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여한 농민 한 명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경찰의 진압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농민은 전라남도 보성군농민회와 가톨릭농민회 등에서 활동해온 백남기(69세) 씨다. 민중총궐기대회(이하 대회)가 열리던 이날, 경찰은 참가자들을 향해 캡사이신 등을 섞은 물대포를 사용해 진압에 나섰다. 그러던 중 저녁 7시경 경찰은 차벽 아래에 있던 백 씨를 향해 물대포를 쏘았고 백 씨는 가슴과 얼굴 등에 큰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그럼에도 경찰은 계속 백 씨를 향해 살수를 했고, 그를 안전지대로 옮기려는 이들에게까지 물대포를 쏘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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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백 씨는 구급차에 실려 서울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고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을 마친 백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현재(11월 16일)까지 의식불명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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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가 마무리 될 무렵 노동당 이덕우 당대회 의장(변호사)이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경찰의 물대포 직사로 인해 생명이 위독한 농민 백남기 씨의 쾌유 기원과 경찰폭력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전남 보성의 가족들은 비보를 듣고 달려와 오전 3시 20분경에 병원에 도착했다. (사진제공: 노동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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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11시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기자회견이 있은 후, 오후 5시부터 경찰살인폭력 규탄 및 백남기 선생 무사 쾌유를 비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제공: 노동당) |
대회 다음날인 11월 15일 오전 11시, 서울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고압 물대포를 시민을 향해 난사한 것에 대해 평화행진을 봉쇄하기 위한 “살인적인 진압”이라며 규탄했다. 투쟁본부는 또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살인진압을 강행한 데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강신명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에 따르면, 경찰의 진압이 잠시 소강상태였다가 갑자기 물대포를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물대포가 백 씨를 가격했고, 물대포의 수압은 백 씨를 2~4미터 뒤로 튕겨낼 정도였다. 가까스로 후송된 백 씨는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고 귀와 입,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백 씨의 후송과정에 참여했다는 한 의사는 모 인터넷방송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당시 백 씨의 상태에 대해 뇌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뇌출혈이 발생할 경우 뇌 조직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가 필요했지만 당시 구급차의 도착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구급대원은 경찰 측이 차벽을 열어주지 않아 서대문에서 동대문 쪽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늦게 도착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구급대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과잉진압과 더불어 이 같은 경찰의 대응은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인터뷰 듣기☞ https://youtu.be/UsvxXAYv2Zg
물대포와 캡사이신 위험성 경찰 외면, 예정된 참사 불러
대회 현장에서 진료를 지원했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백 씨의 상태에 대해 “외상성 경막하출혈(traumatic SDH), 즉 외상에 의한 뇌출혈”이고 “매우 위중한 상태”라는 의견을 밝혔다. 백 씨 이외에도 이날 경찰의 진압으로 부상을 입은 시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피부 및 안손상을 입은 시민이 많았다며 당시 현장에서 진료한 환자 이외에도 부상자가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물대포 자체가 매우 강력한 물리력”을 갖고 있다며 “사람을 쓰러지게 하여 뇌진탕이나 골절을 일으켰던 일”이 이미 여러 번 발생한 바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사고 역시 “예정된 참사”라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물대포 난사나 집중살포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언제라도 이번처럼 매우 위중한 상해를 입을 수 있다”라며 경찰 진압의 폭력성을 문제 삼았다.
이들 단체는 또, 경찰이 최루액 등에 사용하고 있는 파바(PAVA)* 등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부와 안구에 대한 경미한 자극 이외의 특별히 심각한 독성은 보고되어 있지 않다”라며 경고를 무시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지닌 ‘물질안전자료’(‘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s)와 ’위험도에 따른 농약에 대한 세계보건기구 권고 분류’(WHO Recommended Classification of Pesticides by Hazard), 미군의 독성연구자료인 ‘캡사이신 독성에 대한 개괄’(1993년) 등을 근거로 파바 등의 유해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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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물질 등에 대한 국제적인 공식자료인 ‘물질안전자료’(‘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s)에 수록된 노니바마이드[Nonivamide, 파바(PAVA)로 일컬어지는 합성켑사이신)의 위험성. 심하게 노출될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가 보인다. |
한편, 경찰의 진압방식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되고 있다. 투쟁본부는 백 씨를 비롯,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시민에게 가해진 경찰의 진압방식에 대해 “경찰 공권력 발동의 필요최소한도의 원칙 및 내부지침상의 사용절차와 주의사항조차 위반한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에는 살수차로 최루액을 분사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내부지침인 ‘살수차 운용지침’이 유일한 근거이기는 하지만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은 내부지침에 불과하다. 따라서 경찰의 이번 진압은 법률유보의 원칙을 무시한 공권력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2일과23일, 유엔 자유권규약에 따라 한국정부는 인권상황에 대해 유엔 자유권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았다. 이때 제출된 서면보고서에서 정부는 “사람들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한편,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필요한 물리력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쟁본부는 이에 대해 “종이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정부의 답변이 “얼마나 거짓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라며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발생한 모든 상황에 대해 우리사회는 경찰에 대한 책임 있는 조사와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한편, 투쟁본부는 오는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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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PAVA)는 합성 캡사이신으로 최루액 등에 사용되는 성분이다. ‘Nonivamide’ 또는 ‘pelargonic acid vanillylamide’로도 일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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