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가족 중 한 사람이 죽음을 당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것을 모면하자면 한 사람이 희생을 당해야 합니다. 가족의 목숨과 다른 한 사람의 목숨,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그 희생양이 된 사람의 어린 아들이 눈앞에서 그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자기 엄마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것을. 어떻게 할까요? 얼마 동안은 그 총격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총을 겨냥했던 그 사람을 결코 잊지 못하겠지요. 다른 건 다 잊는다 해도 그 사람, 그 현장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십중팔구 복수의 의지를 다지며 심중에 칼을 갈면서 자랄 수 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바로 그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차 한 발 앞서 채어간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아이들. 당사자의 손자들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 참으로 대단합니다. 광고 나온 그대로입니다. 철딱서니 없지요, 눈치 없지요, 겁 없지요. 그래서 끈질기게 홍길동 탐정을 쫓아다닙니다. 아이들의 소망은 오직 하나 할아버지를 찾는 것입니다. 탐정이나 아이들이나 찾는 대상은 같습니다. 물론 목적은 다릅니다. 아무튼 찾아야만 합니다. 그래서 이 희한한 인연이 모질게 이어집니다. 코드가 맞지 않아 유머가 되는 희한한 대화를 만들어가면서 말이지요.
한 마을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집단이 있습니다.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뉴타운이라는 명목으로 한 지역을 물갈이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싶습니다. 본래 있던 주민들은 제거하고 부동산을 그 집단이 사유화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 엄청난 사업이 한 개인의 힘으로 되는 것 아닙니다. 당연히 정치 경제 사회 여러 계층의 권력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라의 정부가 하는 일은 아니지요. 정부의 힘을 끌어당겨 사익을 추구하는 겁니다. 그러니 악의 세력이 그 각 분야에 걸쳐 스며들어 있다는 말입니다. 누가 막겠습니까? 개인이 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조직의 이름인즉 ‘광은회’입니다. 은밀하게 비추는 빛이라, 무슨 빛이 은밀하게 비추겠습니까?
이 악의 축과 대비되는 재단이 있습니다. 활빈 재단이라고 말입니다. 홍길동은 그 재단과 연계된 흥신소에 소속된 사립탐정입니다. 모든 것은 보고되며 또한 재단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길동이 자기 복수를 위해 찾아낸 조직일 수도 있겠지요. 길동이의 우선하는 목적은 개인적 차원의 복수입니다. 활빈 재단으로서는 악의 무리를 처리할 첨병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둘이 의기투합하였으리라 짐작합니다. 두 가지 싸움이 얼기설기 엮어져 있는 셈입니다. 조직과 조직 그리고 개인의 복수전입니다. 그런데 광은회에서 앞장서 지휘하는 자가 바로 옛날 길동이 당하던 그 현장에서 함께 목격한 친구(?) 성일입니다. 힘도 실력도 뛰어납니다.
악은 악을 즐깁니다. 성일은 길동이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 할아버지에게 총격을 가하라고 명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는다. 어떻게 하지요? 복수만 염두에 두고 쫓아오기는 하였지만 자기와 똑같이 당하는 아이들이 눈앞에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까요? 어찌 되었건 그래도 그 시간까지 이 아이들과 티격태격하며 함께 하여 왔습니다. 방해가 되기도 하였고 도움이 되기도 하였지요. 이런 저런 사건을 겪으며 그 자리까지 온 것입니다. 하필이면 이 나쁜 놈 앞에 포로가 되어서 말입니다. 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놈이 원하는 대로 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의 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곳 주민이 몰살을 당할 위기입니다. 한 사람의 복수의 추격전처럼 끌고 왔지만 사실은 한 마을 주민의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입니다. 광은회 무리들은 자기네 군대를 동원하여 주민들을 협지에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사방으로 둘러싸고 총질을 할 차비를 다했습니다. 과연 그들의 뜻대로 주민은 사라지고 마을은 자기들 손에 들어갈까요?
여기 등장하는 홍길동은 옛날 소설 주인공 길동이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서양의 영웅 슈퍼맨도 아닙니다. 광은회를 이끌고 있는 성일이의 반도 못 따라갈 것입니다. 대결하면 늘 맞기만 합니다. 이름값도 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물러설 줄 모릅니다. 그것 하나가 길동이 답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웅들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는 정말 맞지 않지요. 답답하고 속 터집니다. 하기는 캡틴 아메리카도 아니고 한국의 길동이입니다. 참으로 한국적이라 하겠지요. 곁들이로 등장하는 아이들이 쏟아내는 엉뚱한 말들이 그 모자람을 채워줍니다. 이것이 없으면 정말 속이 다 터져 몸살 나서 나왔을 것입니다.
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름을 ‘홍길동’이라고 지었을까요? 나름 생각해보았습니다. 주민을 구하는 영웅? 아무튼 영웅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별로이겠지만 좀 색다른 별미로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첫댓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