(龜雖壽)>에서는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웅대한 포부와 진취적인 기상을 표현하였다.
이외에도 <대주(對酒)>와 <도관산(度關山)>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표현하였고, <관창해(觀滄海)>에서는 넓고 장엄한 창해의 풍경 묘사 속에 자신의 흉금을 기탁하였다. 그의 시는 내용이 풍부하고 풍격은 처량하고 비장하며, 당시의 시대정신이 집중적으로 나타나있다. 그의 시는 건안문학의 독특한 시풍을 개척하였을 뿐만 아니라 후세의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유희재(劉熙載)는 조조의 시를 일러, "기세가 웅장하고 힘이 넘쳐 모든 것을 뒤덮을 수 있으니, 건안시인들 중에서 그와 필적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평가하였다. 조조의 산문은 <양현자명본지령(讓縣自明本志令)>이 대표작인데, 여기에서 그는 성숙한 정치가의 노련하고 용의주도한 계획을 표현하였다. 호방하면서도 자유로운 그의 문장은 위진남북조시기의 문풍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노신은 조조를 일러 "문장 개혁의 선구자"라 평했다.
조조는 사언시(四言詩) 창작에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시경>이 나온 후 천여 년이 지난 동한(東漢) 말기에 사언시는 이미 굳어져 생기를 잃었지만 조조의 손을 거치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조시(組詩) <보출하문행(步出夏門行)>의 <관창해(觀滄海)>, <귀수수(龜雖壽)>, <단가행(短歌行)> 등이 있다. 이중에서 특히 <관창해>와 <귀수수>가 사상, 예술면에서 뛰어나다.
東臨碣石 以觀滄海(동림갈석 이관창해) 동쪽 갈석산에 올라 푸른 바다 바라보니
水何澹澹 山島竦峙(수하담담 산도송치) 강물은 출렁이고 산과 섬이 우뚝솟아있네.
樹木叢生 百草豐茂(수목총생 백초풍무) 수목이 울창하고 온갖 풀들은 무성하고
秋風蕭瑟 洪波涌起(추풍소슬 홍파용기) 가을바람 소슬한데 큰 물결이 솟구치네.
日月之行 若出其中(일월지행 약출기중) 갈마드는 해와 달이 그 속에서 나오는 듯
星漢燦爛 若出其裡(성한찬란 약출기리) 반짝이는 별과 은하 그 속에서 나오는 듯
幸甚至哉 歌以詠志(행심지재 가이영지) 다행히 내가 보아 그 뜻을 노래하노라.
-<관창해>
이 시는 건안 12년(207년) 조조가 북으로 오환을 치러 가는 중 갈석산碣石山)을 지날 때 산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면서 쓴 4언시이다. 중국고전의 서경시 중 비교적 일찍 출현한 명작이다. 이 시는 시인의 투지와 세상사를 근심하는 측은한 심정을 한데 몰 부어 호기롭고 시원한 풍격을 이루고 있다.
神龜雖壽(신귀수수) 신령한 거북이 비록 오래 산다 해도
猶有竟時(유유경시) 반드시 죽는 날이 있고
騰蛇乘霧(등사승무) 하늘에 오른 이무기 안개위에 있어도
終爲土灰(종위토회) 끝내는 흙먼지로 돌아간다
老驥伏櫪(노기복력) 늙은 준마가 구유에 엎드려 있어도
志在千里(지재천리) 천리를 달릴 뜻이 있고
烈士暮年(열사모년) 열사의 몸은 늙어도
壯心不已(장심불이) 그 웅장한 포부는 사라지지 않는구나
盈縮之期(영축지기) 수명의 길고 짧음이
不但在天(부단재천) 하늘에만 달려있는 것은 아닐지니
養怡之福(양이지복) 기뻐하는 마음을 길러 얻은 복으로
可得永年(가득영년) 긴 수명을 얻을 수 있다네
幸甚至哉(행심지재) 매우 행복하구나
歌以咏志(가이영지) 시가(詩歌)로서 그 뜻을 읊을 수 있으니
-<귀수수>
이 시에서는 인간의 장수, 요절과 화복, 성패란 하늘이 정해놓은 운명이 아닌 만큼 그 때문에 근심할 것 없다고 언명하고 있다. 이 시에서 '나이 많은 천리마 마판에서도 그 뜻 천리에 두고 있노니, 장렬한 지사는 만년이라도 씩씩한 그 마음 식을 리 있으랴'고 노래하는데 시인의 적극적인 생활태도가 나타나 있다.
조조는 지령을 위주로 하는 간결하고도 엄명한 산문이 있다. <구현령 (求賢令)>, <술지령(述志令)>, <억겸병령(抑兼幷令)> 등 같은 문장이 그 예이다. 또한 손자병법에 주석을 달기도 했다. 조조는 서문을 이렇게 썼다. “천하를 안정시키기 위해 전쟁을 한다. 전쟁은 이겨야 하며 이기기 위해서는 잔인해야 하고 어떤 술수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냉철해야 한다.” 즉 전쟁은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