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
중국의 4대미인 왕소군을 떠올리게 하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오늘의 날씨는 바로 그것이었다. 북녘에 눈이 왔다더니 눈보라의 영향이 예까지 도달했나 보다. 서둘러 핀 담장아래 매화는 어찌 되었을거나.
그래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고 하였으니, 지난해 거두어둔 작은 꽃씨라도 챙겨두고 때를 기다려야겠다.
낮엔 코끝이 쌩한 추운 날씨에도 하릴없이 발걸음을 옮겨놓다 방황하던 초등학생처럼, 도리없이 회색 콘크리트 속을 향하여 걸었다.
하늘엔 갖난애 덜자란 새끼손톱 만큼이나 작은 그믐달이 저녁노을을 삼켜버린 검은 구름사이로 빼꼼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젠 바람도 잦아들어 나뭇잎 떨림의 가벼움이 기름기 마른 나의 콧등을 스쳐간다.
마음은 무리에서 뛰어나와 갸날픈 임팔라를 뒤쫒다 끝내는 놓쳐버린 늙은 숫사자처럼 공허함에 휩쌓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걸음은 보폭이 무디어졌다.
그리고 공연(空然)한듯 얼굴을 펴고 가족이란 검색대를 거친 후, 다락방으로 올라와 한참동안 방안을 서성이다 무기력한 마음으로 자리에 벌렁 누웠다.
봄을 타는 것일까? 그러기엔 아직은 햇살의 강도가 멀었다. 그나마 아직은 남은 삶이 존재한다. 존재는 상상에 우선한다.
조금은 혼란스런 생각이 마술램프에 빨려드는 알라딘의 형체처럼 갇혀들때, 문득 방구석에 쌓아둔 긴 제목의 책들이 서둘러 시야에 들어왔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바람이 불면 나는 울고 싶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生而不有(없는 듯이 살아라)
有若無(유약무) 실약허(實若虛) 犯而不校(범이불교)"
(있어도 없는 듯하고, 가득차도 텅빈 듯하며, 건드려도 전혀 맞서지 않는다.)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말이다.
옳다! 이것이 답이려니...
나더러 마음에 담으라고 하는 선각자의 말씀이었구나!
부질없는 내 삶의 조각들...
내가 종교를 초월하여 믿는 건 우주의 창조와 빅뱅이다.
그렇듯 우주는 없는 듯, 가장 크게 존재한다.
어느새 마음은 우주에 다가선다.
노자는 우리에게 말한다.
"꼴찌가 되어라.
없는 듯이 살아라.
무명인으로 살아라.
경쟁하지도 말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려고도 하지 말아라!
그럴 필요가 없다.
쓸모없는 사람으로 살며 이를 즐겨라.
진정한 삶은 즐기고 찬미하는 것이지 실용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삶은 시장의 상품 같은 것 이라기보다는 시와 같은 것이다.
삶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춤이 되어야 한다.
바람에 향기를 날리는 길가의 꽃이 되어야 한다.
아무런 대상 없이 스스로 존재하고 스스로 즐기는 꽃이 되어야 한다."
노자의 길은 꼴찌의 길이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길이다.
그 길은 잊혀진 존재로, 무명인으로 사는 길이다.
그렇게 살 때 하늘이 축복하고, 드디어 영원의 기운으로 살아가게 된다. 내가 바라는 삶이다.
이제 밤이 무르익는다. 낮은 많은 것을 들추어 내지만, 밤은 소리없이 덮는다.
달이 서산 능선을 넘는다. 내일은 햇살 일찍드는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봄내음이라도 맡아야겠다.
첫댓글 몇몇이 보기에는 참 아까운 글들 입니다
심사 내비치는 글 빨은 유려하기 그지 없고
독서 밑천 두둑한 인용 문구들도 꽤나
견줄 만 합니다 ㅋ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제 책장에도 있는 건데~~ 회사라도 나오는 주중은 그래도 바삐 생활할만 한데 가끔
마라톤외 할꺼 없는 날은 그냥 깝깝해 집니다
친구들은 멍때리기도 잘한 다는데 저는 집에
가만 있으면 우째 세상을 헛 살았나 안절부절
못하는 성격 탓에 뭔가 하는 척 하다 잔차 타거나 의욕없는 뒷산 오르기도 하고 ㅋ그래도 3월부턴 좀 살만 하낍니다 왜냐 제가 좋아하는 야구,것도 메이져 야구가 시작되기 때문인데
하긴 야구 보는 것도 예전만 열정이 못하는등
나이 더할
성격이 너무 부지런해서 힘든 스타일이네요. 나도 그런 편이지만..
그래도 여럿 재주가 있으니 나름 시건을 메꿀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봄이 오니 더 많은 활동하시고 보람있는 삶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고마워요.
ㅋ 요게 댓글 입력에 제한이 있네요
나이 더 살수록 관심 분야도 줄고 만날 정도의
지인도 줄고 그렇네요 저도 집사람과 약간
따로 국밥형이고 지인 들도 폭 넓게 사귀는
편이 아니라 회사라도 곧 그만 두고 나면 보나마나 하릴 없이 반쯤 은둔자형이 되낀데
지금부터 라도 뭔 취미를 가져볼까 해도 게으른
성격에 ㅋ 오늘따라 글이 길어 졌어요 늘
건강하고 활기 있는,,,ㅋ 그냥 맘 편하게 지 좋아하는 일 하는게 최고지요, 할일 없음 그냥 멍때리는 습관을 붙여 야지요 형님 담에 뵈입시더
ㅎㅎ 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