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와 뷔페를 네 번 가량 갔다. 우연히 네 번 다 다른 식당이었고, 뷔페이지만 음식 테마도 다 가지각색이었다. 물론 기존의 뷔페 틀은 같지만 한 곳은 중국음식 전문, 또 한 곳은 미국 정크 푸드 전문(햄버거, 핫도그 등), 그리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보통 뷔페, 인도 음식 전문 뷔페 이렇게 나뉘었다. 사실 이렇게 여러 가지 색의 뷔페를 가보려고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다양한 계층, 다양한 문화가 꽉꽉 압축되어 함께 어우러진 인도이기에 특정 대상을 상대로 한 뷔페가 한국보다 많아 확률적으로 골고루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각각의 문화와 음식을 한 곳에 담은 뷔페를 만들 수도 있지만, 식당 가격을 고려하고 식당의 크기, 서비스를 생각한다면 ‘만원’ 수준의 뷔페에서는 한 가지 특정 문화 혹은 지역 종목에 집중하는 편이 내가 봐도 나은 것 같다. 앞서 설명한 것 중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뷔페에서는 모든 지역과 문화의 음식을 전부 내놓았지만, 가격이 ‘오만 원’ 수준인 고급 호텔이기에 다른 세 곳, 특정 문화, 특정 지역 중심의 ‘만원’ 짜리와 비교할 수는 없지 싶다.

화덕에 구운 보통의 난, 난 종류도 다양하다, 바싹 구운 것, 떡지게 구운 것 등

한국의 술떡처럼 아주 곱게 부풀린 형태의 난
중국음식, 미국 정크 푸드 중심, 모든 문화와 지역의 음식을 아우르는 뷔페는 딱히 추가 설명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간단히 설명을 붙여주자면, 미국 정크 푸드 뷔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을 다 이용하고 육식 위주의 식단이다 보니 보통의 많은 인도인은 거북할 것이며 식당의 타겟은 외국인, 인도인이지만 미국 유학파 가족,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요거트와 우유 등으로 만든 쌀죽. 망고짠지를 곁들여 먹는데 망고짠지가 맛있다
중국음식 뷔페는 중국 유학생들이 중국음식이 아니라고 거부하지만 내가 보나, 인도인들이 보나 중국풍의 음식을 내놓는다. 소고기는 내놓지 않았으며 염소, 닭, 돼지고기, 해물음식이 있었다. 이곳에서 오랜만에 국물다운 수프를 먹을 수 있어 좋았던 기억이다(국물과 수프의 약간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일반 고급 호텔 뷔페에서는 온갖 해산물, 고기, 치즈, 술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은 음식뿐만이 아니라 음주가 무한 리필이라 즐거웠던 적이 있다. 물론 점심이었고 새해 신정이었기에 샴페인과 적포도주 두 잔 마셨다. 다만 가격이 여타 뷔페들과 차이가 심했으며 비쌌다. 네 명이서 한화 이십오만 원을 한 끼에 썼을 정도니 외국인인 우리조차 부담을 심하게 느꼈다. 이렇다 보니 GDP $1800의 인도인이 오기에는 어려운 곳이고 외국인이 식당의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첸나이의 백인은 여기서 다 본듯 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다.
인도음식 전문 뷔페에서는 육류가 4가지에 채식음식이 20여 가지 된다. 이국적인 음식은 샐러드 밖에 없는 인도음식 전문 뷔페인 곳이다. 육류는 닭고기와 염소 고기 두 가지이며 각각 두 개, 하나씩 요리가 있었다. 추가로 생선요리가 하나. 이 네 접시를 제외하면 모두 채식음식이니 인도인들의 채식사랑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랑보다도 종교적 의무감에 의한 채식이겠지만 말이다. 이곳의 육류메뉴는 정말 단촐하여 다 외웠다.

뻥튀기 종류가 자주 나오는데, 왼편것은 후추를 넣고 튀긴것으로 맵지만 개운맛.
일단 중국음식, 미국음식, 일반 뷔페 이 세 식당은 첸나이에서 갔었던 곳이며 인도음식 전문 뷔페는 코다이카날(kodaikanl)에서 간 곳이다. 재미있는 것은 앞서 세 가지 식당들이야 큰 도시에서 엄청나게 많은 인구 중 특정인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기에 예외로 치지만, 코다이카날에서의 뷔페는 사실 제일 좋은 호텔의 점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음식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다이카날에 해외 여행객이 안 오기는 한다.
그런데 제일 좋은 오성급 호텔 뷔페에서 외국음식을 제공 하지 않는 것을 보면(묵지는 않고 뷔페만 갔다) 해외 여행객은 확실히 예상 고객리스트에 없는 것이다. 아침과 저녁은 먹어보지 못했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사실이다. 코다이카날이 얼마나 국내 현지인들을 타켓으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휴양지 성수기 삼일간 외국인이라고는 총 네 명 정도 봤으니 말 다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다른 특화된 레스토랑에 비해 밀릴 수 있으니 내놓지 않은 것 같다.
코다이카날에서의 뷔페는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뷔페에 왔는데 인도음식 밖에 없다고 하자, 인도뷔페에 인도음식이 있는 게 뭐가 그렇게 이상한지 되묻는다. 내가 들어도 조금 이상할 수 있지만, 휴양지 고급 호텔에서 먹으면서도 인도음식 밖에 없다며 당황한 나를, 그는 이해 하지 못 한다.